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이슬아와 이훤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슬아 작가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1시간이 넘는 결혼식 영상은 수만 명이 지켜봤고, 이들의 작업만큼이나 남다른 결혼식에 많은 이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며 축하를 전했다.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온 이슬아와 이훤은 이제 둘도 없는 짝꿍이 되어 함께 길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두 분은 올해 특별한 동료가 되셨어요.
이슬아: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혼식이었어요. 너무 아름다운 기억이라 잊어버리기 싫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제가 출연한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가 나왔어요. 대체 왜 14만 명이나 저희 결혼식 영상을 보신 걸까요.
영상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부모님과 하객의 축하 무대부터 신랑신부가 직접 사회를 보기도 했잖아요. 모두가 즐기는 결혼식 같았어요.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힙하달까요?
이슬아: 신기했어요. 사실 저희 결혼식은 참석해 준 친구들도 주인공이었거든요. 평소 알고 지냈던 편집자님들과 소개하고 싶었던 작가들을 서로 연결하는 자리이기도 했죠.
이훤: 열심히 창작하지만 아직 지면이 부족하거나 저희가 생각하는 만큼 빛을 못 본 작가들을 조명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또, 결혼식에 가면 신랑 신부 목소리를 짧은 인사 정도로만 듣고 오잖아요. ‘너무 반가웠다, 연락할게.’ 가장 궁금한 사람들과 가장 적게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2부에는 짧게나마 저희가 직접 사회를 보면서 목소리를 최대한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좋게 봐주셨다니 되게 감사해요.
서로에게 어떤 동료인지도 궁금해요. 함께 일하는 친구에서 이제는 오랜 시간을 함께할 짝꿍이 되었잖아요.
이슬아: 저희는 서로의 글을 가장 먼저 읽는 독자예요. 비슷한 작업자끼리 연인이 되는 건 힘든 일이기도 해요. 많이 싸우기도 하고요. 저희는 서로 응원하면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빈말은 하지 않으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친구일 때부터 잘 훈련했던 것 같아요.
이훤: 각자 작업물의 성격과 쌓인 역사를 잘 아니까 서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요. 맥락이나 뉘앙스를 잘 알아봐 준다는 점이 되게 고맙죠. 슬아는 눈 밝은 독자이자 뛰어난 기획자라서 책을 만들기 전부터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글을 쓰며 용기가 필요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먼저 보여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이 집에 함께 산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초고를 쓰고 나면 마음이 허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옆에 있어 줘서 아주 든든하죠.
이슬아: 바깥일은 주로 제가 많이 가져와요. 우리가 같이 돈을 벌 수 있게 일을 협상하고 조율하는 건 제가 담당하고, 훤은 내조와 돌봄을 잘해주고 있어요. 저는 훤이와 산 뒤로 설거지를 한 적이 없어요. 고양이 똥도 다 치워주죠. 살림을 살피지 않아도 되게끔 해줘서 너무너무 천사같다고 생각해요.
이훤: 제가 마감할 때도 슬아가 잘 돌봐줘요.
이슬아: 그럼요. 돌봄은 상호적이니까요.
이훤: 옆에서 미리 다 챙겨주는 덕분에 예민해질 겨를이 없어요. 머리가 잘 안 돌아갈 땐 두피 마사지도 해주고 차를 내려주죠. 제가 주방 정리를 하는 것은 우리를 위한 것도 있지만, 사실 그냥 좋아서 하기도 해요. 설거지를 다 하고 뽀득뽀득한 그릇을 정렬하는 느낌이 좋아요. 그리고 저희가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고양이에게는 화장실이 얼마만큼 정돈되어 있느냐가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하던데 제가 주방 치우는 것과 비슷한 맥락 같아요.
이슬아: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공대생 출신이라 그런지 고양이 행동학 같은 영상을 엄청나게 보면서 그걸 적용하려고 해요. 고양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겠다고 사냥 놀이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저랑은 다른 사고방식으로 움직이는구나 싶어요.
이훤: 고양이들의 세계나 생활 질서는 분명히 우리랑은 다를 텐데 이해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이건 공학이라기보다는 인문학적인 것 아닌가요?
이슬아: 묘문학적인 것 아닐까.
2024년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슬아: 내년에는 『가녀장의 시대』 각본을 마무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이훤: 저는 지금 집필하고 있는 문학동네 시인선 시집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마음산책과 작업하는 산문집, 난다와 작업하는 산문집을 열심히 써보려고 합니다. 특히 난다와 작업하는 시리즈는 3년 전부터 하려던 작업을 전부 엎고 새로 쓰는 거라서 더 잘해보려고요.
이참슬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