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소신 있는 삶을 살자고 우리를 위로했던 이솜 작가가 두 번째 에세이를 들고 나타났다. 뚜렷한 취향도 나다움도 없지만, 욕구는 가득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서.
취향, 나다움, 트렌디함이 중요하다고 하는 세상에서 ‘취향 없음’ 정말 괜찮을까요?
취향, 나다움, 트렌디함, 이런 단어들이 가끔은 제 안의 불안을 자극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때로는 그 방향성 덕에 든든해질 때도 있지만 반면 나를 한계짓기도 하죠. ‘이건 내 취향이 아닌데?’라던가 ‘이건 나답지 않아’ 같은 말들, 혹은 ‘세상의 트렌드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 같은 말들. 그 틀은 길을 잃지 않게 나를 지켜주는 경계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맴돌게 하는 일종의 한계가 되는 것 같아요. 그 틀에서 이제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요. 그냥 지금, 내게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작가님 원래 원고 제목이 '못 먹어도 고!'라고 들었는데요. 이 책 다시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원래 원고의 가제는 '못 먹어도 고! 먹으면 투고! 안 되면 엎고!'였어요. 삼광이나 홍단 청단으로 점수를 내려다보면 언제나 피박을 면치 못했던 것 같아요. 광 세 개만 모으면 점수가 나는 ‘어쩌다 광’이 효율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데 전체 패 중에 몇 개 없는 광을 먹으려고 혈안이 되는 순간 내가 가진 패들이 너무 보잘것없어 보이잖아요. 고스톱을 애정하는 가정환경 덕에 어려서부터 고스톱으로 그림 인식과 수를 배운 사람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패는 똥쌍피인데요. 제가 가진 재능이 딱 똥쌍피인 것 같아요. 고도리나 광처럼 운과 시기만 잘 맞추면 한 방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재능은 없으니까요. 다만 아주 지극히 평범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쌍피. 그 재능이 제겐 글쓰기라고 믿어요. 매일 삶을 쪼개어 부지런히 쓰는 삶, 그런 삶에 고!를 외치는 그 순간을 맞이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작가는 책 제목 따라간다고 하잖아요. '안 되면 엎고!' 탓인지 자꾸만 원고를 엎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원고를 아예 엎었어요. 또 엎고 새로 쓰기는 제가 좀 잘하거든요.
책 내용 중에 돈욕과 글욕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우리 돈 되는 일만 하고 살지는 않지만, 돈은 또 벌고 싶잖아요. 돈 안 되는 일을 하는 분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 있을까요?
전 이 말이 굉장히 억울한데요. 저는 본캐는 평범한 직장인, 부캐는 작가예요. 얼마 전 어머니께서 제게 말씀하셨죠. (책에는 조금 더 순화해서 적어놓았지만) 돈도 안 되는 거(글 쓰는 거) 때려치우라고요. (잠깐 분노) 돈이 될지 안 될지 해봐야 알잖아요. 지금 안 된다고 영원히 안 되리란 보장도 없고요. (물론 화내는 거 아닙니다) 저도 물론 책만 나왔다 하면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작가님들을 보면 부럽죠. 기도 죽고요. 그런데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아서 설렘을 줄 수만 있다면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바람 타고 번지는 것 중에 가장 영광스러운 입소문이 내 책에도 닿게 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말인데, 제 책… 읽어주실래요?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꼭지 소개 부탁드려요.
“무욕다취이든 과욕무취이의 상태이든 알게 뭐냐고. 뭐가 어찌 되었든 그런 내가 나의 취향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취향이 없든 욕구가 없든 ‘아… 좋네!’만 남을 텐데… 취향은 없지만 욕구가 가득한 내 삶을 향해 너 참 좋다고 감탄하면, 그런 내가 취향이 되지 않을까?”
이번 책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그리고 어떤 독자님께서 이런 후기를 써주기도 하셨죠. (자랑해도 되나요?) ‘뚜렷한 취향이 없어도 하고 싶고, 갖고 싶고, 되고 싶은 건 많은 게 작가님의 취향이라 했고, 그런 작가님이 쓴 책을 남들도 취향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쓰셨는데… 딱 내 취향이다.’
그래도 세상이 뭐라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은 뭘까요?
내게 소중한 것들이지요. 나의 생계, 나의 가족. 내가 지켜내야 할 것들이지요. 그건 세상과의 어설픈 타협이 아니라 훌륭한 조율이라고 생각해요. 조율 안 된 우쿨렐레를 가지고 연습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았어요.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내 삶과의 조율이 필요하다고요.
작가님의 올해 욕구리스트 있을까요?
성공욕이요. 구체적으로 쪼개자면 작가로서의 성공욕이요. 더 좁혀보자면 베스트셀러 욕구요. 솔직하고 자세하게 말하자면 예스 24 에세이 탑 20이요. MD님들, 도와주세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자꾸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는 분들,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탓하는 분들, 하고 싶은 게 많은 자신이 버거운 분들, 하고 싶은 걸 어느 순간 잊어버린 분들, 그리고 남녀노소 모두요!
*이솜 취미는 과욕, 특기는 자책과 후회, 취향은 딱히. ‘이게 좋아? 저게 좋아?’라고 물으면 대개 ‘아무거나’라고 답하는데 정확한 해석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데, 다 하면 안 돼?’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은 맥시멀욕구리스트. 뚜렷한 취향은 없어도 하고 싶고 갖고 싶고 되고 싶은 건 많은 내가 내 취향인데 그런 내가 쓴 책을 남들이 취향이라 말해줬음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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