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그림책 거장, 에릭 칼의 그림책 10종이 시공주니어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그중 아빠 물고기들의 따뜻한 부성애를 다룬 『아빠 해마 이야기』의 번역을 방송인 오상진이 맡았다. 『아빠 해마 이야기』는 정성스럽게 새끼들을 보살피는 아빠 물고기들의 부성애를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지난해 댄 브라운의 『와일드 심포니』에 이어 두 번째 그림책 번역을 맡은 오상진과 서면으로 만났다.
그림책 번역가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셨는데, 평소에도 그림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셨는지 궁금해요.
책에 가졌던 관심이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으로 옮아간 듯싶습니다.
처음으로 번역한 그림책이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작가 댄 브라운의 『와일드 심포니』였지요. 이 책의 번역을 맡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실은 번역이란 작업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은지라 걱정과 두려움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번역한 책을 제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 첫 작품이 제가 어릴 때 너무나도 좋아했던 댄 브라운의 작품이기에 용기를 냈던 것 같아요.
『와일드 심포니』에 이어 에릭 칼의 『아빠 해마 이야기』로 또 한 번 번역가로 활약하셨는데요. 이 책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나요?
아빠들의 이야기이기에 와 닿는 점이 많더군요. 게다가 요즘은 맞벌이와 공동육아를 하는 시대 아니겠습니까. 인간과 다를 바 없이 동물들의 세계 또한 육아가 엄마만의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빠 해마 이야기』를 번역하실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으신가요?
모든 장면 장면 빼놓을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그리고 다정한 아빠 물고기들이 있는지 몰랐네요. 사족이지만 이름을 번역하기가 참 쉽지 않더군요.
아빠가 번역한 그림책을 읽어 주었을 때, 아이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직 세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라, 번역이라는 것도 무엇인지 모를 나이지요. 다행히 책을 좋아하고 아끼는 아이로 자라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서 제 이름을 읽을 수 있을 때 조금 놀라지 않을까요?
그림책을 번역하시다 보면 어려운 점도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그와 반대로 그림책 번역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면요?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 ‘어른의 언어 습관’을 버리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문화적으로 느껴지는 정서적 거리감을 어떻게 아이의 언어로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는가가 가장 어려운 포인트였어요. '초월 번역'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요즘 아이들에게서 유행이 되는 말들을 순화해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빠로서, 아이에게 그림책을 골라 주실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다독다상량(多讀多商量)'이 미덕 아니겠습니까. 무조건 많이 읽히려고 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고정 관념이 지나치게 강한 책들은 좀 피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아이와의 교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아이들은 참 정직해요, 며칠 바쁜 일로 소원하면 표정과 반응에서 바로 차이가 나더군요. 무조건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이 아닌 그림은 말보다도 강한 공감 능력이 있는 콘텐츠인 것 같습니다. 그림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그 상상력 속에서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겠죠.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 책들이 많이 발간되길 바랍니다.
평소 어떤 책들을 즐겨 보시나요?
요즘은 경제 혹은 외교 역사 관련 책들 위주로 보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라 왠지 소설에는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번역가가 아닌 작가로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나 어린이 책을 창작해 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직은 그럴 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림책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데요. 마지막으로 『와일드 심포니』와 『아빠 해마 이야기』를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요?
특히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힘든 육아 하시느라 고생 많으시지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오상진 MBC 아나운서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방송 일 외에도 아내와 함께 서점 ‘책발전소’를 운영하는 그는, 딸을 위해 책을 읽어 주며 자연스럽게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아빠의 마음으로 『아빠 해마 이야기』를 번역했으며, 그 밖에 『와일드 심포니』를 우리말로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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