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만화 MD 김유리 추천] 우린 정말 괜찮아 질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읽어 더 이상 생존자가 홀로 외롭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겐 그럴 힘이 있다.
글ㆍ사진 김유리(도서MD)
20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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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우리는 그 속에서 아동 성폭력이란 말을 종종 발견한다. 뉴스의 댓글도, 여론도 모두 가해자를 비난하고 처벌을 원하지만, 여전히 솜방망이식 처벌과 피해자는 지워진 결론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기분이 없는 기분』으로 데뷔한 구정인 작가가 이번엔 아동/청소년 성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뤄냈다. 『비밀을 말할 시간』은 은서의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은서는 이제 막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설빙을 가고, 쇼핑을 즐기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청소년이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떤 남자로 인해 은서는 오래된 상처를 떠올리게 된다. 바로 7살 때 일어난 성폭력 사건이었다.



즐거웠던 일요일 한순간에 지옥으로 되어버리는 순간. 은서는 무서운 악몽 같은 지난 상처를 계속 떠올리게 된다. 등교하는 월요일부터 내내 자신의 비밀을 고민한다. 성실한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도,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심지어 자신을 홀로 키워 온 소중한 엄마에게도 은서는 아무 말도 없는 상황이 된다. 모두가 자신을 피하게 될까 봐, 자신이 더러운 사람으로 소문이 날까 봐. 그렇게 피해자는 철저하게 고립된다. 스스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가득 찰 만큼.

위로받고 싶지만, 말하고 싶은지 말하고 싶지 않은지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은서는 가해자에게 찾아가는 상상도 했다가, 엄마를 원망도 한다. 하지만 은서는 알고 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결국 은서를 지옥에서 꺼내 올리는 건 자신의 결심이다. 은서는 친구 지윤에게 자신의 상처를 처음으로 털어놓는다.

은서는 9년 전, 별안간 놀이터에서 마주친 그 남자가 만들어놓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구정인 작가는 은서의 지옥 같은 1주일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어느 한 장면 과장된 부분도 없지만, 어느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도록 촘촘하고 세밀하게 생존자의 내면을 그려 넣었다. 이 이야기는 비단 16살 어느 중학교 3학년 ‘은서’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 곁에는 수많은 은서가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은서였을 것이다. 은서에게 좋은 사람들이 있었듯 또 다른 ‘은서’에게도 위로가, 들어줄 귀가, 지지해줄 어깨가 필요하다.

청소년이 꼭 읽었으면 하는 만화다. 청소년이 아닌 다른 연령대도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읽어 더 이상 생존자가 홀로 외롭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겐 그럴 힘이 있다.



비밀을 말할 시간
비밀을 말할 시간
구정인 글그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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