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기술의 발전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사람의 생각과 생활 양식을 바꿉니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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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우주 산업. 이 5가지 기술의 물결이 동시에 밀려오며 세상은 유례없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술’이 아니라 ‘뉴스’만 소비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바로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쓰인 책이다.

 

20년 넘게 과학기술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저자 전승민이 이번 신간에서 내세운 키워드는 ‘시프트(Shift)’, 즉 전환이다. 기술의 진보를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인류 문명의 축을 이동시키는 다섯 개의 커다란 변곡점을 따라가며 그 속에서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탐구한다.


20년 넘게 과학기술 전문기자로 활동해오셨습니다.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그간의 경험이 응축된 결과물로 보이는데요. 이번 책을 쓰게 된 계기와, ‘기술 변화를 해석하는 안내서’로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과거에는 열심히 연구해서 좋은 기술을 하나 개발하면 장시간 사업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AI의 발전이 연구개발의 효율을 크게 높이게 되었고, 아이디어를 산업화하는 속도도 더 빨라졌습니다. 즉 기업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고, 그 성과를 빠르게 산업화하는 흐름도 강해졌습니다. 사업가, 투자자, 직장인, 학생 등 누구나 이제는 첨단 기술의 흐름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이 책이 작은 길잡이가 되어 주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피지컬 AI’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언어형 AI와 무엇이 다르고, 로봇 산업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챗GPT로 대변되는 현재의 주류 AI는 기본적으로 언어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인간이 가진 지식은 언어로 되어 있으니, 정보를 제공하고 가공하기 좋지요. 하지만 피지컬 AI는 로봇의 구동에 필요한 물리적 정보를 바탕으로 합니다. 즉 학습만 시키면 누구나 고성능 로봇을 실용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AI가 언어를 배워 현재의 혁신을 이뤄낸 것처럼, 로봇이 물리를 배운다면 높은 운동 성능을 갖게 되겠지요. 이 두 가지가 합쳐진다면 어디서나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궂은일을 척척 해주는 로봇의 등장이 가능해집니다. 그 파급효과는 실로 방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1나노의 벽’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리적 한계를 넘는 반도체 경쟁은 결국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까요?

사실 물리적인 반도체 성능 향상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어요. 조만간 한계가 올 거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 말이 컴퓨터 시스템의 성능 향상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선 반도체 칩의 크기를 키우고, 위로 쌓는 등의 방법으로 전체적인 시스템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특화형 칩’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방식의 반도체 칩은 성능 향상이 더뎌졌지만, AI 성능 향상에 꼭 맞춘 ‘뉴로모픽 칩’ 등의 개발은 아직도 많은 발전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칩 자체의 성능 향상도 새로운 길이 열릴 여지가 있습니다. 202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주제가 ‘양자터널링’이었죠. 이 현상을 이용하면 전통적인 반도체 칩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나아가 소수연산 등 분야에 특화된 ‘양자컴퓨터’의 대중화도 기대됩니다. 이런 시스템이 하나로 합쳐져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곧 등장하게 되겠지요. 이런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다시금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는 초지능 AI, 이른바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의 등장을 촉발하게 될 것입니다. 

 

에너지와 화학이 첨단산업의 뿌리’라는 지적이 인상 깊었습니다. ESG가 강조되는 시대에도 여전히 이 산업들이 필수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현대에 추구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은 허점이 많습니다. 한쪽에서 친환경 정책을 요구하면, 다른 한편에서 도리어 환경오염이 일어나지요. 예를 들어 수소가 친환경 연료라고 해서 무작정 사용을 늘리면, 한쪽에서는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그 수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천연가스를 그대로 연료로 사용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오염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수소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분들이 이런 걸 모르시지 않겠지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윤리적 기준을 지키기 위해 뒤편에서 윤리를 어기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려면, 완전히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해도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산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쉽지 않지요. 따라서 이런 윤리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지켜나가는 한편, 사회 제도적으로도 강제성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한다면 좋은 방향이 있겠지요.

 

유전자 편집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 기술의 윤리적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유전자 편집 기술은 유전자 차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질병의 예방과 극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복제인간 제조가 가능해지는 등 윤리적 문제도 안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먼 미래에는 인류 자체의 윤리적 기준이 달라질 우려가 있으니 예단하기 어렵겠습니다만, 우선은 ‘연구 목적의 유전자 편집’에 대해선 전면적인 허가가 필요하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를 사람에게 적응할 때는 어디까지나 ‘치료’의 목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 탐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국가 주도의 시대와 달라진 점은 무엇이며, 한국은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우주 산업은 크게 ‘발사체’와 ‘위성’, 두 가지 분야로 나뉩니다. 이 두 가지 기술이 어떻게 바뀌어 가느냐에 따라 산업의 흐름이 크게 변화하지요. 우선 발사체 분야는 ‘더 값싸게, 더 많은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기술’의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발사체 분야에선 재사용 발사체 분야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데, 거기에 적합한 ‘메탄 엔진’ 개발 경쟁이 활발하지요. 연소 후 그을음 발생이 적어 엔진 청소 및 재활용이 쉽고, 환경오염도 훨씬 적습니다. 재활용 발사체 시장을 처음 열었던 ‘스페이스X’도 처음에는 메탄 엔진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입니다. 이 분야의 경쟁을 주목해서 볼 만합니다. 이 밖에는 발사체의 크기나 형태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소규모 발사체 시장’도 주목받는 추세입니다.
 위성 활용 분야에선 역시 ‘우주 인터넷(혹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파급되는 다양한 변화를 우선 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 대형 위성에서만 가능하던 서비스를 길이 ‘초소형 위성’으로 구현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미래를 읽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기술의 발전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사람의 생각과 생활 양식을 바꿉니다. 사람의 생각과 생활 양식이 바뀌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기준이 되지요. 즉 인간과 과학기술은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과학기술이란 인간의 발전을 나타내는 지표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과학기술이란 여러 분야가 있고, 조금 떨어져서 보면 사실 모두 하나로 흐름으로 엮어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를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얻으려면 환경과 화학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환경과 화학에 관심 갖다 보면 다시 생화학, 이른바 바이오 분야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요구가 다시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촉발하지요. 이런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왔던, 그리고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 나아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서도 조금은 그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이 책이 그런 시각을 제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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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전승민>

출판사 |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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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