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수 "책을 읽지 않은 날은 하루를 공친 기분"
특별히 정해놓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습관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저절로 눈과 손이 반응해요. 책에 주파수를 맞춘 안테나, 동물적인 감각의 더듬이, S극과 N극의 자석,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쩌다 책 안 읽고 보낸 날은 뭔가 허전하고 하루를 공친 기분이 듭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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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 뜨고 일어나면 전날 읽다가 잠든 책을 읽습니다. 잠자기 전에 책을 읽다가 잠들거든요. 특별히 정해놓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습관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저절로 눈과 손이 반응해요. 책에 주파수를 맞춘 안테나, 동물적인 감각의 더듬이, S극과 N극의 자석,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쩌다 책 안 읽고 보낸 날은 뭔가 허전하고 하루를 공친 기분이 듭니다. 

 

슬픈열대』를 다시 읽으며 문명과 야만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애써 추구해온 문명이 결국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일까, 이 헛헛한 결핍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양푼에 보리밥 비벼서 숟가락 부딪히며 먹던 가난한 시절에도 함께 웃고 울던 부모형제가 있었는데, 어디로 다 빼앗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냉장고에 가득 쟁여놓고도 먹고 살기 위해서 죽도록 일을 합니다. 이런데도 이 모든 것에 시침 뚝 떼고 있는 문명은 야만입니다. 올해는 역사적 서사를 탐독할 생각입니다. 다행이 김원중 교수의 완역인 『사기』가 나와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 서재는 ‘코람데오(Coram Deo)'입니다. 그 뜻은 "신(神) 앞에서." 자칫 이 말은 어떤 종교적인 중압감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말에 참 자유합니다. 사랑과 자비는 절대자의 속성이지요. 그 사랑과 자비의 그라운드에서 책 읽고 글 쓰고 기도하니 나만의 신전이 됩니다. 때때로 경건한 제사장이 되어 즐겁게 내 삶의 역사를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줄곧 청소년소설을 써 왔듯이 최근에도 『파라나』라는 청소년소설을 썼습니다. 나눔과 배려의 대상이 되는 것이 속된 말로 쪽팔려서 미칠 것 같고 창피해서 죽을 것 같은 청소년이 주인공입니다. 복지국가의 문턱을 넘으며 배려와 나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받는 것이 혹, 상처가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명사의 추천

 

푸른 황무지

데이비드 알몬드 글/김연수 역 | 비룡소

캄캄한 탄광, 굴속에서도 빛이 있고 아이들은 줄기차게 희망을 노래할 줄 압니다.









교실 평화 프로젝트

박종철 저/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양철북

역시 세상의 땅끝에서 우리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은 선생님들입니다. 학교 폭력에 대처하고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이 프로그램이 담겨있습니다.








사기열전

사마천 저/ 김완중 역| 민음사

궁형에 처한 사마천의 필살기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 우리가 일상에서 써 왔던 숱한 일화와 예문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지만 때때로 가슴이 뜁니다.








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저| 사계절

이 젊은 작가, 과연 천재입니다. 눙치고 의뭉스럽게 찔러보고 은근슬쩍 까발려 보이는데 혀를 내둘렀습니다.








소금

박범신 저 | 한겨레출판

아, 아버지! 당신들도 이제 당신들의 삶을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언제나 변함없는 소금입니다.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저/김난주 역 | 민음사

따뜻한 사랑의 여로, 아름답습니다. 이처럼 운명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 있기에 삶에서 또다른 희망을 읽어냅니다.










인생은 아름다



주인공의 이 대책 없는 긍정과 유쾌한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호흡 있음이 진정,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속에서도 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능력은 인간에게 부여된 축복임에 틀림없습니다.








가족의 탄생.jpg

가족의 탄생



언제 어떻게 만났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뭉치면 사랑이 됩니다. 가족은 그 어떤 예술이나 역사보다 더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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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수 #파라나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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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얀별

2014.03.31

저도 가끔은 "책을 읽지 않은 날은 하루를 공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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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jinsim

2014.03.31

저는 주말에 늦잠을 자다가 오후에 일어날 때 하루를 헛보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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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2014.03.31

책을 읽지 않는 날은 하루를 공친 기분...그냥 습관처럼 책을 읽게되는데 공감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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