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음악감독으로 행복한 모험”
“시대가 다르지만 사람을 담는다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수많은 이야기? 이야기에 집착을 하고 있긴 하거든요. 내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표현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면이든 사회생활이든 그 어떤 사물이든 모든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요. 목소리가 더 소중했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만들어 뭉쳐서 직접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중요해졌어요.”
201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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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 씨를 인터뷰하라는 지령을 받고, 자료를 검색하고 음악을 듣고 라이브 영상을 보다 며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특이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사람은, 이렇게 방대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인터뷰해야 할까…? 오죽하면 괴물 뮤지션이라는 수식어가 붙겠습니까. 2NE1의 ‘아파’, GD & TOP의 ‘Oh Yeah’를 작곡하며 주목받았던 그녀는 2월 초 발표된 2014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음악인, 최우수 팝 음반 후보에 이름을 올린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그녀의 2집 앨범 『It’s Okay Dear』 를 듣기 위해 상당히 다양한 음악적 코드를 동원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뮤지컬에도 발을 들였습니다. 하긴 이것이 기자에게는 실마리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음악감독으로 선우정아 씨를 만나는 거니까요!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한 건 1년 정도 됐어요. 그보다 앞서 결혼을 했고, 그래서 저는 똑같이 헝클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 누군가의 ‘마누라’이고 별로 다른 건 없는데, 여기저기에서 많이 찾아주시는 건 신기한 것 같아요.”
10년 가까이 공연을 취재하면서 음악감독을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요즘 선우정아 씨가 그만큼 화제인 것 같다, 대중의 관심을 실감하느냐’고 물었더니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파생되는 모든 것과 관계하고 있는 그녀는 일단 재주가 많을 것이고, 욕심이나 호기심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이고, 아닙니다! 욕심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다 잘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어설픈 것도 많고. 음악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고 평소에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뭔가 믹스가 되고 다양하게 나오는 건 있어요. 또 음악에서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는 장르들, 뮤지컬이나 영화음악에 평소에도 관심이 갔었고 어쩌다 보니 도전하게 된 거죠. 분야마다 나름의 룰 같은 게 있으니까 초반에는 놓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어려운 점도 많고요.”
뮤지컬 음악감독은 결국 ‘사람’ 때문에 하게 됐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제작사 대표를 알게 됐고, ‘이 사람들과는 정말 재밌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1년 반의 긴 시간을 달려왔습니다.
“저에게는 낯선 일이었죠. 평소에는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일이 많은데, 5명 이상이 모이는 회의를 1년 반 전부터 계속 하니까. 처음에는 재밌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어렵고, 책임감도 커지더라고요. 여러 명이 나눌수록 책임감이 무거워지는데, 이런 책임감은 정말 처음이고 무서웠어요. 물론 배울 것도 많았고, 제 개인적인 음악에 반영이 되기도 했고요.”
기자는 선우정아 씨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보는 내내 대사보다 멜로디가 강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제작사 측에서도 그녀와 작업하는 것은 모험이었을 텐데, 지금까지 반응은 어떨까요?
“음악 자체는 생각대로 나왔는데, 막상 무대 위에 올리니까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조금 보여서 작업하고 있어요. 은근히 SNS를 찾아봤는데 넘버가 좋다는 얘기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을 보는 입장에서 하는 입장으로 바뀌니까 솔직히 어떤 식으로 객관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고흐’라는 소재 자체가 버거웠을 텐데요. 그녀는 위대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있는 고뇌하는 청춘 예술가로 접근했습니다.
“잘못 건드렸다 마니아들 들고 일어나는 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위인들에게서도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 있잖아요. 특히나 제가 싱어송라이터이고, 그다지 유명하지 않고, 예술 활동이 제 밥벌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건 보편적인 아티스트의 삶이거든요. 지금도 이 세상에서 예술가인 청춘들이 많이 겪고 있는 비슷한 상황, 그도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청춘 예술가였던 거죠. 그 근본적인 고민이나 고통이 닮아 있어서 그런 것에서 위로를 많이 얻었고, 인정을 못 받는데도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에서 제가 느낀 것들을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반 고흐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이런 것 전혀 없이, 청춘 예술가의 고뇌, 젊음, 내면의 약함 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청춘 예술가로서의 고뇌, 선우정아 씨 역시 20대 중반까지는 혼자만의 아우성을 겪었습니다.
“저는 고흐에 비해서는 축복받은 셈이죠. 자기는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이상하다고 할 때, 나는 이렇게까지 맞다고 생각하고 즐거워하는데 저렇게까지 아니라고 할 때 무척 무섭고 실망스럽잖아요. 저는 지금도 알려진 음악인이 아니고, 작년에 2집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아는 사람만 알았고, 그 전에는 더 심했고. 그런데 저는 신나 있었고 제가 ‘짱’인줄 알았거든요. 주변에서는 이 작품에 나오는 태호나 고갱 같은 마음으로 저를 바라봤겠죠. 페스티벌에 나가고 오디션을 보고 아무리 세상에 부딪혀도 안 팔리는 뮤지션, 안 먹히는 음악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 속상했거든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이해하기까지는 정말 외로웠어요. 그런데 그 시절에 지금보다 더 즐겁게 일했고,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했고, 들떠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고흐를 이해할 수 있었고요.”
인정받지 못하는 음악을 오랜 시간 고집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용기인 것 같습니다.
“고흐처럼 고집하지는 못했어요. 저는 그 두려움에 계속 지기도 하고 많이 바뀌었어요. 온전히 저로만 이뤄진 것들을 조금 덜어내고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었죠. 열정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식고, 순수하지만은 않고, 여러 가지 시각을 갖게 되니까 오히려 좀 소통이 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좋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죠. 지금도 ‘주목 받는다’는 표현이 무척 부끄러운데,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여전히 때때로 고립감은 느끼고요.”
선우정아 씨는 예측불가, 독특함, 강렬함 등으로 표현되는데, 많이 내려놓은 게 이 정도이면 학창시절에는 어땠다는 말인가요(웃음)?
“희한한 걸 했던 건 아닌데, 제가 그때 했던 것들은 다 예쁘지 않다고 했어요. 특이하다기 보다는 매니악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독특한 걸 넣어도 조금 와 닿게 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늘었다고 할까요? 격한 소재를 갖고도 전개를 편하게, 가사를 교모하게 포장하는 그런 기술이요. 그때는 그야말로 날것이었죠.”
음악이나 퍼포먼스만 듣고 보면 성격도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칠 것 같은데, 카페에서 만난 선우정아 씨는 크게 튀지 않습니다. 게다가 실생활에서는 현모양처에 가깝다고 하네요.
“되게 귀엽지 않나요(웃음)? 산만하고 중간 중간 정신을 잃기는 하지만 배려심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배려를 무시했을 때 나오는 것이 카리스마인 것 같거든요. 사진에 담기거나 무대 위에 있을 때 제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긴 해요. 무대 위에서는 많은 걸 무시하거든요. 이런 상황, 저런 상황, 나의 상황을 모두 무시하는데, 평소에는 무시하지 않으니까, 평소에는 그냥 아줌마 뮤지션이죠. 신랑도 연주자인데, 언제나 자기 의견을 거리낌 없이 말해요. 밖에서 보기에는 제가 무척 미친*이고 저런 미친*을 데리고 사는 남편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 오히려 신랑이 힘든 사람이고 제가 옆에서 잘 내조하고 있어요(웃음).”
1집(2006년)에서 2집까지 간극이 컸습니다. 지금까지 말한 많은 것들이 작용했기 때문일 텐데, 현재 예정된 음악적인 행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당연히 다음 앨범을 생각해야 하는데, 아마 올해는 힘들 것 같아요. 전부터 준비하던 재즈앨범과 싱글 몇 곡이 나올 것 같은데, 이건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음악이라기보다 이 뮤지션이 갖고 있는 여러 색깔 중의 하나로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3월에는 클럽 공연이 몇 개 잡혀 있고, 4월부터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등 페스티벌에도 참여하고요.”
혹시 뮤지컬 쪽에서 러브콜이 이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요? 음악감독으로든 배우로든.
“아… 안 할 것 같아요(웃음). 1~2년 뒤라면 모르겠는데 당분간은 절대 안 할래요.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냄비속성이랄까, 순간을 위해서 하루를 살잖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틀을 잡고 디테일을 잡아가는 과정 내내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뮤지컬 배우 욕심도 없어요.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지만 배우들과는 많이 달라요. 불규칙하고 건강관리 잘 못하고, 하지만 저만의 필, 소울이라고 합리화시키면서 목소리가 쉬어도 그런 느낌으로 가고 그런 게 있는데, 배우들처럼 공연 일정을 소화하려면 엄청난 관리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못해요, 배우 분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웃음).”
고흐는 그림에 사람을 담아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선우정아 씨는 음악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요?
“시대가 다르지만 사람을 담는다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수많은 이야기? 이야기에 집착을 하고 있긴 하거든요. 내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표현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면이든 사회생활이든 그 어떤 사물이든 모든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요. 목소리가 더 소중했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만들어 뭉쳐서 직접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중요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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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한 건 1년 정도 됐어요. 그보다 앞서 결혼을 했고, 그래서 저는 똑같이 헝클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 누군가의 ‘마누라’이고 별로 다른 건 없는데, 여기저기에서 많이 찾아주시는 건 신기한 것 같아요.”
10년 가까이 공연을 취재하면서 음악감독을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요즘 선우정아 씨가 그만큼 화제인 것 같다, 대중의 관심을 실감하느냐’고 물었더니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파생되는 모든 것과 관계하고 있는 그녀는 일단 재주가 많을 것이고, 욕심이나 호기심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이고, 아닙니다! 욕심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다 잘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어설픈 것도 많고. 음악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고 평소에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뭔가 믹스가 되고 다양하게 나오는 건 있어요. 또 음악에서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는 장르들, 뮤지컬이나 영화음악에 평소에도 관심이 갔었고 어쩌다 보니 도전하게 된 거죠. 분야마다 나름의 룰 같은 게 있으니까 초반에는 놓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어려운 점도 많고요.”
뮤지컬 음악감독은 결국 ‘사람’ 때문에 하게 됐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제작사 대표를 알게 됐고, ‘이 사람들과는 정말 재밌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1년 반의 긴 시간을 달려왔습니다.
“저에게는 낯선 일이었죠. 평소에는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일이 많은데, 5명 이상이 모이는 회의를 1년 반 전부터 계속 하니까. 처음에는 재밌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어렵고, 책임감도 커지더라고요. 여러 명이 나눌수록 책임감이 무거워지는데, 이런 책임감은 정말 처음이고 무서웠어요. 물론 배울 것도 많았고, 제 개인적인 음악에 반영이 되기도 했고요.”
기자는 선우정아 씨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보는 내내 대사보다 멜로디가 강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제작사 측에서도 그녀와 작업하는 것은 모험이었을 텐데, 지금까지 반응은 어떨까요?
“음악 자체는 생각대로 나왔는데, 막상 무대 위에 올리니까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조금 보여서 작업하고 있어요. 은근히 SNS를 찾아봤는데 넘버가 좋다는 얘기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을 보는 입장에서 하는 입장으로 바뀌니까 솔직히 어떤 식으로 객관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고흐’라는 소재 자체가 버거웠을 텐데요. 그녀는 위대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있는 고뇌하는 청춘 예술가로 접근했습니다.
“잘못 건드렸다 마니아들 들고 일어나는 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위인들에게서도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 있잖아요. 특히나 제가 싱어송라이터이고, 그다지 유명하지 않고, 예술 활동이 제 밥벌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건 보편적인 아티스트의 삶이거든요. 지금도 이 세상에서 예술가인 청춘들이 많이 겪고 있는 비슷한 상황, 그도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청춘 예술가였던 거죠. 그 근본적인 고민이나 고통이 닮아 있어서 그런 것에서 위로를 많이 얻었고, 인정을 못 받는데도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에서 제가 느낀 것들을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반 고흐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이런 것 전혀 없이, 청춘 예술가의 고뇌, 젊음, 내면의 약함 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청춘 예술가로서의 고뇌, 선우정아 씨 역시 20대 중반까지는 혼자만의 아우성을 겪었습니다.
“저는 고흐에 비해서는 축복받은 셈이죠. 자기는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이상하다고 할 때, 나는 이렇게까지 맞다고 생각하고 즐거워하는데 저렇게까지 아니라고 할 때 무척 무섭고 실망스럽잖아요. 저는 지금도 알려진 음악인이 아니고, 작년에 2집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아는 사람만 알았고, 그 전에는 더 심했고. 그런데 저는 신나 있었고 제가 ‘짱’인줄 알았거든요. 주변에서는 이 작품에 나오는 태호나 고갱 같은 마음으로 저를 바라봤겠죠. 페스티벌에 나가고 오디션을 보고 아무리 세상에 부딪혀도 안 팔리는 뮤지션, 안 먹히는 음악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 속상했거든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이해하기까지는 정말 외로웠어요. 그런데 그 시절에 지금보다 더 즐겁게 일했고,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했고, 들떠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고흐를 이해할 수 있었고요.”
인정받지 못하는 음악을 오랜 시간 고집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용기인 것 같습니다.
“고흐처럼 고집하지는 못했어요. 저는 그 두려움에 계속 지기도 하고 많이 바뀌었어요. 온전히 저로만 이뤄진 것들을 조금 덜어내고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었죠. 열정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식고, 순수하지만은 않고, 여러 가지 시각을 갖게 되니까 오히려 좀 소통이 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좋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죠. 지금도 ‘주목 받는다’는 표현이 무척 부끄러운데,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여전히 때때로 고립감은 느끼고요.”
선우정아 씨는 예측불가, 독특함, 강렬함 등으로 표현되는데, 많이 내려놓은 게 이 정도이면 학창시절에는 어땠다는 말인가요(웃음)?
“희한한 걸 했던 건 아닌데, 제가 그때 했던 것들은 다 예쁘지 않다고 했어요. 특이하다기 보다는 매니악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독특한 걸 넣어도 조금 와 닿게 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늘었다고 할까요? 격한 소재를 갖고도 전개를 편하게, 가사를 교모하게 포장하는 그런 기술이요. 그때는 그야말로 날것이었죠.”
음악이나 퍼포먼스만 듣고 보면 성격도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칠 것 같은데, 카페에서 만난 선우정아 씨는 크게 튀지 않습니다. 게다가 실생활에서는 현모양처에 가깝다고 하네요.
“되게 귀엽지 않나요(웃음)? 산만하고 중간 중간 정신을 잃기는 하지만 배려심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배려를 무시했을 때 나오는 것이 카리스마인 것 같거든요. 사진에 담기거나 무대 위에 있을 때 제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긴 해요. 무대 위에서는 많은 걸 무시하거든요. 이런 상황, 저런 상황, 나의 상황을 모두 무시하는데, 평소에는 무시하지 않으니까, 평소에는 그냥 아줌마 뮤지션이죠. 신랑도 연주자인데, 언제나 자기 의견을 거리낌 없이 말해요. 밖에서 보기에는 제가 무척 미친*이고 저런 미친*을 데리고 사는 남편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 오히려 신랑이 힘든 사람이고 제가 옆에서 잘 내조하고 있어요(웃음).”
1집(2006년)에서 2집까지 간극이 컸습니다. 지금까지 말한 많은 것들이 작용했기 때문일 텐데, 현재 예정된 음악적인 행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당연히 다음 앨범을 생각해야 하는데, 아마 올해는 힘들 것 같아요. 전부터 준비하던 재즈앨범과 싱글 몇 곡이 나올 것 같은데, 이건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음악이라기보다 이 뮤지션이 갖고 있는 여러 색깔 중의 하나로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3월에는 클럽 공연이 몇 개 잡혀 있고, 4월부터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등 페스티벌에도 참여하고요.”
혹시 뮤지컬 쪽에서 러브콜이 이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요? 음악감독으로든 배우로든.
“아… 안 할 것 같아요(웃음). 1~2년 뒤라면 모르겠는데 당분간은 절대 안 할래요.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냄비속성이랄까, 순간을 위해서 하루를 살잖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틀을 잡고 디테일을 잡아가는 과정 내내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뮤지컬 배우 욕심도 없어요.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지만 배우들과는 많이 달라요. 불규칙하고 건강관리 잘 못하고, 하지만 저만의 필, 소울이라고 합리화시키면서 목소리가 쉬어도 그런 느낌으로 가고 그런 게 있는데, 배우들처럼 공연 일정을 소화하려면 엄청난 관리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못해요, 배우 분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웃음).”
고흐는 그림에 사람을 담아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선우정아 씨는 음악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요?
“시대가 다르지만 사람을 담는다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수많은 이야기? 이야기에 집착을 하고 있긴 하거든요. 내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표현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면이든 사회생활이든 그 어떤 사물이든 모든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요. 목소리가 더 소중했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만들어 뭉쳐서 직접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중요해졌어요.”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품고 달려온 선우정아 씨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4월 27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됩니다. 고흐의 작품을 3D Projection Mapping 등을 통해 무대 위에 구현하는데요. 고흐만의 따뜻하고 풍부한 색감이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아 아쉽지만(기술적인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네요!), 유럽 각지에 흩어진 그의 그림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멋진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무대이면서 갤러리가 되기도 하는 특별한 공간에서 고흐의 그림과 선우정아의 음악, 그리고 모든 청춘 예술가들의 고뇌를 느껴 보시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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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