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들을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 『우리 집 할머니 닭』의 하정산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집 할머니 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평창에서 초등교사이자 그림책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하정산입니다. 지금은 도성초등학교라는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고요, 2학년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엉뚱한 생각, 아재 개그,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고요. 호기심이 많아서, 마음이 동하면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는 편이에요.
『우리 집 할머니 닭』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할머니 닭'을 이야기로 다루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살고 있는 평창읍에는 닷새마다 시장이 열려요. 평창 장날은 매달 5일과 10일인데요, 2018년 초여름으로 기억해요. 시장 구석에 낡은 트럭이 한 대 있었는데, 닭과 토끼를 팔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곳에 있는 닭의 모습이 좋지 않았어요. 녹슨 케이지 안에서, 털이 듬성듬성 빠진 채 더운 날씨에 늘어져 있었어요. 먹는 용도로 파는 것이라는데 불쌍한 마음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닭 장수 아저씨가 집에서 키운 닭을 사다가 파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양계장에서 알을 낳던 닭이었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게 되니 닭에게 더욱 미안해졌어요. 알을 낳느라 고생했을 텐데, 더는 알을 못 낳는다고 양계장에서 나와 고기가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이렇게 양계장에서 나온 닭은 ‘노계’라는 이름이 붙어요. 한자 그대로 ‘늙은 닭’이라는 뜻이에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가운데 하나가 닭은 10년도 넘게 살 수 있다는 거예요. 또, 양계장에서 내보낸 닭들은 대부분 한두 살 밖에 안 된 닭이라는 거지요. 다만 쉼 없이 알을 낳다 보니 어느 순간 알을 낳는 속도가 느려져서 노계라는 이름으로 내보내지는 것이에요.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노계(?)들이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 나이로 치면 스무 살 정도인데, 알 좀 못 낳는다고 할머니 취급을 받다니! 평소 나이 들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온 저인지라, 같은 마음으로 화가 났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쓰게 되었죠.
비록 노계를 사다 키우지는 못했지만, 병아리를 부화시켜 키운 경험은 있는데요, 그 과정을 이 책의 전반에 녹였습니다. 실제로 닭장을 지을 때 재료는 동네 고물상에서 구했고요, 근처에 사는 처가댁에 닭장을 짓고 닭을 함께 돌봤어요. 그림책에 있는 닭장의 모습은 실제 제가 지었던 닭장의 모습과도 유사합니다. 그리고 부화기에서 나온 닭임에도 자연 포란을 해서 새로운 병아리를 부화시키기도 했어요. (그때 키우던 닭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탈출하기도 하고, 다른 집으로 보내지기도 하고, 고기가 되기도 하면서… 지금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책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다시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누리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함께 가졌으면 해요. 아울러 우리가 인간 중심에 맞춰 규정 짓는 여러 명칭과 지식이 과연 적절한 것들인지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인간에 의해 할머니 닭이라고 규정지어진 닭이 멋진 엄마 닭이 된 것처럼요.
이번 작업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나 장면이 있으신가요?
이야기를 지어내는 과정은 퍼즐을 푸는 것처럼 즐거운데, 그림으로 풀어내는 것에 어려움과 걱정이 있는 편이에요. 구성과 배치를 어떻게 할지, 색은 어떻게 사용할지 등을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책이 거듭될수록 나아짐을 느끼지만, 이러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신혜영 편집자님과 하늘 민(윤소연) 디자이너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작품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에게 그림책이란? 어떻게 그림책 작가가 되셨는지 궁금해요!
어린이책을 공부하는 교사 모임에서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좋은 그림책을 모으다 보니 어느 순간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집에서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것과 비슷한 접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여러 그림책을 읽다 보니 그림책의 구조나 문법이 어느 정도 체득이 된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공부하고 만들기 위해 한겨레 그림책아카데미, 창비 그림책학교, 원주 일상예술 등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조금씩 방울토마토>, <모기와 춤을> 그리고 『우리 집 할머니 닭』까지 출간하게 되었네요.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하신데요, 어떻게 그림책 작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책 작업 과정에 대해 들려주세요.
그림책 작업은 즐거움과 보람이 함께하는 시간이지만, 초등교사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그림책 창작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균형을 맞추는 게 늘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16장면의 그림책을 염두에 두고, 우선 기승전결의 흐름으로 글 원고를 완성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되새기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합쳐 더미를 만들고요. 작업은 주로 주말이나 방학 때 집중적으로 하고요, 주중에는 이야기의 씨앗을 그때그때 메모형태로 많이 모아 두는 편입니다. 그림 작업은 주로 아이패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작업을 즐겨합니다.
초등교사이다 보니 아이들이, 집에서는 자녀가 씨앗을 물어다 줄 때가 많아요. 창작하는 입장에서 큰 복인데, 아직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우선순위는 아니에요. 아껴두는 것일 수도 있고, 제 삶 속에서 이야기를 찾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해 주세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봤으면 좋겠습니다. 닭을 키우자는 이야기도 아니고요, 달걀이나 닭고기를 먹지 말자는 이야기도 아니에요. 다만 제가 하고 있는 작은 실천을 알려드리면, 저는 마트에서 달걀을 살 때 껍질에 1번 또는 2번으로 새겨진 ‘동물복지란’을 사 먹어요.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인다면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 있는 닭들도 조금은 좋은 곳에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동물 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몇 년 전 평창의 오일장에서 닭을 만났을 때보다 훨씬 자주 오가는 것에 반가움을 느껴요. 『우리 집 할머니 닭』,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우리 집 할머니 닭
출판사 | 천개의바람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