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용 “끝까지 밀고 나가면 될 거라고 믿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제 모토는 그거예요. 일단 뭐라도 계속하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글ㆍ사진 김서영(예스24 대학생 리포터)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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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금요일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서른, 여행은 끝났다』 박현용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다. 저자는 1년 이상을 준비했던 영화가 준비 단계에서 무너진 뒤 시나리오와 카메라, 여행 물품 그리고 1,700달러만을 챙겨 뉴욕에서 할리우드까지 12,000km를 자전거로 횡단했다. 여행을 마치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참고 달렸으며, 여기까지 왔다. 그것들이 나를 뉴욕에서 이곳까지 이끌고 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자 구역질이 날 정도로 내가 싫었다. 이것은 실패다. 사악하고 추악한 최악의 실패다. 내 여정은 실패했다.” 


기존의 여행 책에서 주로 말하는 ‘힐링’이나 ‘희망’보다 먼저 실패를 논하는 박현용 저자를 만나 여행의 이모저모를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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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미국 횡단을 하게 되었는가


박현용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에서는 영화 공부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지 못했을뿐더러 원하던 과를 가지도 못했다. 결국, 대학교를 자퇴하고 군대까지 갔다 오고 나서야 미국에 있는 뉴욕 필름아카데미로 유학길에 올랐다.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유학을 가게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장편영화를 찍고 싶어 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뉴욕으로 유학을 갔을 때 저는 어떤 멋모르는 패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장편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 당시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하셨던 때였거든요. 그걸 보고 저도 장편영화를 찍어야겠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박현용 저자는 미국 횡단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1학년 때 찍은 작품이 영화제에서 상을 타 자신감이 많이 붙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어깨가 많이 으쓱했죠. 자신감과 용기로 가득 찬 상태였어요. 제가 얼마나 막무가내였냐면, 상 받은 이후에 학교 총장을 찾아갔어요. ‘나 상 받았다. 장학금을 달라’라고 꼬박 2주를 매일 찾아갔어요. 결국 장학금 5000불을 받아냈어요. 거기다 한인사업가를 찾아가서 받은 투자금 1억, 브라질인 친구가 투자한 돈까지 다 합쳐 총 1억7천으로 장편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웠죠.” 


하지만 1억을 투자하기로 했던 한인사업가가 발을 빼면서 영화는 준비 단계에서 접어야 했다. 저자는 당시에 받은 충격에 대해 토로하며 그 이후 할리우드를 향해 떠났다고 말했다.


“충격이 커서 3개월 정도 집에만 있으면서 무기력하게 지냈어요. 당시 집에 비둘기가 자주 날아왔어요. 아무리 쫓아내려고 해도 안 되더라고요. 아주 끈질겼어요. 그렇게 비둘기를 보는데 순간 할리우드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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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의 조언


박현용 저자는 뉴욕에서 할리우드로 가는 12,000km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과 기억에 남는 인물에 대해 말했다.


“첫날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생판 모르는 장소, 심지어 길거리에서 잠을 자야 한다는 게 두렵고 낯설었죠. 다행인 점은 제가 여행 초보는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돈 없는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죠. 다만 정신적으로 실패한 상태였던 게 힘들었어요.”


여행에서의 고단함보다는 정신적으로 실패한 상태였기에 정신적인 고단함이 컸다고 고백한 뒤 짧은 영상 하나를 틀었다. 미국 횡단을 하면서 찍은 장편 다큐멘터리 의 일부로, 『서른, 여행은 끝났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짐과의 만남이 짤막하게 편집된 영상이었다. 


“짐은 여정 초반에 만난 인물이에요. 자전거 바퀴가 도로에서 펑크가 나서 위기에 처했을 때 저를 도와주신 분이에요. 일주일 정도 집에 머물면서 여러 조언을 해주셨죠.” 


‘용, 너의 꿈과 열정을 사랑하면서도 절대 너의 의지를 신의 의지 앞에 두지 않았으면 해. 이제 여정의 초반이잖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주 멀어. 험난하고, 고독하고, 위험할 거야. 이런 여정에서 인간의 의지가 신의 의지 앞에 놓이게 되면 다치게 될 수 있어. 난 네가 너의 그 소중한 꿈과 열정을 가지고 안전하게 할리우드까지 도착했으면 좋겠어.’ (『서른, 여행은 끝났다』 197쪽)


박현용 저자는 초행길에 만났던 짐의 조언은 할리우드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말했다. 


“마지막에 할리우드에 도착해서 벤치에 앉았는데, 마음이 공허한 거예요. 기쁨도 없고. 그때 이제 그걸 느꼈죠. 내가 잘못된 동력으로 여기까지 왔구나.”


12,000km의 미국 횡단 여행은 끝이 났지만, 막상 할리우드에 도착하고 나니 그동안 자신을 이끌었던 동력이 자신의 꿈과 열정이 아니라 욕망과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고했다. 


“그 이후로 5년이 지난 것 같아요. 근데 사실은 그 후가 더 힘들었어요(웃음). 뉴욕으로 돌아갔는데 한국 독립 제작사에서 사기를 당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 겨울 막노동을 했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야만 했죠. 그때 번 돈으로 빚을 갚고 돈 모은 거로 어렵사리 장편 다큐멘터리 를 편집했어요. 그런데 반응이 안 좋았고, 그걸 다시 재편집했는데 그것도 별 반응이 없었어요. 세상이 참 냉정하다고 느꼈어요.


요즘 막 뭔가를 하다 보면 안 되면 그냥 포기하고. 그런 거 많잖아요. 그런데 ‘이건 확실하다.’ 싶은 게 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면 될 거라고 믿어요. 제가 사기당했을 때 포기했으면, 영화 두 번 도전해서 실패했다고 포기했으면 이 책은 안 나왔을 거예요. 제가 그거라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겼을 거 아니에요. 요즘 광고 문구 중에 좋아하는 게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제 모토는 그거예요. 일단 뭐라도 계속하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박현용 저자의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여행하고 난 후의 공허함 같은 건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저는 공허함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직장인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자유인이잖아요. 여행을 갔다 와서 바로 돌아가야 하는 직장이 있다거나 반복적인 생활을 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요.


만약 다시 여행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떡하실 거예요? 그래도 여행을 갈 것 같나요?


그때의 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성숙함도 없었고 오히려 막무가내 기질이 많았어요. ‘나는 최고야’라는 생각에 빠져있었죠. 어리숙하고 행동이 앞섰던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여행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다시 학교에서 영화 공부를 더 할 것 같아요.


서른 즈음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과감히 다 내려놓고 떠나보는 거에 한 표를 던지고 싶어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굳이 외국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여행을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은 다 각자만의 스펙트럼이 넓더라고요. 여행을 통해서 어느 한 부분이든 간에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넓히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저는 즉흥적으로 행동하지만, 사실은 계획적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크게 일 년 계획을 잡고, 한 달 계획도 잡고, 적게는 일주일 계획, 하루 계획도 잡아요. 버킷리스트도 당연히 있죠. 올해의 버킷리스트는 아직 진행형으로 이루고 있습니다.


터닝포인트가 있다면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일 큰 터닝포인트는 군대 같아요. 저는 학교를 자퇴한 다음엔 완전히 나태하게 팽팽 놀았어요.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특수부대를 갔어요, 송중기가 갔던(웃음). 거기서 배웠던 야전 기술이 여행에 도움이 됐어요. 거기서 모은 돈으로 유학자금도 보탰어요. 제 인생에서 책을 제일 많이 읽었던 시기가 이때에요. 한 달에 한 번씩 상자째로 책이 왔어요. 특수부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없으니까 거의 다 제 차지였어요. 몸이 힘들다 보니 더 꿈이 간절해진 것 같고,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생각도 좀 깊어진 것 같고. 군대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 터닝포인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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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행은 끝났다박현용 저 | 스토리닷
책을 읽다 보면 간혹 ‘이게 여행기야, 소설이야,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대다수의 기존 여행책에서 느낄 수 있는 ‘힐링’과는 다른 느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솔직하지만 그래서 슬픈 우리의 자화상을 이 책을 통해 마주하게 될 것이다.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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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뉴욕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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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책이 좋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