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평소 뭘 보고 듣고 읽을까? 언젠가 영감의 원천이 될지도 모를, 작가들의 요즘 보는 콘텐츠. |
드라마 <테드 래소>
애플TV
대학 미식축구 감독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팀의 감독이 된다는 황당한 코미디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았다. 뭐 좀 감동적이고 좀 웃기겠지…싶었는데 에미상 후보에 20군데나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얄팍하게 마음이 움직였다. 예상한 대로 감동적이고 웃겼다. 생각해 보니 감동적이면서 웃길 수 있는 작품이 세상에 몇이나 되나 싶었다. 그래서 에미상이 그렇게 퍼줬구나… “사람은 믿어주는 대로 성장합니다”라는 대사에 눈물이 나서 부끄러웠다.
<요가 위드 에이드리언>
유튜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은 희귀한 존재다. 그런데 그 사람이 굉장한 요가 지도자라면…! 그와중에 옆에 귀여운 강아지까지 같이 있다면…! 그 채널이 바로 요가 위드 에이드리언이다. 나는 어깨가 결릴 때 유튜브 검색창에 ‘숄더 에이드리언’이라고 넣고 허리가 아플 때는 ‘백 페인 에이드리언’이라고 넣는다. 에이드리언 선생님이 워낙 긴 시간 성실하게 아카이빙을 해두어 무슨 증상을 치던 뒤에 에이드리언을 넣으면 적절한 영상이 나온다. 아까도 말했지만, 귀여운 강아지 벤지도 종종 함께 나오기 때문에 몸도 좋아지고 마음도 좋아진다.
르세라핌 멤버들의 직캠
유튜브
재능이 넘치는, 성실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생명력을 뿜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이돌 무대의 미학이고 르세라핌은 완벽하게 그 역할을 수행한다. 르세라핌의 전체 무대는 당연히 몹시 멋있지만, 직캠 또한 놓칠 수 없다. 완벽 너머의 인간미까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허윤진 씨의 경우 치명적으로 무대를 하다가 뒤에서 빙구같은 웃음을 터트리는 그런 장면이 종종 있기에 강력히 추천한다.
음반
Clairo(클레어오)
98년생 여자 뮤지션을 좋아하고 싶었다. 81년생으로서 그러고 싶었다. 눈밭을 배경으로 강아지의 커다란 발에 볼을 대고 있는 클레어오의 앨범 자켓을 보고 음악을 재생했을 때, 한 사람의 잘 짜여진 아름다운 세계를 듣는 기쁨을 느끼며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존경의 마음 또한 기뻤다. 재작년, 작년 2년간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이다.
『작가란 무엇인가』 시리즈
파리 리뷰 외 저 | 다른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뷰 읽기가 더욱 재미있어진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죠. 어떻게 버틴 거죠. 이 미로를 어떻게 빠져나가고 있죠. 절실하게 궁금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인터뷰 책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문학잡지 파리리뷰에서 만든 『작가란 무엇인가』 시리즈다. 깊은 대화라서 그런지 읽을 때마다 마음에 들어오는 부분이 다르다. 모든 작가의 인터뷰가 재미있지만 3권에는 앨리스 먼로와 어슐러 K. 르 귄의 인터뷰가 있어 더욱 소중하다.
오지은(작가, 음악가)
작가, 음악가. 책 <익숙한 새벽 세시>, 앨범 <3> 등을 냈다.
steal0321
202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