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스파이 ‘침저어’, 수사를 방해한 자들의 정체는?
국내에 이미 『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을 출간하며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소네 게이스케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침저어』 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첨예한 정보 전쟁을 다루는 본격 첩보-경찰 미스터리다. 이 소설은 일본 정계 고위층에 ‘침저어’라 불리는 형태의 스파이가 있다는 정보를 얻은 경시청 외사2과 형사들의 체포를 위한 분투를 다루고 있다.
글ㆍ사진 이동진
2014.02.20
작게
크게
소리 나는 책

오늘은 2주간 ‘책, 임자를 만나다’ 시간에서 전해드린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 몇 부분을 읽어드릴까 합니다.


우리는 회전목마가 있는 곳에 점점 가까이 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 멋진 음악이 들려왔다. <오, 메리> 라는 것이었다. 50년 전 내가 어렸을 때에도 그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이것이 회전목마의 좋은 점이다. 밤낮 똑같은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 “겨울에는 회전목마가 없는 줄 알았는데.” 하고 피비가 말했다. 피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내게 화를 내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왔으니까 그럴 거야.”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피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화내기로 한 것이 다시 생각난 모양이었다. “너 목마타고 싶지 않니?”내가 물었다. 그 애가 타고 싶어 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피비가 더 어렸을 때 앨리와 디비와 나는 피비를 데리고 공원에 자주 갔었다. 그 애는 회전목마라면 사족을 못 쓰던 것이다. 목마에서 도무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난 너무 커.” 라고 피비가 말했다. 대답할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냐 그렇지 않아. 자 타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자.” 마침 우리는 회전목마가 있는 곳에 당도했다. 몇몇 아이들이 타고 있었는데 대개 아주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부모들이 바깥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매표소로 가서 표 한 장을 사서 돌아와 표 한 장을 주었다. 피비는 바로 내 곁에 서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문예 출판사) 中에서


에디터 통신

일본 경시청 외사2과. 현직 국회의원 중 중국의 스파이가 있다는 첩보가 입수됩니다. 경찰은, 무시할 수 없는 단서를 얻자 수사에 착수합니다. 용의선상에 오른 이는 차기 수상으로 유력한 젊은 국회의원. 형사들은 그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단서와 증인들이 사라집니다. 그러던 중 주인공인 후와 형사는 수사 과정 중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위즈덤하우스 편집부 유희경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첩보원을 잡으려는 경시청 형사들과 일본-미국-중국의 첩보 전쟁을 다룬 <제53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본격 첩보 미스터리 『침저어』 입니다.

‘침저어’. 아마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 많을 듯합니다. 저도 이 책을 편집하면서 알게 된 단어인데요. ‘침저어’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어류를 뜻하는 ‘심해어’와 같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를 일본 경찰들은 전혀 다르게 대상국에 시민으로 살다가 지령을 받을 때만 잠시 활동하는 공작원을 가리키는 말로 씁니다. 이 소설은 바로 첩보원 ‘침저어’를 잡으려 하는 한 경찰의 이야기입니다.

외사2과의 베테랑 형사 후와는 동료들의 생각과 달리 모든 단서들을 조작된 것으로 봅니다. 때마침 국회의원의 비서로부터 새로운 증거를 얻는 후와. 수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신한 그는 바로잡으려 하지만, 비서관마저 사라지면서 오히려 동료들의 의심을 받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후와는 혼자 문제를 파헤쳐 천신만고 끝에 거대한 진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과연 침저어는 누구일까요. 후와를 모함에 빠뜨리고 이 수사를 방해한 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일본 미스터리계의 신성’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소네 게이스케. 그의 데뷔작이자 첫 수상작인 『침저어』 는 계속되는 반전과 생생한 캐릭터들로 소설이 끝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이 소설에 단 하나 아쉬운 건, 이야기가 너무 짧다는 거. 이야기 자체로는 충분히 재미있고, 캐릭터들 또한 충분히 매력적인데, 이렇게 한 권으로 끝나기는 아깝다.” 고 남겨주신 블로거 하이드 님의 서평처럼 말이죠.

한편 『침저어』 는 그저 재미만 있는 소설이 아닙니다. 작가는 개인과 집단의 갈등과 대결에 주목합니다. 그 둘의 싸움은 물론, 가치관의 차이에서 발생하죠.

문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침저어를 읽고 난 뒤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너무나도 거대한 권력 혹은 시스템 혹은 집단 앞에서 개인은 무력하고 나약하다. 심해로 가라앉아 그대로 살아갈 뿐이다.”
작가는 후와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코미디다… 애들 스파이놀이와 다를 바 없는 짓을 국가와 국가가 심각하게 하고 있다. 이게 코미디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선과 악, 진실과 거짓.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걸까요.
물론, 정답은 독자분들에게 있습니다.

펼친 순간 다 읽은 것과 다름없는 속도감, 철저하게 계산된 트릭 그리고 생생한 캐릭터들 오랜만에 찾아온 재미있는, 본격 첩보 미스터리입니다. 조금씩 짧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길고 긴 겨울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매혹에 빠질 소설로,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cats.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소네 게이스케 #침저어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3의 댓글
User Avatar

부레옥잠

2014.02.24

아는 형님이 얼마전에 보고 있던 책이네요 이 글을 보니 흥미가 마구마구 생깁니다
답글
0
0
User Avatar

simjinsim

2014.02.20

어릴 때 세계 명작을 주로 읽었어요. 근데 간혹 그 수준이나 대상이 어린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어요. 이 호밀밭의 파수꾼도 그랬고요. 세계 명작에는 19금 딱지가 없잖아요^^.
답글
0
0
User Avatar

하이얀별

2014.02.20

기대하고 있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만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살짝 읽기를 미뤄둔 책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꼭 읽고 싶네요. :)
답글
0
0
Writer Avatar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Writer Avatar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1919년 1월 1일 뉴욕에서, 육류와 치즈 수입상을 하던 유대계 아버지 솔로몬 샐린저와 기독교도인 아일랜드계 어머니 미리엄 샐린저 사이에서 태어났다. 13살 때 맨해튼의 유명한 맥버니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1932년 성적 불량으로 퇴학을 당한 후, 15살이 되던 해에 펜실베니아 웨인에 있는 밸리 포지 육군 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이 학교는 후에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퇴학을 당하는 펜시 고등학교의 모델이 되었다. 샐린저는 이 학교에서 연극에 관심이 많아 문예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37년 뉴욕대학에 입학했으나 중퇴하였고, 이후 어시너스 칼리지와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문예창작 수업을 받았다. 1940년 [휘트 버넷 단편]지에 단편소설 『젊은이들』이 실리면서 등단했다. 1942년에는 2차 세계대전 중 보병으로 소집되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하였으며,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1948년에 [뉴요커]지에 단편소설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이 실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그외에도 [뉴요커]지에 다수의 단편을 발표했다. 이후 샐린저는 32살이 되던 1952년에 발표한 자전적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전후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극찬 받으면서 세계적인 베스르셀러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학교에서 또 한번 퇴학을 당해 집에 돌아오기까지,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주기를 바라며 헤매이는 48시간을 독백 형식으로 담고 있다. 이 책은 거침없는 언어와 사회성 짙은 소재로 출간되자 마자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화계는 물론 사이먼과 가펑클, 그린데이, 오프스프링, 빌리 조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을 콜필드 신드롬에 빠지게 하였고, 20세기 최고의 미국 현대소설로 칭송받고 있는 책이다. 지금도 매년 30만 부가 팔리고 있으며, 존 레논이 암살되던 때에 피격자가 이 책을 들고 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문제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거침 없는 비속어 때문에 많은 중 · 고등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 중의 하나이다. 그 밖의 저서로는 단편소설집 『아홉 가지 이야기』, 중편소설집 『프래니와 주이』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등이 있다. 2010년 1월 27일 뉴햄프셔주 코니쉬의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