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집, 그림으로 되살아나다
제가 생각하는 집은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곳이기에. 자연스럽고 따뜻한 나무는 제가 그리는 집과 닮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재료보다 나무가 좋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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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집이 있다』는 추억이 깃든 세상의 집들을 9년 동안 나무에 그려온 ‘집 그리는 화가’ 지유라 작가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그림 에세이다. 그간 집 여행을 하면서 그려온 한국의 집과 외국의 집들을 엄선하고, 여기에 감각적인 글을 새롭게 더했다. 작가에게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다. 그래서 작품에 따듯한 마음을 담고 싶어 한다. 빠르게만 변했던 세상, 쫓기듯 살아온 이들에게 집을 쉬어 가라 자리를 내어준다.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 책에 등장하는 집들은 추억이 담긴 집, 여행길에서 만난 집, 친구의 집, 그리고 상상의 집이다. 종이나 캔버스가 아니라 소박하고 정겹게 나무 위에 그린 낡지만 아름다운 집들이 담백한 글과 어우러져 집과 그 주인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색 바랜 추억의 집들이 글과 어우러져 아련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캔버스나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르게, 작가님은 나무 위에 그림을 그리신다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나무 위에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신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연히 나무로 가구를 만들다가 잘라진 모양이 집 모양 같아서 그 위에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화가로 활동하면서 캔버스에 그렸던 어느 것보다 재밌고 즐거웠지요. 그러다가 처음 미술을 시작한 11세 때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 시절의 집들을 나무에 그려 갔습니다. 얼마나 재밌던지 며칠 밤을 세워 그 시절 동네를 만들었습니다. 집 모양은 여러 재료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나무는 자연스럽습니다. 나무는 세월에 따라 색이 짙어지고, 습도에 따라 휘어지기도 하고 뒤집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나무는 급하지 않습니다. 더워도, 추워도 쉬이 달궈지거나 차가워지지 않고, 차갑거나 뜨겁거나 하지도 않고 자신의 온도를 유지합니다. 그 자연스러움이 좋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집은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곳이기에. 자연스럽고 따뜻한 나무는 제가 그리는 집과 닮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재료보다 나무가 좋습니다. 

그림의 밑바탕이 될 나무는 어떻게 구하시는지, 그림을 다 그리신 후엔 어떻게 보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나무를 다루는 돋을새김이라는 나무 관련 제작사에서 직접 자르고 다듬습니다. 그곳 분들이 많이 도와주십니다. 그림을 그린 후 후가공을 합니다(후가공법은 일반 캔버스 마감과 공정이 비슷합니다). 보관은 시리즈별 액자를 하거나 작업실 전시장에 두고 있습니다.

작가님께 특히 각별한 작품을 하나만 꼽아보자면 어떤 것일까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천천히家입니다. 목포의 집 그림인데, 그 이유는 아래 질문의 답과 같습니다

세계 25여 개국을 여행하며 외국의 집을 그리셨던 것도 인상적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이 있던 나라는 어느 곳인가요?

많은 나라를 여행했습니다만, 저는 외국 어느 곳보다도 우리나라 목포가 가장 좋았습니다. 목포 보리 마당의 집들은 바쁘게만 살아가는 제게 쉬어 가라 말을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목포 우리 시계점의 시계를 고치는 할아버지는 시간을 고쳐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이젠 다시 만날 수 없지만 실제로 시간에 대해,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신 분입니다. 여러 나라를 다녀보고도 목포가 가장 좋은 것은 아마도 정이 느껴져서인 것 같습니다. 도시로 간 자식을 기다리는 목포 엄마의 집에는 정성스레 말려지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집 앞에는 의자가 있습니다. 기다림이지요. 목포, 그곳에 가면 작은 욕심 또한 사라집니다. 뭐 그리 쫓기며 살았나 천천히 걷게 됩니다. 그곳에서 고향을 지키며 사는 분들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재밌는지요. 서울에서 치열하게 지내던 저를 토닥여주는 곳이었습니다. 서울이 고향이라 고향을 모르던 제게 고향이 된 곳입니다. 그래서 천천히家 목포 집을 그린 작업이 가장 좋습니다.



요즘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라는 말을 모토로 삼는 사람들이 많은 듯합니다. 작가님 또한 오랫동안 다니셨던 직장을 그만두시고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신 모습이 멋집니다. 화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상상하기를 좋아합니다. 상상 속 디자인이 현실이 되는 것이 재밌고 보람되었지요. 하루를 쪼개며 성과만을 목표로 살던 어느 날, ‘나는 행복한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 과연 내가 주인인 삶이었나? 그때 퇴근 후 영어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 그리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그래, 즐거운 일을 하자. 아, 내 꿈이 화가였었는데.” 그렇게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으니 뒷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림뿐 아니라 작가님이 쓰신 글도 따듯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데요. 저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시골 할머니 댁에 누워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감성적인 글을 써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혹 좋아하시는 책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먼저 좋아하는 책 얘기가 나와서, 저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전에는 그분의 소설과 산문을 다 읽었다 자부했는데 오만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책이 나왔더군요. 박완서 작가가 늦은 나이 등단하셨던 부분도 제가 꿈을 실현시키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 당시 40에 등단하셨고, 저 역시 나이 40에 꿈을 찾았으니까요. 작가의 조용하고 따뜻한 시선이 좋습니다. 지난한 시간의 이야기도 제가 겪지 못했는데도 공감이 갑니다. 또 만화책같이 낄낄대며 읽었던 천명관 작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김훈 작가의 짧은 문체를 좋아하고 박완서 작가의 조용히 이어지는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 천명관 작가의 유쾌한 상상을 좋아합니다.

제가 따뜻한가요? 듣기 좋은 칭찬입니다. 저 역시 따뜻한 사람을 좋아하고 따뜻함을 믿습니다. 그 따뜻함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되고 기쁨이 되고 응원이 됩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꿈을 이룬 화가이자 작가로서, 선생님처럼 마음속에 꿈을 품은 사람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 꿈은 피카소처럼 유명한 화가였습니다. 유명한 게 뭔지도 몰랐던 어린 시절의 꿈은, 지금 유명하진 않지만 집을 그리는 행복한 화가가 되어 이루었습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합니다. 그 상상은 하루하루를 즐겁게 해줍니다. 다만 그 꿈이 나의 꿈인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보이는 꿈이 아닌, 타인의 잣대가 아닌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그 꿈으로 인해 내가 든든해지는 꿈을 꾸기 바랍니다.



* 지유라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전공 박사과정 중이다. 집을 떠나 강원랜드 홍보팀에서 12년간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어릴 적 꿈인 화가가 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집 그리는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추억의 집, 여행길에서 만난 집, 친구의 집을 오늘도 소박하고 정겹게 나무 위에 그리고 있다. 작가의 집을 보고 싶다면 강원도 삼척 추추파크로 가면 된다. 나한정역에 지유라 집이야기 갤러리가 있다.



돌아갈 집이 있다
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저
메이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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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