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K-오컬트 소설?
역사가 보이지 않는 미래의 나침반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과거를 쓰는 일은, 단순히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곧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아주 적절한 출구를 찾는 일입니다.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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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퇴마사,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은 엄마가 사라진 밤부터 ‘차갑고 섬뜩한 것’들이 보이게 된 소녀 퇴마사 채령의 이야기입니다. 1933년 일제강점기에 벌어지는 오컬트 소재의 이야기로 주목을 받은 소설인데요. 교과서 수록 작가이자 청소년 역사소설을 오랫동안 쓰고 계신 작가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청소년 역사소설을 정말 꾸준히 쓰고 계신 성실한 작가님이세요. 역사소설에 집중하시는 이유, 이 장르만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작가이기 이전부터 역사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역사는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의 매력이 있습니다. 작가에게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지요. 특히 알려지지 않은 민초들의 삶은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그들의 삶은 지금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은 그것대로 또한 위대하고, 진보적인 삶을 살아나갈 때는 그것대로 흥미로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강 작가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고 말한 것처럼, ‘과거(역사)가 현재를 구한다’는 말에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역사가 보이지 않는 미래의 나침반이라는 말도 동감합니다. 과거를 쓰는 일은, 단순히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곧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아주 적절한 출구를 찾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아무도 알 수 없는 미래의 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예정입니다.

 

『소녀 퇴마사,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의 모티브를 얻으신 역사적 사건이 있나요? 실제로도 일제강점기에 아동 실종 사건들이 많았는지,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스페인독감(1918년)을 비롯한 전염병이 발병과 가뭄, 식량 수탈 등으로 조선 민중의 삶이 매우 힘들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고아가 발생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일제와 나라를 팔아먹은 위선적 지식인과 통치자들의 외면을 받은 채 구걸을 하며 떠돌거나, 그런 중에 납치 또는 실종되는 사건이 아주 많았지요. 이 아이들은 때로는 노예처럼 팔려 가거나, 심지어 전염병 연구를 위해 피실험체가 되었다는 소문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당대 현실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가장 돌봄이 많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로서 소외되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인 채령을 비롯해 여러 인물이 각자 어떤 영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오컬트라는 장르를 역사소설 안에서 다루면서, 작가로서 특별히 어떤 즐거움 또는 어려움을 느끼셨나요?

그 능력과 관계없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더하여 주인공이 자신에게만 주어진 능력으로, 보통 사람은 미처 손대지 못했던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곳까지 더듬어 찾아내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는 것 역시 큰 기쁨이었습니다.

다만 판타지 장르의 속성 때문에 너무 쉽게 그 능력을 얻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이 되었고 그래서 성장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아무리 특별한 사람이라도 그 능력을 쉽게 얻을 수 없으며 의지를 가지고 그 능력을 펼치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퇴마사 소녀인 주인공 말고도 주변 인물들의 개성이 참 강합니다. 모두가 새로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정도로요! 묘점(고양이 타로)을 보는 이모(희란), 악귀가 들린 거지(짝발), 파란 눈의 신부님(다미앵) 등등. 만약 스핀오프처럼 이들 중 한 명을 주인공으로 새로운 소설을 쓴다면, 어떤 인물을 선택하실 건가요?

주저없이, 먼저 희란을 택하겠습니다. 그녀의 지적인 히스토리도 흥미롭고, 더하여 그녀는 묘점을 보는 타로 마스터이기도 하면서 엑소시스트입니다. 이야기로 풀어갈 모티브가 아주 많은 인물이지요. 가령 묘점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탄생할 듯합니다. 

두 번째는 다미앵 신부를 꼽겠습니다. 파란 눈의 조선인(?)은 당대 조선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늘 있었기 때문이고, 더구나 구마 사제인 외국인 신부가 조선에서 만난 악귀와는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청소년 소설로 쓴다면, 구마 사제 수업을 받는 도중 조선에 파송된 소년 사제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세 번째는 단아입니다. 특별한 사연으로 거지가 되어 청계천 변을 떠돌다가 온갖 수모와 어려움을 겪고 퇴마사로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 중에 진 화백의 정체가 상당히 미스터리합니다. 작가님이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일부러 숨겨두고 있다는 느낌인데요. 소설 속에 드러나지 않은 비밀을 살짝 밝혀주실 수 있나요?

진 화백은, 부잣집의 철부지 도련님의 모습이기도 하고, 지적 호기심이 아주 많을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로맨티스트입니다. 사실 그는 친일 부호의 서자로 성장했으나, 아버지와 일제에 반감이 많은 지식인입니다. 그 아픔과 상처를, 희란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는) 채령을 도움으로써 스스로 치료해 나갈 것입니다. 겉으로는 가장 유쾌해 보이지만, 가장 이지적인 방법으로 채령의 어시스턴트가 될 예정입니다. 실제로 채령이 혼자 힘으로 당대 사회를 잘 이해하고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을 적법한 방법으로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따라서 지적 경험과 추리력과 관찰력이 풍부한 어시스턴트가 꼭 필요한데, 이를 위한 캐릭터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지요. 우선은 희란이 물리적 어시스턴트라면, 진 화백은 정신적 어시스턴트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소설 속 천변풍경이라는 장소가 재미있습니다. 요즘의 고양이 카페 같기도 하고, 타로 카페 같기도 하고. 모든 인물이 모여 일을 도모하는 곳이라, 흡사 독립운동 단체의 아지트 같기도 해요. 이 장소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드셨는지 궁금해요. 

질문에 모든 답이 있습니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박태원의 소설 제목 『천변 풍경』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작품 속에 나오는 다양한 천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곳에 창밖을 잘 내다볼 수 있는 카페가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 상상했습니다.(실제로 당대에 찻집 하나 정도는 있었겠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는 온갖 일들이 시작되고 진행되며 끝나는 우물 같은 곳이었으면 했습니다. 다시 말해 '포털' 같은 곳이었으면 했습니다. 말 그대로 사건의 출발점이자 끝인 곳이며, 누군가의 아지트이고 또다른 어떤 이에게는 안식처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곳은 늘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 살짝 언급해 주셨는데요. 일제는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집요하게 탄압했지요. 이런 이야기를 아동, 청소년 문학의 소재로 쓰실 때 각별히 유의하는 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무엇보다 그것이 단순한 이야깃거리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토리텔러의 입장에서는 즐길 거리로서도 탐이 나겠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잊어서는 안 될 듯합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무조건 독립투사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시대의 어린이가, 그리고 청소년이 당대를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갔는지를 잘 드러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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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