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 뜨고 일어나면 전날 읽다가 잠든 책을 읽습니다. 잠자기 전에 책을 읽다가 잠들거든요. 특별히 정해놓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습관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저절로 눈과 손이 반응해요. 책에 주파수를 맞춘 안테나, 동물적인 감각의 더듬이, S극과 N극의 자석,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쩌다 책 안 읽고 보낸 날은 뭔가 허전하고 하루를 공친 기분이 듭니다.
『슬픈열대』를 다시 읽으며 문명과 야만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애써 추구해온 문명이 결국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일까, 이 헛헛한 결핍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양푼에 보리밥 비벼서 숟가락 부딪히며 먹던 가난한 시절에도 함께 웃고 울던 부모형제가 있었는데, 어디로 다 빼앗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냉장고에 가득 쟁여놓고도 먹고 살기 위해서 죽도록 일을 합니다. 이런데도 이 모든 것에 시침 뚝 떼고 있는 문명은 야만입니다. 올해는 역사적 서사를 탐독할 생각입니다. 다행이 김원중 교수의 완역인 『사기』가 나와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 서재는 ‘코람데오(Coram Deo)'입니다. 그 뜻은 "신(神) 앞에서." 자칫 이 말은 어떤 종교적인 중압감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말에 참 자유합니다. 사랑과 자비는 절대자의 속성이지요. 그 사랑과 자비의 그라운드에서 책 읽고 글 쓰고 기도하니 나만의 신전이 됩니다. 때때로 경건한 제사장이 되어 즐겁게 내 삶의 역사를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줄곧 청소년소설을 써 왔듯이 최근에도 『파라나』라는 청소년소설을 썼습니다. 나눔과 배려의 대상이 되는 것이 속된 말로 쪽팔려서 미칠 것 같고 창피해서 죽을 것 같은 청소년이 주인공입니다. 복지국가의 문턱을 넘으며 배려와 나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받는 것이 혹, 상처가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명사의 추천
푸른 황무지
데이비드 알몬드 글/김연수 역 | 비룡소
캄캄한 탄광, 굴속에서도 빛이 있고 아이들은 줄기차게 희망을 노래할 줄 압니다.
교실 평화 프로젝트
박종철 저/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양철북
역시 세상의 땅끝에서 우리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은 선생님들입니다. 학교 폭력에 대처하고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이 프로그램이 담겨있습니다.
사기열전
사마천 저/ 김완중 역| 민음사
궁형에 처한 사마천의 필살기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 우리가 일상에서 써 왔던 숱한 일화와 예문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지만 때때로 가슴이 뜁니다.
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저| 사계절
이 젊은 작가, 과연 천재입니다. 눙치고 의뭉스럽게 찔러보고 은근슬쩍 까발려 보이는데 혀를 내둘렀습니다.
소금
박범신 저 | 한겨레출판
아, 아버지! 당신들도 이제 당신들의 삶을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언제나 변함없는 소금입니다.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저/김난주 역 | 민음사
따뜻한 사랑의 여로, 아름답습니다. 이처럼 운명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 있기에 삶에서 또다른 희망을 읽어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주인공의 이 대책 없는 긍정과 유쾌한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호흡 있음이 진정,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속에서도 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능력은 인간에게 부여된 축복임에 틀림없습니다.
가족의 탄생
언제 어떻게 만났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뭉치면 사랑이 됩니다. 가족은 그 어떤 예술이나 역사보다 더 위대합니다.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하이얀별
2014.03.31
simjinsim
2014.03.31
돌부처
201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