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그때가 좋았지? NO! 지금이 최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써니 할머니’로 불리는 김성희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 대표가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를 펴냈다. 50세에 영국 유학을 떠나 옥스퍼드대학에서 영어영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성희 대표는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인생을 공부하고 있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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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뒷바라지를 끝내고 50세라는 나이에 다시 영어영문학 공부를 시작한 김성희 저자. 영국과 서울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엄친 할머니’라 부른다. 이화여대 교육학과 졸업,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김성희 저자는 EBS에서 고교영어를 시작으로 BBC 영어, 옥스퍼드 영어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까지 있으니, 뒤늦게 유학을 떠난 것이 그리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1979년 옥스퍼드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남편을 따라간 영국에서 김성희 저자는 큰 시련을 맛보았다. 남편이 결핵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결핵은 무서운 질병이었다.

 

김성희

 

남편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국에 돌아와 여러 강단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김성희 저자. “언젠가 나도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할 거야”라고 다짐했던 약속을 20년 후, 이루게 되었다. 4년 6개월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왜 공부를 다시 시작했을까’ 후회할 정도로 유학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공부한 영어가 영국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 어차피 결정한 유학, 김성희 저자는 ‘독하게’ 마음먹기보다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중에 더 후회할 것보다 ‘덜’ 후회할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깨의 힘을 빼고, 50세에 시작한 공부. ‘덜’ 독하게 하자고 마음먹은 덕분에 그는 옥스퍼드대학 석,박사를 무사히 마치고 2009년부터는 옥스퍼드대학의 지식 공유 프로그램인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의 대표를 맡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글로벌 석학과 리더들의 생생한 지혜를 전하고 있다.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는 김성희 저자가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과정과 그 안에서 깨달은 지혜를 기록한 책이다.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를 출간된 후, 많은 새로운 분들을 만나고 있어요. 저를 모르는 분들이 페이스북에 리뷰를 올려 주시거나 입소문을 내주시는 걸 보면서 뉴미디어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됐어요. 일적인 면에서는, 그동안 오래 생각해왔던 옥스퍼드 TED 프로그램을 곧 시작할 계획이에요. TED가 북미 앵글로 색슨 위주의 가치를 전파해왔다면, 옥스퍼드 TED는 유럽과 아시아의 가치를 내걸 생각입니다.”

 

김성희 저자는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를 젊은 친구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막연한 불안감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책을 읽는 데 투자하면, 언젠가 꿈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깨지면 깨질수록 발전했다

인생은뜻대로되는게아니란다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의 지식 공유 프로그램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 대표를 맡고 계신데요. 최근의 활동이 궁금합니다.


서울대학교 글로벌 공학센터로부터 ‘옥스퍼드 화상강의 프로젝트’ 제의를 받아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옥스퍼드와 서울대 교수들 모두 데드라인에 맞출 수 있을지 하는 우려가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한 번도 마감을 어기지 않고, 예정보다 먼저 프로그램을 제작해 제공했고 올해로 4년째 잘 진행되고 있어 항상 마음이 뿌듯합니다. 한편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 초창기에는 인터뷰이를 섭외하기 위해 많은 설득과 설명을 해야 했는데, 최근에는 거꾸로 세계 석학들로부터 우리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다큐 스타일의 편집이 점차 많은 인터뷰이들에게 알려지고 좋은 반응을 얻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옥스퍼드대 교수들뿐 아니라 옥스퍼드를 찾는 세계적인 석학이나 정관계, 재계 인사들을 인터뷰하는데, 직접 이메일을 보내와서 감사의 뜻을 전할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늦은 나이에 영국 유학을 떠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할 때와는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옥스퍼드의 튜토리얼 시스템(Oxford Tutorial system), 즉 지도 시스템입니다. 정말 많은 책을 읽고 에세이를 써 갔는데, 1대 1로 지도교수와 토론한 후에 엄청 깨지는 일이 아주 흔하게 일어납니다. 처음엔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나중엔 깨지면 깨질수록 발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요. 또한 한국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것에 비해, 영국 학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놀기도 열심히 노는 편입니다. “Work hard play hard.”이지요.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도 많은 부모들처럼 아이들 교육에 올인하는 엄마였습니다. 아이들 뒷바라지가 끝나고 제 나름대로는 명분이 생겼어요.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에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죠. 그런데 아이들은 제 갈 길을 가고, 남편은 남편대로 바쁘니까 ‘그럼 난 뭐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더 저를 적극적으로 챙기기 시작했고, 그 시작이 공부였습니다. 그런데 학위를 땄다는 자체보다 인생 공부를 더 많이 한 게 큰 소득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젊은 학생들과 어울리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 거라는 것은 하나의 추측일 뿐입니다. 한 순간의 결심과 행동과 선택으로, 많은 친구들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저는 댄싱을 통해 젊은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대학원 학생회장에 출마하는 친구를 화끈하게 도와주어 젊은 친구들과 우정을 쌓았습니다. 동서양,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려울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따라서 누가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해오면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지요.

 

한국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이력이 있지만 늦은 나이에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를 시작하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영어에 "Go for it"란 표현이 있어요. ‘해보세요’라는 뜻입니다. 무조건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누구든 늦은 나이가 되어 무언가 하고 싶다고 입 밖에 냈을 때는, 말하기 전에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고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결정은 본인이 내리는 거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결정은 쉽지 않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김성희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를 만들어가며,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셨는데요.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나요?


성공은 자기 마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닥친 난관에 당황하지 않고 인생을 토닥거리며 사는 그들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세상에 어려움이나 문제 없이 사는 사람들이 없잖아요. 그들은 문제를 인생을 더 잘살기 위한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잘 해결하는 것 같아요. 요즘 한국 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대접받고 싶으면 대접받고 싶은 만큼, 상대방에게 먼저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나는 어른이라는 자세를 버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선택과 집중’의 연속입니다. 모든 걸 선택할 순 없기에 포기도 해야 하는데요. 선택의 순간에 놓였을 때, 저자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나요?


남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편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내 마음은 내가 잘 알거든요.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이 가는 일을 먼저 택하는 편입니다.

 

힘들 때마다, 되새기는 글귀나 신조,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시련을 만나 엎어질 때, 제 자신한테 하는 말은 “아 더 잘되려고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입니다. 되새겨보면 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이 제가 더 열심히 살도록 자극을 준 것 같습니다. 결국엔 일도 사람도, 베푼 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요?


연애를 하고 싶어요, 하하. 앞 뒤 안 따지고 정말 화끈하게요. 따지고 보면 어떤 계산 없이,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연애 아닐까요? (웃음).

 

저자님 또래의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업주부라는 자리를 정말 존경합니다. 본인이 주부라는 직업에 만족한다면,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회활동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오늘 바로 이 순간 한번 시작해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내일이 되면 또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만일 공부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책을 꺼내 읽어보고 줄도 치고 온라인 강의도 들어보고 하시라는 거죠.

 

자녀교육 문제로 힘들어 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두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교육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너는 할 수 있다(Can do spirit)’였습니다. 이것만큼 대단한 진리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자녀교육에 정답은 없습니다(웃음).

 

‘오늘’을 버킷리스트로 사용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앞으로의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정말, 버킷리스트는 따로 없고요. 지금이 저의 최고의 전성기이므로 언제나 ‘크게 웃자’입니다. 나를 발전시키는 하루하루의 작은 다짐을 버킷리스트로 삼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를 읽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는 여러분의 뜻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때가 좋았지”보다 “지금이 최고야”라고 말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오늘을 꼭 붙잡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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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김성희 저 | 쌤앤파커스
나이 오십에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갔고, 현재 옥스퍼드 대학의 지식 공유 프로그램 ‘보이스 프롬 옥스퍼드’의 대표로 일하는 열혈 할머니 써니의 유쾌하면서도 애정 어린 조언을 담은 책. 저자는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거나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손자손녀 같은 후배들에게,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며 꿋꿋하게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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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김성희 #써니 할머니 #옥스퍼드 대학교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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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말

2014.04.21

나이 50을 갓 넘겨서인지 김성희 님의 인터뷰가 가슴 속 깊이 들어옵니다. 늦깎이 유학 생활 그리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그곳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힘든 일이 예기치 않게 오더라도 잘 되려고 오는 것이라고 넘길 줄 아는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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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suna

2014.04.20

너무나도 재미있게 잘 봤으며, 주위사람들에게 이 기사 내용을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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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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