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너머 진정한 야생동물의 삶
악어새가 악어의 이빨 찌꺼기를 청소해준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처럼 아직도 야생동물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실제로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흥미롭고 생생한 야생동물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야생동물에 대한 정보를 주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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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에 대한 예를 들 때,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자주 이야기된다. 악어새는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 이빨에 낀 찌꺼기를 제거해주고 먹이 삼으며, 악어는 이빨이 깨끗해진다는 내용이다. 신기하고 감동적인 일화 같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해가 생겨났을까?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가 여행을 다니다 우연히 목격한 장면을 기록한 것이 오랜 시간 상식으로 굳어졌다. 이처럼 야생동물의 생태는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다. 


수의사 이하늬의 책 『아직도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를 믿어?』는 저자가 그동안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보호하며 관찰한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그가 만난 동물들의 독특한 생태적 특성과 함께 환경보호에 대한 내용까지 인터뷰로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아직도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를 믿어?』 출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아직도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를 믿어?』는 작년부터 열심히 원고를 쓰면서 준비했는데, 멋진 책으로 출간되어 보람 있고 뿌듯합니다. 책을 읽기 쉽게 잘 편집 제작해준 출판사에도 감사 드립니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은 높아졌지만, 야생동물의 습성이나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쓰셨나요?

악어새가 악어의 이빨 찌꺼기를 청소해준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처럼 아직도 야생동물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실제로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흥미롭고 생생한 야생동물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야생동물에 대한 정보를 주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도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를 믿어?』를 읽어보면 다양한 장소에서 야생동물을 직접 만나고 보호하셨다는 걸 잘 알 수 있는데요, 책 속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야생동물과의 일화가 있을까요?

벨리즈 야생동물 구조 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했을 때, 사람들에 의해 주둥이가 묶인 채 구조된 악어가 있었습니다. 끈을 풀어주었지만 주둥이 살이 이미 괴사되어서 스스로 먹이를 씹어 먹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저는 악어의 주둥이에 약을 발라주고 주사를 놓고 소화가 잘되는 유동식을 관에 넣어 먹여주었습니다. 그때 악어를 처음 진료 한 것인데,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인간의 괴롭힘으로 밥도 먹지 못하고 죽을 뻔한 악어에게 측은지심을 느꼈습니다. 봉사 활동을 끝낼 무렵에는 점점 활력이 증가하고 주둥이가 많이 회복한 악어를 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최근 푸바오에 대한 인기가 높은데요, 야생동물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하나 소개한다면 뭐가 있을까요? 

영국의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라는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가족이 폐장 직전의 동물원을 구매한 뒤 일어나는 일입니다. 단순히 동물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그곳의 동물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입니다. 특히 주인공 가족과 야생동물들이 교감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현재 이곳은 유명한 동물 복지형 동물원이되었다고도 해서, 동물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알려주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를 믿어?』는 다양한 야생동물의 생태가 등장해 꼭 처음부터 읽지 않고, 마음에 드는 곳부터 골라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이 특별히 심혈을 기울여서 쓰신 꼭지는 어디인가요?

「동물 사회에도 따돌림은 존재한다 : 개코원숭이와 바바리양」 원고를 열심히 썼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제일 처음 구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인간 사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동물의 세계를 소개하고 싶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따돌림은 존재하고 심지어 따돌림을 당한 야생동물들은 죽음에 이르기도 합니다. 인간 사회에서도 학교폭력과 따돌림은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동물과 다르게 따돌림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완성했습니다. 


『아직도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를 믿어?』 안에는 ‘질문하는 책’이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야생동물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잘 나타나 있어서요.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야생동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세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행동은 꼭 아프리카로 달려가서 봉사 활동을 하는 등의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책에도 소개돼 있지만 플라스틱 제품의 무분별한 사용,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많은 수의 야생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일상에서 플라스틱 빨대 안 쓰고 컵에 입을 대고 마시거나,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저자분과 같이 야생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수의사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려면 도전 정신이 강해야 합니다. 야생동물 쪽은 연구되지 않은 부분도 많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현장에서 직접 부딪쳐가며 진료를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동물을 진료할 때 겁을 내지 않고 용기 있게 마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아프리카, 남미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직접 가보는 것도 야생동물 수의사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낯선 곳을 여행해보는 모험심도 필요합니다.


저는 워낙 여행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야생동물 수의사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생명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있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야생동물 수의사로 활동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하늬

세상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수의사.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강원대학교 야생동물학 석사를 마쳤다. 강원 야생동물구조센터와 서울대공원을 거쳐, 현재 대전 오월드 진료 수의사와 중부대학교 야생동물학 겸임 교수로 일하고 있다. SBS <동물농장> ‘수의사 편’에 출연해 재규어와 호랑이를 능숙하게 돌보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지구별 야생동물 탐방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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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