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실패했을까
첫 창업을 하고 나서 나는 열정과 의욕으로 가게를 운영했다. 매출도 꽤 괜찮았다. 주방에 들어가 직접 음식을 만들고, 장도 보고, 재료도 준비하면서 식당 주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몸에 익은 일인 데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했다. 목표는 가게 하나를 제대로 키워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을 만드는 거였다. 그래서 종종 언론에 소개되는 성공한 사람들처럼 돈도 벌고 외제차도 타고 떵떵거리며 사는 모습을 상상했다.
첫 번째 가게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두 번째 가게를 개점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하나를 더 확장한 것이다. 빨리 성과가 나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식당 주인이라고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 같고 주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량한 자존심이 비집고 고개를 들면서 빨리 외식 프랜차이즈로 돈을 벌어서 외식 기업의 사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주위의 걱정 어린 충고에도 다른 사람들은 사업적 마인드가 없다고 무시해버렸다. 나는 무조건 성공할 거라고 맹신했다. 이 무슨 오만과 편견으로 똘똘 뭉친 생각이란 말인가. 돌이켜보면 얼굴이 뜨거워지고 고개가 절로 수그려지는 낯부끄러운 생각이지만, 당시 나는 욕망에 휩싸여 멈추지 못하고 점점 더 앞으로만 가려 했다.
얼마 후 가게를 하나 더 열면서 가게는 세 개가 되었다. 이제 더는 장사가 아니었다. 어느덧 나는 음식점을 세 개나 운영하는, 보기에는 그럴듯한 사장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관리하는 일로 하루 일과가 지나가고 좋아하던 요리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 겉으로는 그럭저럭 굴러가는 듯했지만 이익이 나질 않았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다급해진 마음에 빚을 얻어 사업을 더 확장했다. 멈추지 못하고 허둥거리며 앞으로만 가려고 하면서 실패하는 수순을 차례로 밟았던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사업을 축소하고 하나에 집중했어야 했다. 하지만 늘어난 씀씀이를 줄이기 힘든 것처럼 이미 커져버린 욕심의 크기를 줄이기란 불가능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모 대학 외식산업 고위자 과정을 다녔다. 목적은 공부를 좀 더 하는 것이었으나 막상 가보니 사회적 인맥을 확장하려는 모임의 성향이 강해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지나친 욕심은 잘못된 질문을 낳는다. ‘사업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돈을 번 것일까’ 나를 줄곧 시달리게 만들었던 질문이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고 성격도 좀 급하다. 새로운 일에 마음이 끌리고 무언가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소위 ‘필’ 이 꽂혀 그냥 저지르고 마는 성격이다. 그런 내 마음에 불을 붙이는 사건이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외식 기업 대표의 강의를 듣고 난 후부터였다. 그는 외식업 성공 법칙을 강의했는데 그가 강의에서 강조한 성공 법칙은 ‘고객 가치에 충실하라’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뻔한 논리인데 후광효과였을까, 당시에는 그 말이 내 가슴에 와 박혔다. ‘고객 가치란 무엇인가’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제대로 된 질문을 찾은 것 같아 성공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하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생각에 어디서부터 그런 발상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고객 가치가 새로운 창업의 도전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때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간 아이템이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이었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은 이미 유행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다음이었다. 하지만 이미 준비된 사랑에 빠진 나는 자신의 무모한 느낌만 믿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내가 시작하면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맹신했다. 결국 그것이 네 번째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두고 좀 더 심사숙고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시작해도 늦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후회 막급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준비 없는 창업은 빚만 남기고 실패로 끝났다. 나와 내 가족은 궁핍의 고통에 시달렸다.
‘나는 왜 실패했을까’ 사업을 접고 한동안 쓰린 마음으로 줄곧 복기했던 질문이다. 나는 음식에 소질도 있고, 경험도 많고, 의욕과 열정도 충분했다. 이론적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경영학 공부도 많이 했다. 나중에야 느낀 사실이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픈 공부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직접 체험하지 않고 현실에 반영할 수 없는 이론을 아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 오랜 고민 끝에 내가 내린 사업 실패의 결론은 이랬다. ‘나는 나를 몰랐다. 그리고 사업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것이 나의 사업 실패 원인이었다.
나의 사업이 실패한 것은 창업 아이템을 잘못 선정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단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는 외식업 창업을 선택했다. 음식 만드는 것만 좋아할 뿐 어떻게 고객을 상대하고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지, 그런 행위가 돈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재투자해야 하는지, 그래서 일련의 그런 행위들이 어떻게 음식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 그 생산의 순환 고리를 몰랐다. 한마디로 나는 사업적 기질이 부족한 사람인 것이다.
사업적 기질이 있는 사람은 장사 셈이 밝다. 그런 사람들은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성취욕이 무척 강하다. 일은 단지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일에 어떤 삶의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 이런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재능과 열정만 있으면 성공하리라고 맹신했다. 누구나 그렇듯 다른 사람은 실패한다고 해도 내가 하면 성공할 것 같았다. 나는 종종 지인들한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주방장을 했으면 성공했을 텐데, 사업을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홀 매니저가 음식점을 창업하면 솜씨 좋은 주방장이 음식점을 창업하는 것보다 잘될 가능성이 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떤 일이든 내 안에서 시작된다
나는 창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창업하여 내 일을 찾아 간다는 것은 내 인생의 주체가 되어 일에 대한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지, 사회가 지향하는 보편적 모습으로 살아가거나 무조건 돈벌이만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다. 지천명의 나이에 이 평범한 사실을 수업료 많이 내고 깨달았으니 많이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늦게라도 알았으니 생활에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온갖 성공의 법칙이 판치는 세상에 내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그래도 몇 번의 시도와 실패로 깨달은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성공의 법칙도 중요하다. 그러나 실패 사례를 접함으로써 같은 수순을 밟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중년창업은 책임은 큰 반면, 시간도 경험도 부족하여 이기기 힘든 게임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한 번에 크게 성공하는 대박 사업보다 꾸준히 버텨 오래 살아남는 내실 있는 창업이 훨씬 중요하다. 창업에 있어 마음가짐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내가 아는 성공한 창업자들은 특별한 아이템으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모두 자신 안에서 일을 찾았다. 거기서 출발했다. 그리고 일의 속성을 파악하여 세상의 흐름과 접목했다. 그것이 씨앗이 되어 자라서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일과, 나와, 세상의 균형점을 찾아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 그것이 성공한 창업자들의 공통점이다. 대단히 성공해 보지도 못한 내가 감히 창업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여 일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시작하는 것, 자신을 성찰하여 자기 기질을 발견하는 일, 그런 후 자신과 일이 세상의 트렌드와 어울리도록 균형점을 찾는 것이 성공 창업의 출발이라고 나는 믿는다.
대한민국에서 중년의 나이에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사는 이가 얼마나 많겠는가. 세상은 그런 여유를 허락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는 인생 2막의 일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나의 기질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의 흐름을 관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창업의 바른 첫걸음을 내딛는 순서다. 나는 이 메시지가 인생 첫 창업을 준비하는 중년에게 가닿았으면 좋겠다.
인생 첫 창업을 준비하는 중년은 많다. 길이 어디서 시작하는지 몰라 더듬거리고 헤매는 이 또한 많다. 그들에게 창업 첫 출발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다. 이 책이 창업이라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년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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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위한 창업의 정석김준호 저 | 도서출판에밀
같은 거리에 나란히 문을 연 가게인데 성공과 실패로 결과가 달라지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 책은 창업 최전선에 있는 컨설턴트가 다양한 업종별 실제 사례의 성공과 실패 요인들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과 함께 생생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김준호(창업준비전문가)
책사랑
201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