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총 12명의 후보를 모아 6월 17일부터 7월 14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어떤 작가들이 있는지 만나볼까요?
예스24 2024 젊은작가 후보가 된 소감
“후보가 몇 명인가요? (혹시 5만 명쯤 되나요?)”
편집자님의 연락을 받고, 처음엔 의심했다. 이런 영광스러운 후보에 나처럼 흐릿한 작가가 뽑히다니. 후보가 천 명 만 명 되는 인심 후한 이벤트여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내 인생의 최대 아웃풋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이란 걸 처음 써보고, 22년 5월 첫 단행본이 나온 후 분에 넘치는 이 결과까지 소요된 시간이 너무 짧다. 기쁜 만큼 무섭다. 원래 큰 행운이 생기면 그 뒤에는 꼭 무시무시한 일이 생기지 않나? 후보 연락을 받은 후 벌써 이 행복에 준하는 불행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만큼 기쁘다는 뜻이다. 평생 행복한 모습으로만 남겨두고 싶어서 가장 아끼는 존재인 햄스터 인형과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요새 좋아하는 물건
노트북 모니터에 걸어둔 햄스터 인형. 그 옆에 세워둔 나루토 데이다라 피규어다. 햄스터 인형과 눈을 마주 보고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숨조차 안 나올 만큼 속상한 날에 인형의 등을 쓰다듬는다.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걸 알아도 내게 남겨진 행동이 있다는 점이 위로된다. 하루가 슬퍼도, 내게는 쓰다듬을 등이 있지!
데이다라는 2D 최애인데 그의 명대사로는 “예술은 폭발이다.”가 있다. 실제 일본 아티스트의 발언으로, 예술이란 잠재된 표현욕의 해방이라는 의미에서 한 말인데 데이다라가 정말로 ‘예술=폭발’이라 생각했던 탓에 폭탄을 터트리며 그 대사를 외친다. 나도 그런 데이다라처럼 단순하게 살고 싶다. “문학은 폭발이다!” 우하하.
제목을 짓는 방식
보통은 제목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제목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미지가 강하게 연상되는 문구를 선호하는 편인데, 나에게 있어 이야기의 시작이란 언제나 ‘하나의 장면’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말에 다다르면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날 거라 믿고 ‘어쩌고저쩌고(가제)’ 식으로 파일에 적어두지만 결국 그것은 대부분 가제가 아닌 최종 제목이 되어버린다. “하하, 사실 이건 보험일 뿐이지!”라고 생각했으나 끝내 그것이 유일한 카드였던 인생의 숱한 일들처럼.
편집팀과 내 의견이 충돌했던 경우, 십중팔구 편집팀의 의견이 선택됐는데 결과를 보니 편집팀의 의견을 따르는 게 좋다는 확신이 들었다. 『남의 썸 관찰기』는 제목이 매우 좋아 영상화 관계자분들의 눈에 띄어 드라마화 계약까지 이뤄졌는데, 나는 초반에 그 제목을 바꾸자고 주장했었다. 내 의견이 채택 안 돼서 정말 다행이다.
퇴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쉽게 읽히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창 시절 도서관에서 외서를 읽다가 문장이 길고 어려워서 화가 났던 적이 있다. 물론 나의 부족한 문해력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국어로 된 글을 읽었음에도 이해가 좌절되는 순간 책에게 느끼는 배신감은 상상 이상이다. 내 책을 읽는 독자님은 당신의 문해력과 상관없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하나의 글과 손을 잡는 일도, 등을 돌리는 일도 다 읽은 후의 자율 선택이어야만 하니까. 고증이라거나 플롯이라거나 핍진성과 개연성. 그 모든 것들은 ‘일단 읽힌 뒤’의 이야기다. 읽는 사람을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말 것. 누가 읽어도 같은 의미가 느껴지게 할 것. 적어도 내게는 중요하다.
원고가 잘 안 풀릴 때는 무엇을 하시나요?
일단은 우울감에 젖어 자책하고 책망하는 시간을 가진다. 적당한 자기혐오는 반성의 좋은 재료다. 그 후 미리 적어놓은 시놉시스, 메모 파일들을 확인한다. 놓친 사건이 있으면 채운다. 이렇게 해도 원고가 풀리지 않으면 미련을 갖지 않고 다른 작품을 구상하거나 작성한다. 우리의 뇌 속엔 기특한 마법부원들이 산다. 주인이 딴청을 피울 때도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고 이어간다. 그래서 딴짓하고 있으면 불현듯 “이거야!”하고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순간에 자기혐오는 자기믿음으로 상쇄되며 적절한 고양감까지 느껴지니 창작자로서 매우 기쁜 순간 중 하나다.
최근에 어떤 책을 읽었을 때 즐거웠나요?
문학책은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엑소시스트』다. 행사 준비 때문에 밤마다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귀신이 붙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담력 테스트하는 느낌이라 색다르고 좋았다. 비문학으로는 이중톈의 『이중톈 미학강의』다. 재치 있는 문장이 많아 소리 내 낄낄 웃으며 읽었는데, ‘미학’이라는 아름다운 추상에 한 걸음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나의 경우 비문학 책을 읽으면 지적 허영이 채워지는 느낌이라 만족스럽고 친구들한테 허세를 부릴 수 있어 뿌듯해진다. 인생은 폼생폼사, 지력으로 승부하는 폼이 가장 멋지니까! 만화책으로는 『히카루가 죽은 여름』이다. 대체로 밝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작품을 선호한다.
책을 고르는 기준 / 주로 무슨 책을 사나요?
주로 소비하는 것은 한국문학 책이고 동시대 활동하는 작가님들의 작품을 많이 산다. 하지만 이는 솔직히 말하자면 의리성 구매다. 진실로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소비는 ‘비틀린 호기심’이 발현될 때인데, SNS에 누군가 혹평을 써놓거나 절대 읽지 말라 경고하면 그걸 꼭 사서 읽는다. 장르 불문이다. 왜냐면 남의 입에서 욕이 나오게 만든 작품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만족 타율은 반반이다. 정말로 읽지 말라고 한 이유가 수긍되는 것이 반, 오히려 너무 좋아서 타인에게 추천한 것이 반(대표 케이스로는 육체의 악마)이다.
즉 나는 타인의 비판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는 인간인데, 나만의 언어로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때 독자로서 문학적 성취를 느낀다.
가장 좋아하는 단어? 글에서 자주 쓰는 단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 답을 적기끼지 한참 고민했다. 결론으로 선택한 단어는 ‘세계’다. 나의 모든 작품에 ‘세계’라는 단어가 나올 것이다. 왜 그럴까. 과거 모 케이팝 그룹을 덕질하면서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A 멤버가 인기투표에서 1위를 했대.” 그러자 친구는 “그 멤버는 비인기 멤버인데 무슨 소리냐?”라고 반문했고, 나는 대답했다. “방금 내 세계에서 개최한 인기투표 1위.”
어릴 적부터 타인과 내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고민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외모, 성격, 말투, 환경, 관계. 동과 차를 만들어내는 무수한 요소의 집합을 나는 감히 ‘세계’라 정의하며, 우리에게는 각자의 세계가 외부를 이해하는 절대적 지침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고 온갖 스토리도 탄생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단어 세 가지가 있다면?
그러려니. 저녁밥. 기세.
하나. 그러려니. 타인의 세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 그러려니 하고 넘겨보라. 의외로 넘기면 또 넘어가지는 것이 타인의 세계다. 모든 걸 다 쫓아가려 하면 내가 다치니 품을 수 없는 조각은 거기에 있게 두라. 때로는 타인 역시 당신이 더 다가오지 않고 거기에 있기를 바랄 것이다.
둘. 저녁밥. 사는 게 서럽고 외로울 때도 잊지 말고 저녁밥을 챙겨 먹자. 이왕이면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살이 조금 찌고, 내 고혈압이 나빠져도 하루를 또 버텨내는 저녁이 절망하여 끝내는 낮보다 좋지 않은가?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기며 하루에 있었던 나쁜 일은 꼭꼭 씹어 삼키자. 아무리 무서운 일들도 당신이 포기하지 않고 소화만 시켜낸다면 고작 똥이 될 뿐이다.
셋. 기세. 필요하다. 당차게 할 말을 하고, 장렬하게 멸망하자. 기세가 곧 품위다.
글 쓸 때 사용하는 기기 및 프로그램
사용하는 노트북은 맥북 프로 13. 프로그램은 한컴 오피스 한글이다. 도구에 돈을 쓰는 편이 아니어서 그냥 있는 걸 쓰고 잘 바꾸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장인이 된 느낌이 든다.
차기작 계획
올해 여름 허블에서 심리 미스터리인 『오렌지와 빵칼』이 나온다. 햄스터가 주인공인 장편 성장물을 이기고 하반기 출간 순서를 꿰찬 중편이다. ‘기세’가 있는 작품인데 사실은 작가로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썼다. 혹시 가슴이 답답하여 누구 한 명 붙잡고 분풀이하고 싶다면 그 작품이 제격이다. 내년 상반기 창비에서 SF영어덜트 작품도 나오며 솔라펑크 스타일로 집필했다. “우리에게는 반드시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Avicii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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