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후 3개월, 홍명보호는 어디로 항해하고 있는가?
성남에, 이적 시장에, 이젠 국가대표팀을 한 번 돌이켜봐야겠다 싶었다. 다소 늦은 선임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었기에 더 둘러왔는지도 모른다. 자다가 경질이라거나, 국가대표 ‘임시’ 감독이라는 기막힌 행보 끝에 축협이 꺼내 든 카드는 홍명보였다. 그리고 석 달이 흘렀다. 득점은 저조하고 전적은 형편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감출 수 없다. 바로 대한민국 국가대표기 때문이다.
글ㆍ사진 신민규
201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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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팀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프로축구의 경우 일반적으로, 새 감독이 부임해 완성된 축구팀을 만들어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1년은 기존 선수들의 장단을 파악하고, 팀에서 핵심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유한 선수들로 대체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보강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팀의 기둥이 될 선수를 영입한다. 그리고 2년 차에는 주축 선수들을 바탕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새로이 드러나는 약점을 보강한다. 2년차를 잘 넘겼다면 대망의 3년차에 돌입한다. 3년차에는 얼추 팀이 완성 단계에 진입한다. 리그 우승이든, 컵 대회 우승이든 처음 세웠던 목표를 노려볼 수 있다.


헌데 이 3년 계획은 제일 처음 말했듯 프로축구, 다시 말해 매일 얼굴을 보고 만나 발을 맞추고, 매주 경기를 뛰는 팀에 맞춰진 것이다. 특별히 대륙간컵이나 월드컵이 있지 않은 한 1년에 채 10번 보기도 힘든 국가대표팀은 사정이 다르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국가대표팀이라는 곳이 우수한 선수들만 모인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도 그렇다. 핵심 선수가 오랫동안 발을 맞춰 온 스페인이나 독일 같은 나라의 국가대표팀이 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브라질까지 일 년, 과연 가능할까?

 

문제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는 홍명보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목표로 출항하게 된 날짜가 2013년 6월 23일이라는 점이다. 월드컵은 6월 초에 열린다. 개막까지 채 일 년도 남지 않았는데 감독이 바꼈다. 물론 홍명보 감독은 뛰어난 감독이다. 2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 일본을 꺾고 3위에 올라서며 한국축구 사상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감독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없던 팀을 뚝딱 만들어낼 수는 없다.
  

부임 후 3달, 현재까지 6경기를 치른 홍명보호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겨나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에 위험경보를 울리고 있다. 그 문제점들은 지난 9월 초에 있었던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을 거치며 선연히 드러났다. 이번 주 ‘풋’볼에서는 가장 최근 있었던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인 크로아티아전 분석을 통해 홍명보호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한다.

 

첫 번째 문제, 좌우가 불안하니 뒤집어진다

  

2011년 아시안컵 이후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당면 과제는 ‘전설의 빈자리 채우기’였다. 왼쪽 측면을 10여 년 간 책임졌던 이영표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고, 국가대표 에이스이자 대한민국 축구의 자랑이었던 박지성 선수도 무릎 문제로 국가대표를 은퇴했다. 다행히 박지성의 빈자리는 몇 년 새 쑥쑥 커버린 젊은 선수들이 메우고 있지만, 이영표의 빈자리는 날이 갈수록 크게만 느껴진다. 그의 은퇴 이후로 국가대표팀 왼쪽 풀백으로 실험해본 선수만 해도 한 다스다. 지금은 중앙수비수로 뛰고 있는 김영권 선수를 포함해 박원재, 윤석영, 홍철, 박주호, 이용래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오른쪽도 마찬가지다. 2011년까지는 차두리가 주로 선발로 뛰었으나 나이와 수비불안이라는 문제 때문에 최강희 전 국가대표 감독의 부임 이후로는 중용 받지 못했다. 왼쪽처럼 오른쪽 풀백자리에도 다양한 선수가 시험적으로 가용되며 걱정을 더했으나, 다행히 김창수가 런던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나서서 큰 활약을 보여주며 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올림픽 때 입은 팔 골절 이후로 그는 예전처럼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대표팀의 양쪽 풀백 자리는 바뀌기 일쑤였으며, 그 과정에서 측면수비 불안은 계속 대표팀을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홍명보호에 들어서서도 그런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오른쪽은 김창수와 이용의 2파전 구도로 굳어지는 데 비해 왼쪽은 김진수, 김민우, 박주호, 윤석영 등의 네 선수가 합격점을 받지 못하고 경쟁 중이다.
 

문제는 2파전 구도인 오른쪽도, 누구 하나 믿음직하지 못한 왼쪽도 현재의 대표팀에서 가장 크게 흔들리며 약점을 노출하는 부위라는 점이다. 크로아티아전에서도 이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사진을 보자, 빨간색 원 속의 선수는 크로아티아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오른쪽 풀백 이용이다. 그는 파란색 원 속의 크로아티아 공격수들의 간단한 원투 패스에 너무나도 쉽게 뒷공간을 내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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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진을 보면, 뒷공간을 내준 이용이 한발 늦게 크로아티아 공격수를 뒤쫓지만, 자유롭게 크로스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드러난다. 이 크로스는 크로아티아의 결승골이자 대한민국의 두 번째 실점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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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이용만 실수를 저질렀던 것은 아니다. 다음 사진을 보자. 빨간색 원 안의 선수가 크로아티아전 왼쪽 풀백을 맡았던 윤석영이다. 사진 속에서는 크로아티아의 프리킥 공격이 진행 중이고, 파란색 선으로 표시된 것이 공의 궤적이다. 이 상황에서 윤석영 선수는 검은색 원 안으로 들어가 중앙수비들이 놓친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해주거나, 자신의 상단에 위치한 크로아티아 선수를 견제하며 세컨드 볼 기회를 막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둘 중 어느 행동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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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검은 원 안에 있던 두 명의 크로아티아 공격수 중 한 명에게 자유롭게 헤딩을 허용하게 된다. 이 헤딩은 다시 골문 중앙 쪽으로 이어져 달려 들어오던 상대 공격수의 슈팅을 허용, 실점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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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에서 자주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경기감각에 화라도 된 걸까? 그는 멍하니 실점 장면을 바라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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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전에 나섰던 이용과 윤석영, 두 풀백 말고 홍명보호에서 기회를 얻었던 다른 풀백들도 경기에서 큰 문제를 드러냈다. 이용보다 많은 횟수를 출전한 김창수는 동아시아컵 일본전에서도 오프사이드 트랩 실수로 실점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으며, 여타 경기에서도 저조한 실전감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박주호는 아이티전에서 계속 왼쪽 공간을 내주다가 실점의 계기가 되는 크로스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김진수, 김민우 선수도 공수 양면에 걸쳐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보였다.
  

현대축구에서 풀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대 측면 공격을 막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격의 시발점이자 측면 공략의 키로 작용한다. 특히나 풀백의 공격가담을 많이 사용하는 홍명보호에서 공수 양면에 걸쳐 해당 포지션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월드컵 개막까지 약 9개월 남은 지금 홍명보호의 풀백 포지션에는 아직도 의문부호가 달려 있다. 하루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크로아티아보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날 것이 확실한 월드컵 무대에서 큰 문제점이 될 것이란 건 뻔하다.


2번째 문제, 받아줄 사람도, 넣어줄 사람도 없네.

  

홍명보호는 6경기 동안 6득점을 했다. 경기당 1득점이라면 좀 부족하긴 해도 나쁘지는 않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비교적 약체인데다 상대 퇴장과 판정의 유리함까지 겹쳐 페널티킥으로 다득점했던 아이티전을 제외한다면 고작 5경기에 2골일 뿐이다. 골이 나지 않으니 승리도 없다. 1승 3무 2패가 홍명보호의 현재 성적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 당장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월드컵 무대가 목표고, 거기서 승을 올리면 된다.’라고 말하지만, 현재 홍명보호의 공격은 한쪽 다리를 잃고 비틀대는 절름발이 신세다. 세부적인 공격 기회를 분석해보면 그야말로 ‘받아줄 사람도, 넣어줄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홍명보호는 4-2-3-1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1에 해당하는 원톱은 홍명보호에서 전술적으로 가장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야 한다.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하며 공을 따내고, 필요하면 측면이나 미드필드 지역으로 움직여 수비수를 끌어내 공간을 만들거나 측면공격을 지원하기도 하고, 상대 수비진이 편하게 공을 다루지 못하도록 전방압박도 가해줘야 하며, 2선과의 연계도 수준급으로 해줘야 한다. 거기다가 필요한 순간에는 득점도 해야 한다. 그야말로 ‘만능’ 공격수가 아니라면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이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이 가장 성공했던 올림픽 무대에서 이 자리는 박주영의 것이었으며, 그 이상 가는 대체자는 없었다. 지금 박주영은 올림픽에 나서기 전에도 소속팀에서 출장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으며, 올림픽 이후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규칙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없다. 2년이 넘도록 제대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은 몸 상태가 어떨지 짐작조차 힘들다. 


그런 상황에다 홍명보 감독 자신이 공표한 원칙인 ‘팀에서 정기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뽑을 수 없다.’까지 겹치자 박주영은 도저히 뽑을 수 없는 선수가 되어버렸다. 결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원톱 공격수 자리는 표류 중이다. 박주영을 제외하고 공격수로는 이동국, 김신욱 등이 있다. 이동국은 현재 부상 중이며 김신욱은 대표팀에 뽑혔으나 출전 기회가 없었다. 이에 관해 홍명보 감독은 김신욱 투입 시 선수들이 무의식적으로 롱패스를 남발하게 된다며 전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가 안 되면 잇몸으로 한다고,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선수를 찾기 위해 원톱 자리에 다양한 선수를 시험해왔다. 김동섭, 서동현, 지동원, 그리고 크로아티아전에 나섰던 조동건이 그 대상이다. 안타깝게도, 이 중 원톱 자리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크로아티아전의 조동건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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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원 안의 선수인 조동건은 크로아티아전에서 전반 45분간 출장했으며, 슈팅은 없었다. 그의 하단에 위치한 상대 수비수의 걷어내기 실수로 조동건은 짧은 역습기회를 가져가게 된다. 이 상황에서 그는 골문 쪽을 향해 달리다 수비수들이 좁혀오자 패스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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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달려오고 있는 우리 선수를 본 조동건은 빨간색 화살표 방향으로 패스를 시도한다. 이는 상대 수비수의 몸에 가로막히며 공격 기회가 무산된다. 별것도 아닌 기회를 가지고 왜 사진까지 넣어가며 설명해야 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패스 시도가 45분간 조동건이 만든 가장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조동건은 리그에서는 연계꾼이라 불릴 정도로 연계도 좋고, 활동폭도 넓은 선수지만 크로아티아전에서는 극도로 부진했다. 특히 상대 6번 데얀 로브렌 선수에게 번번이 막히며 마음먹은 대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신장이나 체격, 힘에서도 완전히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공중볼도 따지 못했고, 촘촘한 수비벽에 막혀 공조차 잡기 힘들었다.


득점에서는 모든 공격수가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저조한 활약을 보였다. 리그에서 15골과 12골을 기록 중인 김신욱이나 김동섭도 골 사냥에 실패했고, 5골 3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조동건도 마찬가지였다. 소속팀에서 벤치멤버로 전락한 지동원은 아이티전에서 전반 내내 부진하다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되었다.
  

이러한 원톱들의 부진은 단지 선수 개인의 문제라 치부하기엔 힘든 점이 있다. 원톱으로 시험해 본 선수들 대부분이 득점력을 가지고 있으며, 소속팀에서는 심심찮게 골을 넣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전술적 문제일 수도 있다. 크로아티아전에서 볼 수 있었던 다음 장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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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온 김보경 선수가 공을 잡았다. 하지만 동그라미로 표시된 중앙 부분에는 그가 빠져나온 자리를 대신 채워주는 선수가 없다. 패스할 곳이 없었던 김보경 선수는 드리블하며 기회를 잡으려 했지만, 상대의 압박에 밀려 쓰러지고 만다. 후반에 있었던 다음 장면도 주목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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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선수가 공을 잡고 상대 중앙을 향해 드리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공격수들은 모두 상대 골문 쪽으로 달려가거나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빠져나오고 있을 뿐, 2선으로 내려와 이청용 선수와 연계를 시도하는 선수는 없다. 이러한 장면은 크로아티아전 내내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티전에서도 자주 보였던 상황이다.
  

재밌는 것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는 선수가 둘씩이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동선이 겹친다’는 방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올림픽에서의 홍명보호는 원톱이었던 박주영과 3의 중앙인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구자철의 동선이 겹치지 않았고, 측면에서 중앙을 향해 파고드는 두 윙포워드의 연계가 이루어지며 효율적으로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기회가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의 홍명보호처럼 공격 시 동선이 비슷한 선수들이 기용될 경우 공격은 더 답답해지고, 득점 기회는 줄어든다. 


크로아티아전에서 나왔던 대부분의 좋은 기회는 이청용과 손흥민 두 윙포워드의 개인 능력에 의존했다. 후반 추가시간 있었던 득점도 상대 진영 중간쯤에서 올린 이용의 얼리크로스에 의한 개인전술의 결과물이었다. 홍명보호의 득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원톱 자원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나 윙포워드들의 공격 성향도 고려해 출전 선수를 결정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나?


사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들은 크로아티아전 이전에도 충분히 나타났었던 문제들이다. 그런데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새로운, 동시에 더 중요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홍명보호의 전술적 뿌리와도 관련이 있다. 홍명보호는 압박을 중시하는 전술을 사용한다. 압박은 무엇인가? 팀 차원에서 특정 지역을 선택해 선수들을 이동시킨다. 그러면 그 지역에서는 수적 우위를 형상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상대편을 몰아 볼을 탈취하거나 후퇴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압박을 잘 구사하기 위해서는 1선에서 4선까지의 거리가 짧아야 하며, 폭도 적당히 좁아야 한다. 90분 내내 운동장의 전 지역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는 것은 인간의 신체적 능력, 특히 지구력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홍명보호를 상대하면서 더 세밀하고 강도 높은 압박을 준비해왔다.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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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선이 홍명보호의 1선에서 4선까지의 거리이며, 파란색 선이 크로아티아의 1선에서 3선까지의 거리다. 크로아티아는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3-4-3과 3-5-2를 넘나드는 포메이션을 사용했기에 1선과 4선, 1선과 3선이라도 공격에서 최종 수비까지라는 점은 같았다. 


대한민국의 공격상황임을 감안해도 크로아티아가 더욱 촘촘하고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기에 좋은 대형을 취하고 있다. 또한, 4선으로 구분되어 상대의 미드필더와 중앙수비 사이를 공략하기 좋은 포메이션을 택했는데, 1선과 2선의 구분이 힘든 홍명보호의 공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차이는 경기 내내 작용하며 홍명보호의 중앙 공격을 틀어막는 효과로 나타났다.


이 경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홍명보호의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 다음 사진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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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백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되었던 크로아티아는 대한민국을 맞아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플랜 B인 셈이다. 이에 비해 홍명보호는 계속 사용하던 포백과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세 명의 2선, 한 명의 톱을 두는 익숙한 시스템으로 맞섰다. 결과는 참혹했다. 크로아티아 공격수 세 명은 미드필드 가까이 내려가 두 명인 우리 수비형 미드필더를 압박했고, 이를 풀어줘야 할 김보경은 상대 미드필더 두 명에게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크로아티아의 윙백과 스리백은 수적 우세 속에 우리 윙포워드 둘과 원톱을 효과적으로 농락했다. 우리 풀백의 전진은 늦었으며, 상대의 수비블록에 걸리기 일쑤였다. 크로아티아는 홍명보호를 완전히 파악한 후 맞춤전술을 들고 나온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아시안게임 때부터 4-2-3-1 말고 다른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아마 내 기억으론 없는 것 같다. 홍명보 감독은 미리 준비한 플랜 A가 막혔을 때, 포메이션의 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성향이 아니다. 포메이션이나 시스템은 변화 없이 가져가면서,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지거나 덜 지친 선수를 투입한다. 후반전에 스트라이커인 조동건을 빼고 미드필더인 구자철을 톱 자리로 이동시킨 것에서도 드러난다.


논점은 이러한 소극적 변화가 과연 충분히 효과적인가 하는 것이다. 후반전에 들어서 구자철을 올리고 그 자리에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인 한국영을 투입한 후, 홍명보호의 공격은 좀 더 살아났다. 하지만 이는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청용과 손흥민 두 윙포워드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한 바가 컸다. 차라리 포메이션 자체에 손을 대는 좀 더 과감한 개선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못내 플랜 B가 아쉬운 경기였다.
 
부족한 시간, 덜 만들어진 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명보호에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요소들도 존재한다. 심각한 문제점들이 일찍 발견된다는 것은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이를 고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족함을 나타내는 자리에는 아직 시험이 필요한 패가 남아있다. 차차 옥석을 가려내면 된다.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지금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직 덜 만들어진 팀이다. 고작 3개월이 되었을 뿐이고, 경기들이 더 진행되며 팀이 하나가 된다면 올림픽 때처럼 강력한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연봉을 100억씩 들여가며 해외파 명장을 데리고 올 것이 아니라면, 홍명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감독이다. 어느 누가 당당하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올 수 있겠는가. 스페인조차 무너진 대회였다. 전임 감독과 주축 선수와의 충돌 여파로 뒤숭숭한 팀 분위기를 다잡고 ‘한국적인’ 정신력 강한 팀을 만드는 데 이 만한 감독은 없다. 문제점들을 개선해 강점으로 만들고 ‘브라질에서는 한국 축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우승을 노리고 있다’는 구자철의 말처럼 더 높은 곳으로 홍명보호가 항해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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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브라질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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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규

그림을 그리는 곳에 가서 글을 찾고, 글 쓰는 곳에 가서 공을 찾는 청개구리. 그런 주제에 욕심은 많아 이것도 저것도 놓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며 부유하고 있다. 어떡하나 싶다가도 축구만 있다면 그저 가서 넋 놓고 보는 축빠다. 축구라면 조기축구나 챔피언스리그나 다 재미나게 보는 잡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