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 K-오컬트 판타지! 『불량 여신: 어둠을 쫓는 달』
K-오컬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연함은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주 같은 경우도 ‘망신살이 있으면 목욕탕에 가서 풀어라’라는 식으로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지요. 유연성이 이야기와 접목했을 때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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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를 사로잡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애니메이션 자체는 물론 극 중 아이돌 그룹인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를 향한 팬들의 열광이 식을 줄 모른다. 이 작품의 인기 요소는 매우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한국 전통 무속 신앙과 케이팝의 결합이라는 점이 단연 매력적이다.

 

『벽사아씨전』, 『영매소녀』 등 작품을 통해 K-오컬트 판타지 장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소설가 박에스더가 이번에는 달의 여신과 함께 돌아왔다. 『불량 여신: 어둠을 쫓는 달』은 첫사랑의 꾐에 빠져 인간 세계로 떨어진 ‘보름’이 다시 달로 돌아갈 힘을 모으기 위해 악귀 사냥에 나서는 액션 판타지 히어로 소설이다. 

 

신적 존재이지만 아픈 과거와 결핍을 가진 ‘보름’과 모시던 산신(山神)의 죽음에 복수를 꿈꾸는 ‘산호’ 그리고 잡귀에 제 존재를 잠식당하던 무당 ‘연화’까지. 과연 이들의 공조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인간 세계에 떨어진 달의 여신’이라는 콘셉트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요. 『불량 여신: 어둠을 쫓는 달』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이야기인가요? 

『불량 여신: 어둠을 쫓는 달』의 가장 처음 콘셉트는 판타지 여성 활극이었습니다. 거기에 오컬트와 관련해 ‘어떤 의뢰를 받고 해결하는 시원시원한 느낌으로 가자!’라는 생각이었고, 그때 주인공의 손에 무엇이 들렸을 때 비주얼이 가장 멋질까 고민하다 처음에는 무구(巫具)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에게 좀 더 강한 힘을 부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인간보다는 신적인 존재가 어울리지 않나 싶어서 전설과 신화에 나오는 여러 신을 고민하다 ‘달 선녀’에 이르렀습니다. ‘달 선녀’라고 하면 부드러운 느낌인데, 정반대의 이미지로 선보이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기도 달의 모습이 그려진 야구 배트로 설정했고 보름의 성격과 전체적인 분위기도 결정되었습니다. ‘어쩌다가 달의 여신이 땅에 내려오게 되었을까’라는 점을 고민하다가 신조차 흔들어놓을 수 있는 감정은 사랑이라고 생각했기에 사랑에 대한 과거사가 풀리게 됩니다.

그렇게 태어난 보름은 신이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결핍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있었으면 좋겠기에 산호와 연화의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신이지만 아픈 과거와 결핍이 있는 보름이 그것들을 직시하고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인 『벽사아씨전』, 『영매소녀』에 이어 이번 신작까지, K-오컬트 판타지 장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K-오컬트 판타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베리에이션이 굉장히 넓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인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 개연성이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아 전해지는 오컬트 자체가 이야기의 개연성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전설 하나를 뜯어본다고 하면 그 안에 왜 이런 전설이 만들어졌고 이런 이야기가 당시에 왜 필요했으며 어떤 점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졌고 현대에는 어떤 식으로 각색이 됐는지 각각의 이유가 다 있거든요. 그런 점들이 가지고 있는 개연성과 독특함이 재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K-오컬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연함 역시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주 같은 경우도 ‘망신살이 있으면 목욕탕에 가서 풀어라’라는 식으로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지요. 이런 유연성이 이야기와 접목했을 때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사회적 요소들이 진하게 녹아 있는 K-오컬트가 한국인 창작자로서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하기에 이야기에 많이 녹이는 편입니다. (앗, 실제로 제가 귀신을 보거나 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가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불량 여신: 어둠을 쫓는 달』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보름’과 대척점에 있는 ‘그믐’, 이 둘을 한국과 일본이라 두 나라에 갈라놓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일본은 한국과 가까이 있고 문화적 교류가 많으면서도 의외의 지점에서 너무나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일본은 신사도 많고 숭배하는 신들도 아주 많지요. 한국과는 뭐랄까, 좀 더 생활적인 면에서 신의 존재가 좀 더 느껴지는 것 같네요. 이런 다른 성향이 오컬트라는 장르에서 더 재밌는 대비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이 인간에게 취하는 태도나 인간사에 개입하는 느낌이 한국과 일본이 달라서 흥미로워요. 아무래도 지리적, 문화적 특성이 신의 성격에도 반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믐이 일본으로 가게 된 이유는 첫 번째가 달에서 떨어졌던 한국(당시는 조선)과 가까웠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자신이 먹어치울 수 있는 신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바다를 건너면 자신의 기척을 지우는 데 훨씬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귀)신은 큰 물을 건널 수 없다는 오컬트적 요소가 있는데 그것을 차용했습니다. 

 

작품은 오컬트 판타지 장르이기도 하지만, 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작가의 말을 보면 ‘보름’과 ‘김현’의 관계를 ‘썩어가는 복숭아 향기’라고 정의하셨습니다. ‘보름’과 ‘김현’ 그리고 ‘산호’까지, 셋의 로맨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보름과 김현은 서로가 첫사랑입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첫사랑이 되어버렸지요. 보름에게는 순수하고 낭만적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가져가서 결국 신의 자리마저 내놓고 그와 세상의 끝까지 함께 할 용기를 주었던 사랑이었지만 결국은 가장 뼈아픈 배신을 당하게 만든 요인이었습니다. 김현은 사랑에 빠지지 않아야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져버린 불행한 인간입니다. 사랑에서 시작해서 증오로 가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 가장 아래에는 사랑이 남아 있어서 어쩔 수 없던 신과 인간의 로맨스입니다. 그렇기에 썩고 변질되었어도 ‘사랑’이라고 했을 때 서로를 떠올릴 수밖에는 없을 겁니다. 물론 김현의 사랑에는 독점욕이 좀 더 많이 섞여 있네요. 

산호는 그런 김현과는 반대되는 지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건 종족의 차이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겠군요. 김현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이 아닌 삶을 살았지만, 산호는 본래가 산군으로 태어났으니까요. 게다가 산호는 산군 중에서는 가장 막내입니다! 산군의 나이로 따지면 이제 막 성인이 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팔팔하고 사랑에도 겁이 없고 순수하게 달려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이 보름에게 의외로 어필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실제 나이는 차이가 나지만 정신연령은 둘이 비슷해서 투닥거리는 장면들도 많이 나오는데 오히려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게 보름에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였을 겁니다. 신으로 태어난 보름에게 처음으로 동등한 인격체로서 나타난 존재니까요. 아마 앞으로 둘은 서로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바로 말하고 바로 수긍하는 느낌으로 잘 지낼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제 산신과 산군으로 엮여 있으니까요. (가끔 보름이 산호더러 ‘호랑아’라고 부르는 몇몇 장면이 있는데 지내면서 나름의 애칭이 되었을 것 같네요.)

 

『불량 여신: 어둠을 쫓는 달』에는 산신(山神)을 모시는 산군(山君)이라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마고’의 산군인 ‘산호’는 호랑이, ‘선문’의 산군은 사슴, 그리고 나비의 모습을 한 산군도 있는데요. 많은 동물 중 호랑이, 사슴, 나비를 산군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산군’이라는 말 자체가 본디 호랑이를 높여 부르는 단어였습니다. 옛날에는 무섭거나 액을 부르는 것들을 직접 지칭하지 않고 다르게 돌려 부르는 풍습이 있었거든요. 산마다 살던 호랑이를 산군이라고 부르면서 존중하고 호랑이들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듯합니다. 그렇기에 산호는 산군 중의 정통 산군 같은 느낌으로 호랑이를 선택했습니다. 작중 산호의 귀가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좀 귀여웠으면 좋겠다는 속셈도 있었습니다. 내용에는 없었지만 집에서는 꼬리를 보일 때도 있는데요. 꼬리의 움직임으로 산호의 기분 파악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선문은 지금까지도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산신으로 나오지요. 본래 이름은 ‘선문대할망’입니다. 활동지역은 당연히 제주도이고요. 그렇기에 선문의 산군은 ‘하얀 사슴’이라는 뜻의 한라산 백록담에서 따왔습니다. 한라산에 하얀 사슴이 나타나면 좋은 징조라는 말도 있더군요. 

나비는 일단 그동안 등장했던 산군과는 다른 느낌이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나비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해당 산신과 연관이 있던 사람의 영혼이 산군이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보름’은 자신이 떨어져 내린 달로 다시 올라가기 위해 악귀 사냥에 나서지만, 결국엔 ‘산호’, ‘연화’와 함께 인간 세계에 머물기를 택합니다. ‘보름’의 선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을까요?

달로 다시 올라가는 건 보름이 인간 세계의 삶을 견디게 해주는 목표였습니다. 처음 땅으로 내려온 보름에게 인간계는 지옥에 가까운 느낌이었으니까요. 사랑에 배신당하고 신으로서의 자아도 추락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보름은 스스로 땅에서 지낼 곳을 만들어냅니다. 집이자 새로운 가족이 있는 곳을 말이죠. 결국 어떤 가족을, 어떤 사랑을, 어떤 미래를 선택할 건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마 보름이 계속해서 복수에만 집착했다면 이 땅에서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보름은 땅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영귀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들에게 살 곳을 만들어주고 쓸모를 찾아줍니다. 그런 행동들이 결국 보름에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는 결과로 되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보름의 선택은 월신으로 태어나서 월신의 자리에 오르는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고 지키고 의미를 찾고 선택한 운명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계획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가 소개를 쓸 때 항상 넣는 말이 ‘기억에 남는 글을 쓰고 싶다’인데 앞으로도 기억에 남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왕 이렇게 발을 디뎠으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 저는 책을 내기 전까지 작가 소개 글을 작가 본인이 쓰는 건지 모르고 있었답니다. 그렇기에 매번 작가 소개 글을 쓰면서 기억에 남는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됩니다.) 또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보여드리고 싶은 여러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즐겁게 읽었던 모든 장르로 한 편씩 이야기를 내보는 것이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히든 목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말하면 너무 뻔한 대답이겠지요? 

일단 앞으로도 여성이 주연인 이야기를 쓸 예정이고 신작들 역시 어느 정도 오컬트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을 듯합니다. 조금씩 뻗어나갈 제 이야기의 줄기와 꽃을 여러분들께서도 즐겁게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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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