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
정보라 작가는 러시아, 폴란드 문학 전문가입니다. 대학에서는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폴란드에서 어학연수를 하기도 했죠. 러시아와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권 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했습니다.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라고 프로필에 쓰기도 했는데요. 특히 소비에트 SF, 폴란드 SF, 유토피아 소설 등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을 많이 읽었고* 슬라브 문학의 환상성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월간 『채널예스』 2020년 2월호 인터뷰
브루노 슐츠
정보라의 책은 소설보다 번역서가 세상에 먼저 나왔어요. 첫 단독 역서는 2003년에 폴란드의 카프카로 불리는 작가 브루노 슐츠의 작품집 『계피색 가게들』과 『모래시계 요양원』입니다. 이 책은 10년 후 『브루노 슐츠 작품집』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되었죠. 낯선 시작과 예기치 못한 전개, 엉뚱하지만 따뜻한 슐츠의 작품은 실제 창작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호러 소설
소설집 『저주토끼』는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분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저주토끼』에 대해 “마법적 사실주의, 호러, SF의 경계를 초월했다. 현대 사회에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매우 현실적인 공포와 잔인함을 다루기 위해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들을 활용한다”고 평했어요. 정보라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귀신이) 뭐든지 할 수 있고, 어디서든 나올 수 있고, 사연이 있을 것 같아 이야기가 잘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의 소설은 늘 현실에 발을 두고 있는데요. 작가는 언제나 현실이 이야기보다 더 공포스럽다고 말합니다.
데모
“상실하면 애도해야 하고, 상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서는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상실된 사람들을 누가 기억해 줄 것인가. 그리고 행동으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상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녀를 만나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정보라 작가의 취미는 데모입니다.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현실을 마주하고 배운다고 해요. 세월호 추모 및 진상조사 요구, 성소수자 인권 보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해고 노동자 복직, 차별금지법 지지 집회 등 수많은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직접 보고 겪은 현실의 고통에 발을 붙이는 작품들이 아주 많아요. 인사말로 “투쟁”을 외치는, 작가의 말에 소설보다 시위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쓰는 작가입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신문에서 ‘월간데모’라는 칼럼과 에세이집 『아무튼, 데모』를 출간했습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2014년 국립과천과학관 제1회 SF어워드에서 「씨앗」이라는 작품으로 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은 후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의 회원이 되었어요.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SF작가들의 창작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SF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단체 내외의 인권 문제를 연대하기 위한 단체로, 정보라 작가는 3기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정도경
필명 ‘정도경’으로 소설을 쓴 적이 있어요. 『저주토끼』 이전까지는 번역은 본명, 소설은 필명을 사용했죠. 정도경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초기작은 소설집 『아무도 모를 것이다』로 엮였습니다. 환상과 현실, 신화와 역사를 뒤섞어 역동적으로 뻗어나가는 기묘한 이야기들은 정보라 세계관의 프리퀄처럼 느껴질 거예요.
포항
2020년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포항에 정착해 살고 있어요. 바다 도시 포항을 배경으로 해양 생물을 주제로 한 자전적 SF 소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여섯 종의 해양 생물과 얽혀 갑자기 연행되고 억류되기를 반복하지만 ‘나’와 ‘남편(위원장님)’은 인간 종을 넘어서 여러 생명체와 연대하며 저항을 이어 나가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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