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세계관 확장이 필요하다
저는 시간을 돌려받는 시대를 준비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AI를 통해 더 많은 시간이 우리의 삶으로 돌아오는 ‘낯선 시대’가 올 것 같은데, 그 시간을 각자가 매료된 것들로 채워 나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7.22
작게
크게


AI(인공지능)의 첫 등장은 경이로우면서도 낯선 충격을 주었습니다. 일상에 AI가 친숙하게 자리 잡은 지금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세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존재가 되었죠.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AI가 인간을 대체하리라는 걱정이 생기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유용한만큼 두려운 AI를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 거대한 기술이 만들어내는 낯섦과 공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요? 구글 임원 출신 이노레드 CEO 김태원이 AI 시대를 대비하는 방법을 수업의 형태로 정리한 『낯섦과 공존 : AI 시대의 세계관 확장 수업』을 출간합니다. 



『낯섦과 공존 : AI 시대의 세계관 확장 수업』은 어떤 책인가요?

우리나라가 ChatGPT 유료 구독자 수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 인구수를 고려하면 엄청난 순위죠. 역시 우리나라는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정말 빨라요. 요즈음 AI 안 쓰시는 분들 아마 없을 겁니다. 그만큼 AI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고, 인류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습니다. 지금의 AI 시대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세계예요.

새로운 세계를 보다 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세계관을 확장해야 합니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생각을 변화시키는 ‘문화’로 받아들이는 공존의 세계관이 필요하죠. 이 책은 그 새로운 공존의 방식을 찾아 떠나는 한 편의 ‘세계관 수업’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5문장으로 수업을 펼치며 독자 여러분의 세계관을 넓히고자 했어요. 저는 좋은 발표나 수업은 모두 대화처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도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저와 대화하듯 편하고 쉽게 읽으실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AI에 대해 가장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라고 하셨는데, 이 책이 AI를 다루는 다른 책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는 AI라는 가장 기술적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지금 이 시대는 우리가 ‘일의 의미(meaning of work)’와 ‘삶의 의미(meaning of life)’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인문학적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지금의 시대를 기술과 인문학의 입체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AI를 ‘새로운 도구’의 등장이 아니라, AI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한 시대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책입니다.

서점에 가보니 AI를 도구적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사용법’을 설명하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도구를 다루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AI가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온 기술과 다른 점은 우리의 상상력과 세계관의 크기에 따라 AI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AI가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을,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이를 통해서 우리에게 어떠한 관점, 문화, 일하는 방식, 태도 등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요즘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기업이 많은데, ‘공유’의 문화 없이 그저 값비싼 외장하드로만 쓰면 안 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제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가님께서는 AI를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지요? 

 ‘일상다반사’죠. 이제 AI는 ‘날마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떤 일을 할 때 ‘AI를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AI를 통해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할 정도로 제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스마트폰 첫 화면, 제 엄지 손가락이 가장 쉽게 닿는 곳에 구글 Gemini 앱이 자리 잡았습니다. 카카오톡 앱 옆에 자리했으니 제가 얼마나 자주 활용하는지 짐작이 되시죠? 

AI를 잘 쓰기 위해서 세계관의 확장이 필요한데, 동시에 AI를 통해 저의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아요. 예를 들어 개인적 경험이나 인사이트에 의존하는 기획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하여 기획에 깊이와 입체성을 더합니다. AI를 각 분야 전문가와 토론하듯 활용하며 다양한 관점을 통합할 수 있고, 특히 제 생각의 빈 곳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AI를 사용하다 보면 지적으로 의존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 스스로 생각을 확장하는 여정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AI에게 질문하기보다는 AI가 저에게 질문하게 합니다. 제 책에 있는 QR 코드를 찍으면 구글의 ‘NotebookLM’이라는 AI 서비스가 제 책 전체 내용을 바탕으로 팟캐스트를 생성한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 책 내용을 기반으로 남녀가 대화하는 것이 묘하게 긴장감을 줍니다. AI 시대가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이죠.

 

이 책에는 총 다섯 가지의 수업이 나오는데요, 가장 맘에 드는 에피소드 또는 강의가 어떤 부분인가요?

아, 선택하기 어렵네요. 그런데 저는 다섯 가지 수업보다 도입부 격인 ‘수업에 앞서 : 미술관에서 AI를 생각하다’를 좋아해요. 평소 영감을 받는 것을 좋아하고, 솔직히 말하면 창작자들의 고뇌를 즐기는 얄궂은(?) 버릇이 있는데, 미술관이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공간에서 AI 시대를 위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또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평소에 낯선 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걸 좋아하는데 AI 관련된 설명이나 강의를 할 때 미술관 이야기로 시작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하다가도, 그림과 그림이 걸린 벽의 색깔을 함께 보는 관점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시는 걸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평소에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서 스마트폰 데이터를 끄는 소위 ‘아날로그 샤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아날로그 샤워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미술관에서조차 AI에 대한 생각을 했다는 점이 우리가 얼마나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구글을 거쳐 현재는 ‘이노레드’의 공동대표로 일하고 계시죠. 하루 일과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무엇에 영감을 받으면 영감받은 내용과 그것에 대한 저의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서 제 메일로 보내는 습관이 있어요. 메모장에 적으면 다시 확인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 전날 제 메일로 보낸 영감의 조각들을 정리하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그렇게 시작하면 뭔가 저축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요. 적을 영감이 없는 날에는 정리해둔 기록들을 무작위로 읽어봅니다. 마치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기분이죠.

그러고 나면 사회생활을 하시는 여러분처럼 치열한 하루가 시작되죠. 미팅, 발표, 면담, 프로젝트 리뷰 그리고 수많은 의사 결정들까지. 구글 캘린더에 빼곡하게 계획을 세워놓고 일하는 편인데, 지킨 적은 별로 없어요.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1시간 미팅을 예상했더라도 10분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몇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내일이나 이번 주에 할 일을 조금이라도 미리 해놓을 수 있는 날에는 좀 여유로운 하루였구나를 느끼죠.

일에도 계절 같은 리듬이 있어서 매일, 주간, 분기별로 결정할 것과 챙겨야 할 것이 달라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다가 직원분들께 월급 드려야 할 날이 다가오면 출금을 승인하는 결재란에 사인을 하죠. 그러면 또 한 달이 지났구나를 느껴요. 어릴 적에는 어머니께서 “이제 노숙자분들이 추워서 어쩌나” 하고 안타까워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겨울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삶의 모습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낯섦과 공존』을 읽었으면 좋겠나요? 또는 이 책을 선물한다면, 누구에게 하고 싶으신지요?

모든 산업이 AI라는 같은 도구를 쓰는 시대가 되었으니, 독자분들을 특정 분야로 한정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삶 속에서 AI를 활용하게 될 모든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랍니다. 저 지금 욕심부리고 있는 거죠?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보면 새로운 기술에 적합한 워킹 모델이나 기업문화, 인재상을 고민하시고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님들을 만나보면 시대의 변화를 학생들과 자녀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지 고민하고 계시더라고요. 삶의 각 영역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AI 시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거죠. ‘AI 시대를 위한 세계관 확장 수업’ 1교시부터 5교시까지 모두가 같은 무게로 영감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각 영역별로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수업이 있을 것 같아요. 1교시와 5교시는 모든 분들에게, 기업에 계신 분들에게는 2교시와 3교시를,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는 2교시와 4교시를 좀 더 추천드리고 싶죠. 이렇게 말씀드리면서도 제 생각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책을 읽다가 예상치 못한 챕터나 문장에서 지적 희열을 느끼는 기분 또한 무척 유쾌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꿈꾸시는 앞으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어떤 시대를 준비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면, 저는 시간을 돌려받는 시대를 준비하라고 답합니다. AI를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면 더 많은 시간이 우리의 삶으로 돌아오는 ‘낯선 시대’가 올 것 같은데, 그 시간을 각자가 매료된 것들로 채워 나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4교시 제목처럼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영감의 원천’이니까요. ‘나 자신’이 있어야 공존도 가능하잖아요.

이 책의 제목을 정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낯섦과 공존’을 생각했는데,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몇 가지 제목이 떠올랐거든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낯섦과 공존’이 아닌 다른 제목 후보가 더 좋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죠.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통해 제가 전달하고자 했던 마음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제목을 선택하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결국 다시 ‘낯섦과 공존’으로 돌아왔어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낯섦’의 시대에도 제가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현실에 두 발을 디디고 서서 배우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걸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묘비에 쓰고 싶다는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는 말처럼요.


>> 크레마클럽에서 바로 읽기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