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플레이리스트] 오랜만에 학교에서 배웠던 시를 다시 읽고 싶을 때
돌아보니 참 좋은 작품이 많더군요. 그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감정이 행 사이, 연 사이 사이로 차오릅니다.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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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Winston - The Snowman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 「눈」 (『김수영 전집1』, 김수영)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난 뒤에야 소중해지는 것이 참 많습니다. 학창 시절 문학 시간이 그중 하나입니다. 교과서가 너덜너덜할 때까지 읽고, 줄치고, 외우면서도 잠깐 멈춰 단어와 문장을 곱씹을 여유는 없던 시절입니다. 어린 시절 배웠던 시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어보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돌아보니 참 좋은 작품이 많더군요. 그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감정이 행 사이, 연 사이 사이로 차오릅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어른이 되어 생긴 여유인지 헷갈립니다. 어쨌든 매 순간을 꼭꼭 씹어 삼키며 만끽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지금을 몹시 그리워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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