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개미 작가, ‘좋은 엄마’에 정답이 있나요?
저는 ‘정답을 제시하는 엄마’가 아닌, ‘함께 정답을 찾아주는 엄마’이고 싶어요. 하지만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또 어떨지 장담은 못하겠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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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여성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엄마가 되기 전까지 당연하게 누려오던 일상도, 자신의 꿈도 포기한 채 아이를 위해 헌신해야만 ‘좋은 엄마’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에 많은 여성들이 마치 ‘아이’와 ‘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듯한 압박을 받는다. 아이의 모든 것이 오롯이 엄마인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에 육아에 올인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린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꼭 ‘엄마인 나’와 ‘그냥 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 ‘좋은 엄마’에 정답이 있는 걸까? 부족하더라도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사랑하면 안 되는 걸까? 지독히도 서툰 엄마인 자신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할까 두려웠다고 말하는 저자는 문득 이런 의문을 갖고 자신은 과연 어떤 엄마가 될 것인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아이에게 미안해하기 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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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일상을 그린 육아일기인가 싶었는데 읽어보니 그보다는 엄마가 된 한 여성이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였어요.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소중합니다』 는 어떤 책인가요?

 

안녕하세요 작가 꽃개미입니다. 우선 이렇게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어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된 제가 아이를 낳은 후 달라진 일상 속에서 ‘엄마’이지만 한편으론 ‘그냥 나’로 살고 싶은 솔직한 마음과, ‘좋은 엄마’가 아닌 ‘나다운 엄마’로 살고자 고민했던 순간들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낸 그림에세이 입니다. 


아이를 낳고 초보엄마였던 약 2년의 기간동안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던 것들, 서툴지만 조금씩 부모가 되어 가는 모습 속에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과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아이만큼 ‘그냥 나’ 자신도 소중하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 책은 ‘육아에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엄마의 성장에세이’에 가까운 것 같아요. 육아비법을 전수해 드리고 싶어도 실은 제가 육아를 잘 못하기도 하고요. (웃음)

 

작가 프로필을 보니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의외였어요. SNS에 그림일기 연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네, 회사원이다 보니 임신기간동안 태교를 할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출산을 한달 앞두고 나서야 아차 싶어 뒤늦게 선택한 것이 ‘수채화’ 였는데요, 비록 한 겨울이라 수업은 네 번 밖에 듣지 못했지만, 처음해본 수채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라도 꾸준히 해보고 싶다. 생각만 했었죠.


그림일기를 연재하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였어요. 여느 때와 같이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우연히 구석에서 울고 있는 길고양이 새끼들을 보게 되었어요. 항상 어미와 함께였는데 언제부턴가 어미가 보이질 않고 새끼들만 울고 있는 모습에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거에요. 결국 집에 들어가서 우유를 들고 다시 나왔는데, 같은 엄마의 마음으로 길냥이를 대하는 제 모습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날의 낯설지만 따뜻한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그림일기를 그리게 된 것이 계기였고, SNS에 올린 후 반응이 좋아 계속 연재를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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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듣고 요즘 아기 엄마들이 완전 공감할만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사랑하지만 나 자신을 완전히 갈아 넣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느껴졌고요. 제목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나 자신을 완전히 갈아 넣지 않겠다는 불굴의 의지처럼 보였나요? 사실 저는 필요하다면 제 자신을 싹 다 갈아 넣고도 남을 만큼 아이를 사랑한답니다. 책 속 에피소드 중에 이런 내용이 있는데요, 엄마가 된 후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도, 매일 아침 출근도, 분명 그동안 지속해오던 내 생활인데 이상하게 자꾸만 마음이 불편해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에게 모든 걸 희생하지 않는 ‘나쁜 엄마’인 것처럼 느껴서 인 것 같았어요. 그 누구도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지만 저는 항상 두려웠던 것 같아요. 혹시라도 제가 ‘좋은 엄마’가 아닐까 봐서요.


아마 엄마들은 이런 마음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저는 아이를 위해 억지로 모든 걸 희생하고 싶지는 않다고 결론을 내려요. 여기서의 핵심은 ‘희생하지 않겠다’가 아닌 ‘억지로’는 안 하겠다는 거에요. 물론 저도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을 위해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저라는 사람은 가끔씩은 친구들도 보고 싶고, 일도 계속 하고 싶고, 또 그림일기 작업도 계속 하고 싶거든요. 이런 제가 이기적인 걸까요? (웃음) 그래도 저는 저에게 중요한 것들을 지키며 ‘아이와 함께’ 행복하고 싶어요.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소중하니까요.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 여성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엄마가 돼서 가장 힘든 것과 가장 좋은 점도 하나씩 이야기해주세요.


아무래도 몸의 변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온종일 육아를 하느라 너무나 피곤한데 뼈마디가 시려 잠을 못 이룰 때면, 왠지 모르게 서러움이 복받치는 느낌, 우연히 거울을 봤는데 너무 초췌한 제 모습을 마주했을 땐 정말 울적 했거든요.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아이를 낳고 나니 내 몸은 더 이상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아니었다.”고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이런 외적인 부분에서 오는 상실감이 가장 큰 변화이자 힘들었던 점이 아닐까 싶어요.


좋은 점은 훨씬 많은데요, 어느 20대 독자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주변에서 결혼 언제 할거냐는 라는 질문을 받으면,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에 부담감으로 다가왔는데, 제 책을 읽은 후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결혼생활 보다는 ‘또다른 꿈’을 꿀 수 있는 결혼생활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요.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저는 엄마가 되고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이루었어요. 약 1년 반 동안 SNS에 연재하던 그림일기를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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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으로 지내며 겪는 일들을 그린 에피소드에 상당히 공감했는데요. 아이에게도, 가족에게도, 회사에도 늘 죄책감을 느낀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계신가요?


지금은 조금 단단해졌지만 처음 복직을 했을 땐 정말 힘들었어요.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는 날이면 미안함은 더욱 커졌죠. 열이 나는 아이를 붙잡고 밤새 간호를 하면서 내일 출근을 걱정해야 하는 제 자신에게는 화가 났고, 매달리는 아픈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할 때면 미안함에 눈물이 흘렀죠. 회사에선 또 하루 종일 아이걱정에 일에 집중이 안됐어요. 그러다 보니 동료들에게도 늘 미안했어요. 엄마가 된 후 마음 속 한구석엔 늘 죄책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요? 사실 아직도 완벽하게 극복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늘 아침만 해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우는데 가장 먼저 ‘덜컹’하고 심장이 내려앉았어요. 제가 요 며칠 좀 바빴거든요. 혹시 그래서 이러는 걸까 싶은 거에요.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아이가 어린이집이 가기 싫은 이유는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선생님이나 친구와 갈등이 있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냥’ 가기 싫었을 수도 있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아이와 관련해서는 ‘엄마’인 자신을 탓하는 데 만 익숙한 걸까요? 앞으로 제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복직 후 시댁에 들어가 살면서 겪은 홍삼 에피소드나 가출 사건 등에 많은 며느리들이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전체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었나요?


말씀하신 대로 시댁 에피소드에 가장 관심이 뜨거웠어요. 공감도 많이 해주시고 댓글도 평소 보다 많이 달려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평소엔 거의 왕래가 없던 시댁이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아이를 매개로 해서 자주 보게 되고, 특히 저는 복직을 앞두고는 시댁합가를 결심하게 되면서 갈등이 고조되었죠. 지금껏 서로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인데, 서로가 적응하는 기간에 작은 일로 오해가 쌓이니 겉잡을 수 없이 커지더라고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조금 섭섭하다고 단식투쟁하고 가출하고 저 정말 나쁜 며느리에요. 정말 다행인 것은 우연한 계기로 한번 마음의 문을 열고 나니,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제 편이 되어 주셨다는 거에요. 책 작업에도 가장 많이 도움을 주셨고, 출간을 하고 나니 깜짝 파티도 해 주셨어요. 오늘도 이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어머님이 해 주시는 맛있는 제육볶음 먹으러 곧장 달려갈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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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에 정답이 있나요?”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며 자책하기 보다 잘하는 방법으로 아이와 재미있게 지내겠다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은 아이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한 번은 큰맘 먹고 아이에게 요리를 해주었는데 죄다 뱉어 버리는 거에요. 그때 너무 미안해서 한동안 그 우울한 감정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저를 보며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요리를 잘하는 엄마가 꼭 좋은 엄마는 아니지 않냐고요. 잘 못하는 요리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며 애쓰지 말고, 그 대신 제가 가장 잘 하는 걸 해주라는 그 말에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어요. 실은 제가 끝내 주게 재미나게 놀아줍니다. 동물 흉내도 잘 내고요.(웃음)


어쩌면 제가 그동안 살아온 세상은 무엇이든 정답을 정하고, 그 정답에 맞지 않으면 틀리다고 규정하는 세상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인데도 말이죠. 저는 ‘정답을 제시하는 엄마’가 아닌, ‘함께 정답을 찾아주는 엄마’이고 싶어요. 하지만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또 어떨지 장담은 못하겠어요. 이러다가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엄마들처럼 제가 마구마구 정답을 제시하고 있으면 어쩌죠? (웃음)

 

 

 

*꽃개미

 

대기업 인사팀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 출산을 한 달 앞두고 태교 삼아 연남동 화실에서 네 번의 수채화 수업을 들은 게 전부인 그녀는 그림과는 전혀 무관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엄마가 되고 난 후 180도 달라진 일상과 자신의 모습에 놀라던 어느 날 식탁에 앉아 그런 생각과 느낌을 그림일기로 그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육아 일상을 특유의 발랄함과 재치로 재해석하고 때론 엉뚱한 상상을 펼치기도 하는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를 시작한지 단 이틀 만에 네이버 메인을 차지하며 화제가 되었다. 이후 인스타그램과 브런치를 통해서도 연재를 하며 대한민국의 수많은 육아 동지들에게 웃음과 공감, 위로를 전하고 있다.


엄마가 되었지만 나도 소중하다는 그녀는 지금도 종종 ‘엄마인 나’와 ‘그냥 나’ 사이 어딘가에서 갈등하며 엄마인 내가 나를 지키며 사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더 많은 꽤 서툰 엄마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저 오늘도 아이와 ‘함께’ 웃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며 하루하루 뻔뻔함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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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 @sammykhim
* 브런치 brunch.co.kr/@sammys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소중합니다꽃개미 저 | 가나출판사
서툴지만 조금씩 부모가 되어가는 모습,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과 고민, 아이만큼 자신도 소중하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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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