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여성의 날 특집 기획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세상’
욕망을 숨기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여성들은 선입견을 벗어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소설, 영화, 과학,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형성을 부수고 다채로운 욕망을 보여주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지금 가장 뜨거운 페미니즘 키워드가 나타나는 곳, 그 중심에는 항상 이 책들이 있다. 영원한 문제작이자 페미니즘 고전,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를 시작으로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는 인종, 계급, 사이보그, 가부장제, 임신중지, 퀴어 담론 등 페미니즘을 둘러싼 개념들을 심도 있게 다뤄왔다. ‘새로운 시대의 상식’을 전하는 책들 뒤에는 그 기틀을 만들어 나가는 편집자들이 있다. 독자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필로스팀을 서면으로 만났다.
여성을 둘러싼 쟁점을 깊게 다루는 시리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리즈를 기획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는 책 한 권,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에서 시작된 기획입니다. 사실 『백래시』는 팔루디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편집자의 욕심으로 시작된 기획이라, 이 책을 번역 출간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이 정도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출간 시점이 페미니즘 리부트와 시기적으로 맞물리며 많은 독자분들이 호응했고, ‘백래시’라는 용어가 일상어로 자리 잡았지요. 이후 회사 내에서 페미니즘서 기획이 동력을 얻어 『다크룸』 『임신중지』 『여성, 인종, 계급』 등 여러 책들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페미니즘서를 더 본격적으로 출간하자는 목표 아래 ‘필로스팀’이 구간과 신간을 시리즈로 엮어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로 기획했습니다. 시리즈 1번 도서는 당연히 『백래시』였지요. 팀의 막내 편집자가 『백래시』에 감동을 받아 첫 직장으로 북이십일을 택하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지난 아홉 권의 책을 통해 인종, 계급, 자본, 임신중지, 사이보그 등 다양한 여성 담론을 다루어 왔습니다.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시리즈의 캐치프레이즈에 담았듯 “새로운 시대의 상식”을 담은 책이자 “쟁점을 사유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책들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계급’이나 ‘사이보그’ 같은 큰 화두에서부터 언어 속의 젠더 편향, 상속과 이혼 과정에서의 성별 불평등 등 일상과 가까운 화두들을 다룬 책을 아울러 기획하고 있어요. 책의 판권 면을 세심히 살피면 알겠지만, 필로스팀은 번역과 디자인, 교정, 추천, 해제 등 꾸준히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동료들이 있습니다.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의 색깔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 주는 감사한 분들입니다.
팀으로 작업을 하고 계신다고요. 편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현재 시리즈의 편집장이 미국에서 원격근무를, 편집자 한 명이 유연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기획 회의부터 저/역자 선정, 표지 투표, 표지 문안 선정 등 편집 관련 토론이 단톡방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단톡방에서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지금은 시공간을 초월한 디지털 노마드 편집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노마드 공동체가 정착되고 처음 펴낸 책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였는데, 작품 성격에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책 표지에 크게 타이포를 넣는 디자인이 특히 눈에 띕니다. 책 디자인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책의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 장식 요소를 최대한 덜어낸, 타이포 위주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처음 『백래시』 디자인은 다소 실험적인 도전이었는데, 이제는 시리즈의 정체성 중 하나가 된 듯합니다. 표지에서 배제한 구체적인 이미지들은 독자분들이 저마다의 경험 속에서 채워 가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작품 라인업도 알고 싶습니다.
소비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해 온 현대 로맨스 문화를 비평하는 『사랑은 노동』(가제, 모이라 웨이겔 저)과, 일본 사회에 LGBT 문화를 소개한 퀴어이자 중견 언론인의 에세이 『사랑과 차별과 우정과 LGBTQ 』(가제, 기타마루 유지 저) 등이 있습니다. 이후에 출간될 도서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진다면 좋을까요?
‘백래시’ ‘사이보그’ ‘임신중지’같이 학문적인 개념이 자연스럽게 일상어로 정착될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싶습니다. 이런 화두를 중심으로, 독서 모임에서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를 읽는다면 좋겠어요. 함께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고 지적으로 교류한다면 책을 더 깊고 풍성하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참슬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