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비행운
김애란 저 | 문학과지성사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 추억의 책 추천. 2012년 여름. 나는 취업이 무진장 하고 싶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 회사의 인적성을 보고 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행운』을 샀다. 그리고 2015년 여름인 지금. 나는 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처음 읽었던 『비행운』의 나와 지금의 나는 엄청 다르다. 나이도, 몸도, 마음도. 변함없는 건 『비행운』의 활자뿐. 그래서 나는 회사를 그만 두고 싶을 때, 『비행운』을 읽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힘을 주는 책 한 권쯤 있을 것이다. 내게 『비행운』은 ‘그 책’이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그런 책 한 권씩 지니고 있기를. 어쨌거나 얄궂게도 이 단편소설집의 마지막은 「서른」이다. 나는 이 구절에서 아직도 초조해진다.
누군가 저한테 그래서 열심히 살았느냐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나, 이런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중략) 당장 제 앞을 가르는 물의 세기는 가파르고, 돌다리 사이의 간격은 너무 멀어 눈에 보이지조차 않네요. - 「서른」 중에서
그러게, 어쩌다, 나 이런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살고 있다, 오늘도. 무얼 더 해야 할지 모른 채 여전히 주저하는 중이지만, 괜찮다. 이렇게 회사를 그만 두고 싶을 때, 나를 위로하는 건 어쩌면 2012년 「서른」을 읽던 ‘땡감’일 수도. 오늘도 잘 주저했다, 퇴근하자, 땡감아. (땡감)
버텨낼 권리
김병수 저 | 위즈덤하우스
직업을 선택할 때 네 가지 기준이 있다고 한다. 돈, 일, 사람, 회사. 나의 우선순위는 일 -> 회사 -> 돈 -> 사람이다. 이상한 사람은 견딜 수 있어도 싫은 일은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순위가 달라질 때가 있다. (이유는 밝히지 않겠다) 여하튼 최근 발견한 책이 『버텨낼 권리』다. 미움 받을 용기도 아니고, 버텨내는 용기도 아니고, 상처받을 용기도 아니고, ‘버터낼 권리’다. 용기 시리즈에 한창 질렸는데, 그래도 ‘권리’니까! 한 번 읽어 볼까? 하고 책장을 폈다. 앗, 저자가 『사모님 우울증』을 쓴 김병수(정신과의사)이다. 주변 여성들이 꽤나 공감하고 읽었던 책인 만큼 기대감 상승. ‘밥벌이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닥터K의 심리 상담소’답게 현실적인 조언을 준다. 저자는 “스트레스는 어차피 스스로 해결하기 힘들고 억지로 해결하려다 보면 쓸데없이 힘만 낭비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마음보다는 ‘몸’을 쓰라고 조언한다.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 심폐활량이 좋은 사람들은 우울증이 적게 걸린다. 목차를 보아 하니, 이 책을 선물해줘야 할 지인들이 떠오른다. ‘사내 정치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요’, ‘직장 동료가 싫어서 참을 수가 없어요’,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네요’ 등. 『미생』, 『송곳』을 읽다가 위로가 필요하다면 『버텨낼 권리』를 읽어도 좋겠다. 정신과의사의 말이 때론 답일 때가 있다. (꾸러기)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모니카 비트블룸,산드라 뤼프케스 공저/서유리 역 | 동양북스(동양books)
처음 이 주제를 들었을 때, 내가 언제 회사를 관두고 싶었을까 생각해봤다. 천성이 유목형이라기보다는 정주형 인간인지라 사직서 양식을 찾아보는 단계까지 간 적은 없지만, 아 몰랑 짜증나, 했던 적은 몇 번 있었다. 일 자체가 안 맞아서라기보다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다. 회사를 다닌다면 상사든 동료든 부하 직원이든 타인과 안 엮일래야 안 엮일 수가 없는데,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종종 있다. 이런 사람과 엮이면 재밌는 일도 하기 싫어진다. 이 책은 재수 없고 짜증나는 12가지 인간형을 소개한다. 남의 업적을 가로채는 사람, 화를 잘 내는 사람, 긍정을 강요하는 사람, 그때 그때 인격이 달라지는 사람,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 등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어쩌면 나 자신이 그런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이런 인간 유형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응법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힘들 때 이 책을 읽으면 더 버틸 수 있을 듯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답이 없으니 피하길’이라는 내용도 대응법으로 소개했으니, 거 참 퇴사하라는 말 같기도 하다. 다만 이 책으로 위안은 얻을 수 있다.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었고, 세상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은 존재한다는 위안. 물론, 그 이상한 사람 역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결론은, 우리 모두 이상한 사람일 수 있으니 나날이 반성하며 살자. (드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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