마케터들의 필독서 『마케터의 일』의 저자이자 배달의민족 광고에서 배우 류승룡이 ‘장 이사님!’이라 외쳤던 그 장인성 이사가 에세이 작가로 돌아왔다. 사는 이유를 통해 자신의 고유함을 찾아가는 독특한 여정을 담은 산문집 『사는 이유』의 저자 장인성을 만나보았다.
『마케터의 일』을 출간하신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책을 냈습니다. ‘사는 이유’라는 제목을 보고 소비에 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결의 산문집이더라고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책 소개도 부탁드려요.
일을 하다 보면 공통된 고민들이 모이잖아요. 『마케터의 일』은 그 고민에 답을 하다 시작된 책이에요. 마케팅 법칙이나 브랜딩을 잘하는 법을 쓴 책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죠. 『사는 이유』는 산문집인데, 마케터 장인성의 아주 사적인 경험자산 모음집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전작에 브랜딩, 마케팅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자산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썼는데, 어떻게 경험을 쌓아갈 것인지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거든요. 경험자로서의 장인성에 대해 써보고 싶었는데, 같은 장르의 책을 내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용감하게, 산문으로,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썼습니다. 자기계발서나 경영서를 썼다면 판매에는 더 유리했을지 모르겠지만, 작가로서 또 도전해 보고 싶었죠.
책을 읽다 보면 배움과 일, 시간이라는 소재가 하나로 연결되어 보입니다. 이 세 가지를 평소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늘 무언가 배우고 싶고 배운 것을 일과 연결하고 싶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늘 시간을 최우선으로 여겨요. 이번 책에도 ‘어느 시간 강박증 환자의 고백’이라는 픽션을 썼죠.
다만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평소에 시간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나아지는 일이 있잖아요. 평소 어떤 제품이나 새로운 기능을 경험할 때면 ‘영리한 기획자가 한발 먼저 인식했을 불편함’을 저도 상상해 봐요. 아, 이래서 이런 제품을 만들었구나, 이래서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구나… 하고 머리에 넣어두는 거죠. 소비자 입장에서 직접 느낀 불편을 어떻게 극복할지 방법도 찾아보고요. 이런 것들이 제 안에 쌓여서 기획이 되고 일의 자산이 됩니다. 시간을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질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많이 배울 수 있고 해낼 수 있어요. 물론 달리기처럼 절대적인 시간을 들여야 하는 취미나 배움의 영역은 또 다른 이야기겠죠.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는 글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책을 고르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좋아하는 작가나 선호하는 글 스타일도 궁금합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는 건 아닌데, 책에도 썼지만 ‘내가 읽은 것들이 내가 된다’는 말을 믿는 편이에요. 내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작가들의 책을 좋아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표적이에요. 하루키의 글도 좋지만 그 글을 지탱하는 하루키의 삶과 철학, 궁극의 성실함이야말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그러한 가치가 저에게 일종의 DNA처럼 이식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일 2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썼다고 하셨는데, 성실한 글쓰기의 비결을 조금 구체적으로 들려주신다면요? 쓰는 사람이 된 이후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첫 책을 쓸 때는 너무 괴로웠어요. 노는 시간에 글을 써야 하니 힘들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제주에서 주로 썼어요. 책을 쓴다고 나가 놀지 못하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오름 가고 바다에 가고 다이빙하고 숲길 뛰고 다 했죠. 그리고 해가 진 후에 저녁 먹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쓰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꾸준히 책상 앞에 앉아서 쓰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글의 진도가 잘 안 나가도 괴로워하지 않게 됐어요. 이것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쓰는 사람이 된 거잖아요.
쓰는 사람이 된 후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더 또렷하게 알게 되었어요. 내 행동과 생각이 바뀌고 업데이트된 것들을 남들에게 이야기의 형태로 전함으로써, 누군가의(아마도 독자겠죠) 생각에 녹아들고 누군가의 생각을 바꿀 때 나는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하는걸요.
(책 표지 사진에도 나와 있지만) 작가님이 타투로 새긴 ‘temporary’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작가님께서 중요하게 여기시는 가치가 있다면요?
가치라… 가치라기보다는 요즘은 초보자가 되는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초보가 된다는 건 세계가 넓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또 초보자가 되기로 한다.”
책을 낸 후에 독자분들이 가장 많이 찍어주시는 페이지인데요. 저는 정말 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뭔가 해보고 배우는 일들이요. 제가 제주 생활 마치고 서울로 오면서 가장 좋았던 게 배우는 거예요. 그림 배우고, 영어 배우고, 목공 배우고 또 새로운 거 배워야지!! 너무 재미있겠다고 기대하면서 서울에 왔는데 이게 다 초보자가 되는 일이죠.
솔직히 초보자라는 게 견디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포기한 일도 사실 많아요. 초보자가 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괴로운 일이라는 것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못하면 어때요, 다른 도전을 또 하면 되죠. 저란 사람은 ‘조금씩 나를 나아지게 하는 것들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해요. 제 주변의 모든 분들도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분들 아닐까요?
작가님이 새로 세운 목표나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취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직업인으로서의 행보도 알고 싶고요.
배우고 싶은 게 많아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제주에서는 어렵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는 해야죠.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싶어요. 아무런 장비 없이 물안경 하나만으로 물속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게. 목공도 배우고, 가죽공예도 배우고, 그림도 배워서 직접 그리고 만들고 하는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아, 또 엉뚱하지만 성우 혹은 아나운서 수업을 받아보고 싶기도 해요. 그리고 영어. 영어를 배우는 것이야말로 세상이 넓어지는 일이잖아요. 지금의 저는 한글로 된 자료, 한국말로 하는 유튜브만 찾아서 보는데, 영어로 말하는 유튜브를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행을 다녀도 경험의 질이 다를 것 같아요.
저는 뭔가 만들고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일들을 좋아해요. 브랜딩이나 마케팅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책을 쓰는 것도, 유튜브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을 하고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런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서’라는 부제처럼 작가님의 사는 이유는 경쾌하면서도 단단해 보입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사는 이유’를 찾고 있을 독자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책의 첫 번째 글이 ‘아직 애기인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거든요. 아직 애기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엄청 많아집니다. 제가 달리기 한 지 15년 됐다고 하면 놀라는 분들 많으세요. 대단한 전문가처럼 보이나 봐요. 근데 지금 시작하면 15년 뒤에는 15년 차가 되어 있는 거거든요. 우리는 100살 넘게 살 거니까, 120살, 130살도 살 거니까 지금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면 80, 90년 경력자도 될 수 있어요.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실 독자분들은 ‘나는 커서 뭐가 될까?’라는 질문을 한 번씩 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거라 믿습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