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가 필요할 때는 타이완
타이완이 좋은 이유에 대해 다른 여행작가와 얘기해봐도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작가는 곧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첫 번째로 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십분 공감할만한 말이다. 다른 듯 하지만 같다. 변하지 않는 친근함과 편안함이 있다.
글ㆍ사진 박형욱(도서 PD)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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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갈 때쯤 되면 '여긴 다시 와야지.', '다시 오게 되겠다.' 싶은 곳이 있다. 타이완은 일정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던 곳. 다음엔 여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지, 다음엔 그렇게 가면 더 편하겠다, 다음엔 헤매지 않을 것 같다. 다음엔, 다음엔, ...... (물론 백 번 가면 아흔 아홉 번 헤맬 것 같은 곳도 있다.) 몇 번을 다시 올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계속 그리워하겠구나 싶었던 곳이고 그렇다 보니 언제 어떻게 만나든 반가운 곳이다.


우린 지친 거야. 멀고 낯선 여행길과 여행하는 삶에 지친 거야. 돈을 벌려고 글을 쓰는 데 지쳤고, 사람에 지쳤고, 삶에 지쳤던 거지. 그런데 타이완에 가면 그들의 소박한 삶과 정 덕분에 마음이 푸근해지는 게 아닐까?  (6쪽)


타이완이 좋은 이유에 대해 다른 여행작가와 얘기해봐도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작가는 곧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첫 번째로 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십분 공감할만한 말이다. 다른 듯 하지만 같다. 변하지 않는 친근함과 편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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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 년 동안 일곱 번, 타이베이 도심부터 타이난, 컨딩까지. 타이완 전역을 만난 '오래된 여행자'의 여행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책은 지역 별 여행, 최북단과 수도권 여행,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타이완의 이야기로 나뉘어 있고, 가장 궁금했던 건 여행 당시에 처음부터 강한 인상을 주었던 룽산쓰와, 역시 또 한번의 타이완 여행을 기대하게 하는 최남단의 컨딩이었다.

 

룽산쓰는 타이베이 사람들의 정신적 버팀목으로 참배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몇 백 년 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본성인들은 룽산쓰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나중에 화롄에서 만난 청년은 "타이완 사람들에게 룽산쓰는 특별하다."라며 열변을 토했다.  (45쪽)

 

알 것 같다. 여행자들에게도 현지인들에게도 필수 참배코스인 룽산쓰, 용산사는 입구에서부터 압도적이었다. 사원 내를 가득 채운 향냄새와 사람들, 과거로부터 쌓여왔을 도무지 몇 명일지 짐작도 안 되는 사람들의 바람과 기원, 간절함이 한꺼번에 덮쳐왔고, 그 광경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무게감에 울컥해 그곳에 대한 타이완 사람들의 애정을 납득하게 됐다.

 

그리고 컨딩


타이완 관광객들이 이곳 컨딩에 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 근처에는 수많은 희귀한 나무와 동굴이 있는 컨딩 삼림유락구와 일몰을 보고 철새를 관찰하며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컨딩 국립공원이 있고,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타이완 최남단인 어롼비가 나온다. (126쪽)


컨딩은 영상과 사진으로 본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던 곳이다. 서핑과 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자연환경, 타이완의 첫 번째 국가공원으로 지정된 곳, 외지인보다는 타이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 물론 여느 여행지와 다를 바 없이 방문객이 많은 시즌이 되면 분명 북적이고 시끄러워질 테지만 그래도 왠지 한 걸음쯤 천천히 걸어도 될 것 같은, 나와 같은 속도로 걷는 사람들이 꽤 있지 않을까 싶은, 괜히 더 기대하게 되는 곳이다.

 

번화한 도시 한복판도 자연이 빚어놓은 놀라운 풍경의 한가운데도 한가롭게 거닐고 싶은 해변도 좋다. 작가의 말처럼 삶이 힘들어 떠나고 싶지만 낯선 땅으로의 여행이 귀찮게 느껴진다면 한번쯤 타이완에 가보자. 느긋한 여행자가 되어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다 보면 문득 행복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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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타이완을 만났다이지상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행작가 이지상이 2011년 출간한 타이완 여행에세이집의 개정증보판. 이 책은 삶의 고비에서 ‘여행작가 인생’의 출발점인 타이완을 찾아 삶을 되돌아본 성찰의 기록이자, 20여 년간 일곱 번 타이완을 다녀온 경험이 망라된 읽을거리 풍성한 여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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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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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죠

2015.02.26

타이완은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것 같아서 관심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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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2.25

이십여 년 동안 일곱 번이나 타이베이 도심부터 타이완 전역을 훝은 '오래된 여행자'의 여행기라니 흥미로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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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m

2015.02.25

타이완에 대해 잘 모르는데, 편안함과 친근함이 있다니 궁금한 나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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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