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반 이상의 시간을 집 또는 개인의 공간에서 보낸다. 나만의 특별한 공간을 좋아하는 만큼 취향에 맞는 소품으로 채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소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더 포스터 북』 은 낱장으로 뜯어 집을 꾸미는 포스터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소중한 공간에 작은 전시회를 열어보자. 이번 『더 포스터 북』 시리즈에 참여한 ‘댄싱스네일’ 저자는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의 에세이 작가이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의 표지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다. 총 10점의 작품에 담긴 저자의 생각은 무엇일까?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의 저자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등의 표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히 활동 중인 댄싱스네일 작가님. 『더 포스터 북』 으로 돌아오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는 저의 에세이를 제외하고는 다른 작가님의 글에 제 그림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작업을 여럿 해왔는데요. 이번 『더 포스터 북』 작업은 온전히 제 취향의 그림들이 작품집처럼 엮일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편집자님께서 제 취향을 많이 존중해주신 덕분에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었고,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에 제 그림들이 남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 설레요.
『더 포스터 북』 을 통해 하나의 주제를 10점의 작품으로 풀어내셨는데요, ‘타인의 온기와 안정감’이라는 주제를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작업하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끔은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혼자 있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인데도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아요. 사람도 동물이잖아요. 포유류는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해야 맛집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메울 수 있어요. 그리고 현재 준비 중인 다음 에세이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요. 그 연장선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을 그림으로도 풀어보고 싶었어요.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함께’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함께한다는 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이슈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함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거리조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이상적인 ‘함께’란 곧 ‘따로 또 같이’에요. 비단 사람과 함께할 때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또 사물과 세계가 함께 할 때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누구든, 무엇이든 자기 공간은 필요하니까요. 그들의 세계를 존중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은 제가 그걸 잘 못하는 편이라 항상 염두에 두려 해요.
『더 포스터 북』 서 만난 작가님의 그림은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도서 일러스트의 경우 글의 분위기에 맞춰 작업해야 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어 제 개인적인 취향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 『더 포스터 북』 작업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무늬’였는데요. 평소에 보호색이나 무늬를 띄는 동물이나 식물이 참 흥미롭게 느껴졌고 사람에게도 그런 보호색이나 무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복잡한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아무에게도 찾아지지 않고 싶을 때, 그냥 풍경 속에 녹아들 수 있다면 하는 상상이요. 그래서 모든 그림마다 무늬나 색으로 배경과 인물이 마치 붙어있는 것처럼 표현했는데요.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서 분리되지 않고 스며들어 있어도 충분히 안전할 수 있는 그런 세계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또 그림의 분위기를 나른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너무 쳐지지 않도록 대비가 강하고 선명한 색들을 많이 사용했는데요. 의도적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야수파의 강한 색채를 좋아해요. 보통은 파스텔 톤처럼 다운된 톤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원색도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람으로 치면 표현은 거칠어도 속은 따뜻한 사람 같은, 그런 그림인 거죠.
<어느 퇴근길의 온기>
『더 포스터 북』 에 담긴 10점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그림이 있을까요?
그림을 다 그리고 보니 ‘어느 퇴근길의 온기’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작가의 이름도, 제목도 기억이 안 나는 제 기억 속의 어떤 그림이 있거든요. 어릴 때 어딘가에서 보았던 일러스트인데 지하철 안으로 눈이 쌓여 있는 몽환적이고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이었어요. 따로 저장해두지 못해서 잃어버렸지만 머리와 마음에 남아있던 장면이라 나름의 오마주해본 그림이에요. 일상적인 공간에서 환상적인 순간이 펼쳐지는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게 특히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또, 저의 어릴 적 감성을 떠오르게 하기도 해서 더 마음이 가기도 하고요.
『더 포스터 북』 이 셀프 인테리어에 제격인 책이잖아요. 실제로도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사랑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댄싱스네일 작가님만의 인테리어 팁이 있나요?
안타깝게도 인테리어 쪽으로는 특별히 소질도 없고 관심도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무조건 판매량 높은 순으로 깔끔한 색의 가구를 선택해 인테리어를 하는 편인데요. 그렇다 보니 팁이라고 하기엔 비루하지만 굳이 꼽자면 수납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무리 청소를 해도 자꾸만 책상이나 탁상에 짐들이 쌓여서 금방 지저분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넓고 손이 잘 닿는 곳에 수납공간을 만들고 지저분한 것을 잘 숨기는 것이 나름의 팁이에요.
『더 포스터 북』 과 함께해 주신 댄싱스네일 작가님, 마지막으로 『더 포스터 북』 시리즈에서 만나고 싶은 동료 작가나 작품이 있나요?
동료이자 팬이기도 한 마담롤리나(@madame_lolina_) 작가님을 추천해요. 서정적인 톤과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이끌어내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인테리어용 포스터로 참 잘 어울리는 그림들인 것 같아요.
*댄싱스네일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 에세이 작가. ‘미드’로 인생 배우기 유단자. ‘집순이’가 체질이자 숙명이며 우울함 속에 숨겨진 위트를 찾아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꽤 오랜 기간 무기력증, 우울증, 불안증을 겪어 오며 매일 스스로 ‘나만 이상한 건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내겐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걸 충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나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속 상념을 털어 내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세상 모든 ‘어른이’들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니 괜찮아’라고 토닥일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본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등 다수의 도서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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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댄싱스네일댄싱스네일 그림 | arte(아르테)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관계를 찾는다. 하지만 동시에 반드시 혼자일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조금 힘을 빼고 가만히 느껴보면, ‘함께’의 의미를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