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이라도 어릴 때 꼭 해야 할 것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제목만 봐도 느낌이 전해진다. ‘한 살이라도’ 젊은 청춘의 특권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 책의 제목은 무모함 혹은 패기, 모험, 도전 따위의 단어로 갈음해도 어색함이 없다. 그렇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무엇’을 하기로 결심한 용감한 ‘그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글ㆍ사진 엘프에디터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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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 번째 월요일 저녁, 홍대 상상마당 까페에 「아랫집 시누이」의 김진,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필냉이의 고양이 일기」의 필냉이 작가 세 사람이 있었다. 평소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바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몽골로 동반여행을 떠난 주인공들이다. 30일간의 여로를 담은 릴레이 웹툰 「한 살이라도 어릴 때」의 단행본의 출간을 맞아 작가와 독자들이 만났다.

세 작가가 수줍게 소개를 마치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를 설명해달라는 사회자의 부탁이 이어졌다. 첫 질문부터 세 작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 머뭇거린다. 필냉이 작가의 대답으로 어색한 공기가 깨졌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몽골로 떠나는 작품이다.(좌중 웃음) 여행기를 옛날부터 기획했지만 사실 여행이라는 게 가자고 말은 하면서도 막상 떠나기 어렵다. 이번엔 세 사람이 합심해서 나머지 멤버들마저(필냉이 작가는 작년에 결혼했다.) 결혼하기 전에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웹툰의 컨셉 자체가 몽골여행기인 만큼 하필 왜 몽골을 선택했는지에 관한 독자들의 질문이 많았다. 유럽은 많이 가니까 잘 안가는 나라 중에 선택하게 되었다는 필냉이 작가의 싱거운 대답이 이어졌다. 김진 작가는 오지에서의 삶을 경험해보고 싶어 아프리카도 생각을 해봤지만 정보가 많지 않아, 몽골로 자연스럽게 결정했다고 답했다.

여행지 선택의 이유가 어찌됐건, 북살롱 신청 댓글로 만화를 보고 몽골여행을 결정한 독자들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네이버에 연재되어 평점 9.9에 이를 정도로 매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니만큼 독자들의 열기가 후끈했다.




낯선 여행지가 두렵지 않았던 이유, 함께라서

웹툰을 보면, ‘아빠’, ‘엄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가이드 두 명이 나온다. 어떻게 처음 알게 된 건지?

김진 : 소개를 받았다. 몽골은 가이드가 없으면 다니기 힘들다. 우리가 만난 ‘아빠’, '엄마‘처럼 한국말이 가능한 가이드도 많다.

낯선 환경에는 어떻게 적응했는지?

서나래 : 그냥 잘한 것 같다. (웃음) 걱정을 많이 하고 떠난 것도 아니었다. 다같이 못 씻고 다같이 고생하니까 오히려 동지애가 느껴졌다. 다행히 음식도 맛있었다.

몽골의 매력포인트를 한 가지씩 꼽는다면?

필냉이 : 웹툰에도 나오는데 동물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아무것도 막혀있지 않은 허허벌판에 그림같이 펼쳐진 하늘, 손에 닿을 것 같은 구름이 눈 감으면 떠오른다.

김진 : 밤하늘의 별을 본 것도, 초원에서 허허벌판에서 텐트 하나에서 자는데 여기에 우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

서나래 : ‘허르헉’이라고 뜨겁게 달군 자갈을 넣어 야채와 고기를 익혀서 먹는 몽골전통요리가 기억에 남는다.(「한 살이라도 어릴 때」 10화에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 웹툰에 나오는 밤하늘 사진은 우리가 느낀 감동의 10분의 1도 못 담은 사진이다. 실물은 정말 끝없이 펼쳐져있다. 자연경관은 몽골을 따라올 데가 없다.

단답식 문답이 이어지자 취조당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회자의 농담이 있을 정도로 세 작가들은 이 자리를 어색해했다. 하지만 사회자가 미처 담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묻자 단행본에 다 담겨있다는 김진 작가의 목소리엔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이들이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사람들은 여행가면 싸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세 작가는 한 번도 다툼은 없었다고 말한다. 낯선 여행지라서 그런지 더 배려하고 양보하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여행기 안에 묻어나는 깨알 재미

세 작가는 모두 소소한 생활의 이야기를 담은 ‘생활툰’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도 작가들의 색깔을 덧입었다. 몽골의 자연경관과 진기한 생활양식들이 담겨있으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작가들 저마다의 개성이 웹툰 속에 잘 녹아있다.

서나래 : 작가는 여기서 알던 그 모습이 그대로 몽골에서도 나온다.

김진 : 서로 의성어를 많이 쓴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무언가를 집을 때 ‘쉭’ 소리를 낸다든가.(웃음) 그래서 우리 모두 오덕후 같은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필냉이 : 두 사람들을 통해 내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았다.

한회씩 릴레이 연재하는 형식인데, 특별히 중점을 둔 사항이 있다면?

서나래 : 사실 연재하고 시간이 조금 흘렀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제일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웃음) 혼자 그릴 때는 소재를 맘대로 정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에피소드가 겹치지 않게 앞사람과 조율을 해야 했다. 소재 선정이 관건이었다.

이제 곧 단행본으로 나오게 되는데, 웹툰과 단행본의 차이점이 있다면?

김진 : 책장을 넘기는 것과 스크롤을 내리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그것에 맞게 편집을 다시 해야 했다. 물론 추가적인 내용도 있다.

제목선정 시 「결혼 전에 한번 다녀오는 게 좋지」, 「우리는 항상 배고프다」등이 후보로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 여행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기록을 남길 생각을 했는지?

필냉이 : 틈틈이 차로 이동할 때마다, 캠프 숙소로 돌아와서는 무조건 기록을 했다. 재밌는 장면은 콘티로 간단히 그리기도 했다.

서나래 : 내가 웃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활툰은 내 일상 중 재밌는 것을 골라 기록하다 보니 영원히 남는 것 같다. 슬펐던 것, 우울한 것은 잊혀지고 재밌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다만 캐릭터와 작가가 일체화되다보니, 나를 직접 만나보면 엄청난 실망을 하시는 것 같다.(웃음)

김진 : 개그감각은 딱히 없다. 개그보다는 소소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그걸 재밌게 봐주시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사실 시작도 그렇게 했다. 별거 아닌 생활을 그림으로 그린 것을 친구들이 재밌게 봐줬고, 어떻게 하다가 작가까지 되었다. 단점은 서나래 작가와 비슷하다. 작가와 캐릭터의 차이까지 그리지 못해 죄송하다. (웃음)

필냉이 : 보통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소재를 찾는 편이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소재로) 써먹을 테니 비밀을 요구하기도 한다.

마지막 부분에 김진 작가의 목소리로 ‘나에게 여행이란 플레이리스트에 음악이 추가되듯 인생의 소중한 기억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라는 멋진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

서나래 :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다. ‘당신에게 만화란? 한 단어로 말하세요.’ 같은 류의. 여행이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같고, 즐거운 일인 것 같다.

김진 : 여행이란 다녀오면 또 바로 가고 싶은 것 같다.

필냉이 :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이다. 한 달 있다가 일상으로 오니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게 있는 것 같다. 복잡하고 힘들다면 짧은 여행이 아닌 긴 여행을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세 작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작품 연재와 구상에 전념 중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는 떠나기로 결심한 이에게는 자극을, 당장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소박한 위로를 전한다. 휘발되는 기억을 선과 면으로 꾹꾹 눌러 담은 그녀들의 재능이 부러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소박하지만 찬란하게 담아내는 그녀들의 다음 편이 기대된다. 꼭 몽골이 아니더라도 다음 번 여행 때는 연습장과 그림도구를 챙겨 넣을 이들이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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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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