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서태지’를 폐기한 ‘제 1의 G-드래곤’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2위’에 오르는 이 상황에서 누군가의 내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하는 바는 앞으로 G-드래곤의 행보가 ‘산업이 출산한 아이돌’의 ‘미래’가 될 것이며, 머지않아 그들의 ‘워너비’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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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된 양현석 키드
“서태지 vs 양현석” 이라는 수식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그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보컬-댄서’, ‘창작자-공연자’라는 역할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현석이 ‘YG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빅뱅과 2NE1을 히트시키고, 싸이와 에픽하이를 영입함으로써 두 사람의 입지는 비등해졌다. 물론 둘을 억지로 한 판에 올려놓고 단순한 잣대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한 쪽은 음악사에, 한 쪽은 음악 산업을 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장 가까운 동료로 출발하여 가장 다른 형태의 활동으로 대한민국 음악계의 거물이 되었다. 양현석, 그러니까 YG엔터테인먼트의 중추가 ‘G-드래곤’이라는데는 별로 이견이 없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 핵심멤버는 서태지와 굉장히 닮아있다.
서태지와 G-드래곤의 유사점은 양현석의 ‘전략적 의도’일 수도, ‘본능적 습득’일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진로 방향의 일치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리더인 G-드래곤은 데뷔 때부터 작사, 작곡 능력을 부각시키며 아티스트행 진입로를 닦아왔다. 이후 빅뱅은 물론이고 GD&TOP, 2NE1과의 주도적인 작업으로 프로듀서와 작곡가로서의 경력도 착실히 쌓았다. 솔로 2집에 와서는 음악 뿐 아니라 마케팅, 컨셉도 스스로 결정하며 주체적인 역량을 발휘한다. 여기서 잠시 살필 점은 < One of a Kind > 활동당시, 음악프로그램 2번, 쇼프로그램 1번, 라디오 2번의 제한적인 방송 내역이다. 이는 서태지가 솔로로 전향한 후 보여 온 방식과 흡사하다. 이런 폐쇄적인 활동은 뮤지션 스스로가 의도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용이하고, 노출을 최소화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다.
각종 스캔들에 대한 ‘정면 돌파’도 공통된 스타일이다. 서태지는 「Come back home」 표절의혹이 제기되자 표절로 지목된 곡의 원작자-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에게 자신의 테이프를 보냈고, 콘(Korn)과의 표절 시비가 있을 때는 아예 콘을 한국에 초대해 합동공연을 했다. 이는 어렵지 않게 ‘G-드래곤의 표절 시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역시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의 표절논란을 비교대상이었던 플로 라이다(Flo Rida)와 한 무대에 서면서 진화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닮을 순 없네 날 세상에 알릴 거야
나 역시 그 누구를 따라 하진 않겠어 나의 유일함을 위해”
-서태지와 아이들 「수시아」
음악에 담은 ‘삶의 모토’나 ‘지향점’도 일정부분은 빼닮았다. 두 뮤지션 모두 여러 노래에서 ‘유일한 존재, 나다운 내가 되어야 한다’고 노래한다. 특히 G-드래곤에게 이런 ‘단독성의 의지’는 아이돌의 약점 -기획사가 만들어주는 데로 노래하고, 입혀주는 데로 입는 꼭두각시-에서 탈피하여 자신만의 독보적인 자리를 획득한다. 서태지의 「수시아(誰是我 유일한 나)」 선언은 십수년이 지나 G-드래곤의 1집 「Korean dream」과 솔로 2집 < One of a Kind (유일한 사람) >에 움터있다.
“날 좀 내버려 두세요 (중략) 내 맘대로 할래요
우린 뭔가 다를래요 (어떻게-) 남들처럼 안할래요 (저렇게-)”
-G-드래곤 「Korean Dream」
물론 G-드래곤의 ‘아티스트’에 대한 갈망은 때로는 강박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리하게 ‘작사’, ‘작곡’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바람에 ‘대리 작곡’ 의혹을 부추겼다. 하지만 최근 솔로 2집에 이르러 이런 ‘강박’을 서서히 극복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동안 ‘장르적인 도전’은 종종 있어왔지만 (솔로 1집의 「악몽」에 이어 2집에서도 김윤아(자우림)와 김종완(넬)의 협업으로 록과의 교류를 시도한다.) 무엇보다 도끼와 작업한 「불 붙여봐라」는 놀랍다. 그동안 힙합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정통힙합에 대한 접근은 많지 않았다. 도끼는 힙합씬에서 실력으로 검증된 래퍼였고, 종종 지드래곤과 비교(?)대상이 되곤 했는데, 그런 그와 정면으로 맞붙은 것이다. 「불 붙여봐라」는 속된 말로 계급장 떼고 당당하게 자웅을 가리며, 몇몇 비평가와 매니아의 편견에 돌직구를 던진다.
‘제 2의 서태지’를 폐기한 ‘제 1의 G-드래곤’
이제부터는 온전히 G-드래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G-드래곤은 서태지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뚜렷하게 ‘G표 타입’을 내세우며 ‘제 2의 누구’라는 거추장스러운 직함을 경계한다. 서태지가 사생활을 거의 감춘 ‘순고한 영웅’에 가깝다면 그는 ‘불경한 악동’이다. 그는 주저 없이 번쩍거리는 액세서리로 자신을 치장하고, 건들거리며, 자신감에 가득 차 ‘Why so serious?’을 외친다.
G-드래곤의 가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에 대한 강한 나르시즘이고 하나는 러브송이다. 그는 까칠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일찍부터 그의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여성들의 몸매와 섹시한 군무가 고스란히 등장했으며, 성 표현에 있어서 상당히 노골적이다. 이는 최근 G-드래곤의 이미지에 자주 나타나는 퇴폐미와도 상통한다. ‘퇴폐’에 ‘아름다울 美’가 붙는 이유는 일반적이고 고루한 관습을 어지럽히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G-드래곤만큼 이 ‘美’를 능숙하게 쓰는 뮤지션도 드물다. 퍼포먼스나 패션 감각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출중하며, ‘잇 아이템(It item)’과 ‘핫 트랜드(Hot trend)’를 찾아내 손질할 줄 안다. 이것은 그를 돋보이게 하는 유용한 감각이자, 다른 아티스트들과 분명한 차별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2위’에 오르는 이 상황에서 누군가의 내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하는 바는 앞으로 G-드래곤의 행보가 ‘산업이 출산한 아이돌’의 ‘미래’가 될 것이며, 머지않아 그들의 ‘워너비’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서태지 vs 양현석” 이라는 수식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그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보컬-댄서’, ‘창작자-공연자’라는 역할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현석이 ‘YG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빅뱅과 2NE1을 히트시키고, 싸이와 에픽하이를 영입함으로써 두 사람의 입지는 비등해졌다. 물론 둘을 억지로 한 판에 올려놓고 단순한 잣대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한 쪽은 음악사에, 한 쪽은 음악 산업을 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장 가까운 동료로 출발하여 가장 다른 형태의 활동으로 대한민국 음악계의 거물이 되었다. 양현석, 그러니까 YG엔터테인먼트의 중추가 ‘G-드래곤’이라는데는 별로 이견이 없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 핵심멤버는 서태지와 굉장히 닮아있다.
서태지와 G-드래곤의 유사점은 양현석의 ‘전략적 의도’일 수도, ‘본능적 습득’일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진로 방향의 일치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리더인 G-드래곤은 데뷔 때부터 작사, 작곡 능력을 부각시키며 아티스트행 진입로를 닦아왔다. 이후 빅뱅은 물론이고 GD&TOP, 2NE1과의 주도적인 작업으로 프로듀서와 작곡가로서의 경력도 착실히 쌓았다. 솔로 2집에 와서는 음악 뿐 아니라 마케팅, 컨셉도 스스로 결정하며 주체적인 역량을 발휘한다. 여기서 잠시 살필 점은 < One of a Kind > 활동당시, 음악프로그램 2번, 쇼프로그램 1번, 라디오 2번의 제한적인 방송 내역이다. 이는 서태지가 솔로로 전향한 후 보여 온 방식과 흡사하다. 이런 폐쇄적인 활동은 뮤지션 스스로가 의도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용이하고, 노출을 최소화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다.
각종 스캔들에 대한 ‘정면 돌파’도 공통된 스타일이다. 서태지는 「Come back home」 표절의혹이 제기되자 표절로 지목된 곡의 원작자-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에게 자신의 테이프를 보냈고, 콘(Korn)과의 표절 시비가 있을 때는 아예 콘을 한국에 초대해 합동공연을 했다. 이는 어렵지 않게 ‘G-드래곤의 표절 시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역시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의 표절논란을 비교대상이었던 플로 라이다(Flo Rida)와 한 무대에 서면서 진화했다.
나 역시 그 누구를 따라 하진 않겠어 나의 유일함을 위해”
-서태지와 아이들 「수시아」
음악에 담은 ‘삶의 모토’나 ‘지향점’도 일정부분은 빼닮았다. 두 뮤지션 모두 여러 노래에서 ‘유일한 존재, 나다운 내가 되어야 한다’고 노래한다. 특히 G-드래곤에게 이런 ‘단독성의 의지’는 아이돌의 약점 -기획사가 만들어주는 데로 노래하고, 입혀주는 데로 입는 꼭두각시-에서 탈피하여 자신만의 독보적인 자리를 획득한다. 서태지의 「수시아(誰是我 유일한 나)」 선언은 십수년이 지나 G-드래곤의 1집 「Korean dream」과 솔로 2집 < One of a Kind (유일한 사람) >에 움터있다.
우린 뭔가 다를래요 (어떻게-) 남들처럼 안할래요 (저렇게-)”
-G-드래곤 「Korean Dream」
물론 G-드래곤의 ‘아티스트’에 대한 갈망은 때로는 강박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리하게 ‘작사’, ‘작곡’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바람에 ‘대리 작곡’ 의혹을 부추겼다. 하지만 최근 솔로 2집에 이르러 이런 ‘강박’을 서서히 극복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동안 ‘장르적인 도전’은 종종 있어왔지만 (솔로 1집의 「악몽」에 이어 2집에서도 김윤아(자우림)와 김종완(넬)의 협업으로 록과의 교류를 시도한다.) 무엇보다 도끼와 작업한 「불 붙여봐라」는 놀랍다. 그동안 힙합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정통힙합에 대한 접근은 많지 않았다. 도끼는 힙합씬에서 실력으로 검증된 래퍼였고, 종종 지드래곤과 비교(?)대상이 되곤 했는데, 그런 그와 정면으로 맞붙은 것이다. 「불 붙여봐라」는 속된 말로 계급장 떼고 당당하게 자웅을 가리며, 몇몇 비평가와 매니아의 편견에 돌직구를 던진다.
‘제 2의 서태지’를 폐기한 ‘제 1의 G-드래곤’
이제부터는 온전히 G-드래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G-드래곤은 서태지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뚜렷하게 ‘G표 타입’을 내세우며 ‘제 2의 누구’라는 거추장스러운 직함을 경계한다. 서태지가 사생활을 거의 감춘 ‘순고한 영웅’에 가깝다면 그는 ‘불경한 악동’이다. 그는 주저 없이 번쩍거리는 액세서리로 자신을 치장하고, 건들거리며, 자신감에 가득 차 ‘Why so serious?’을 외친다.
G-드래곤의 가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에 대한 강한 나르시즘이고 하나는 러브송이다. 그는 까칠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일찍부터 그의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여성들의 몸매와 섹시한 군무가 고스란히 등장했으며, 성 표현에 있어서 상당히 노골적이다. 이는 최근 G-드래곤의 이미지에 자주 나타나는 퇴폐미와도 상통한다. ‘퇴폐’에 ‘아름다울 美’가 붙는 이유는 일반적이고 고루한 관습을 어지럽히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G-드래곤만큼 이 ‘美’를 능숙하게 쓰는 뮤지션도 드물다. 퍼포먼스나 패션 감각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출중하며, ‘잇 아이템(It item)’과 ‘핫 트랜드(Hot trend)’를 찾아내 손질할 줄 안다. 이것은 그를 돋보이게 하는 유용한 감각이자, 다른 아티스트들과 분명한 차별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2위’에 오르는 이 상황에서 누군가의 내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하는 바는 앞으로 G-드래곤의 행보가 ‘산업이 출산한 아이돌’의 ‘미래’가 될 것이며, 머지않아 그들의 ‘워너비’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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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danke52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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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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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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