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벗어린이에서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본격적으로 아동문학을 선보인다. ‘길벗어린이 문학’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좋은 생각거리와 질문을 던지며 함께 살아갈 힘을 보태는 작품들로 구성할 예정이다. 그 첫 여정으로 K-동화를 이끌고 있는 다섯 명의 스타 작가가 뭉쳤다. 작고 웃기고 쓸모없고 이상한, 판타스틱한 이야기로 찾아온 강경수, 동지아, 류재향, 송미경, 안미란 작가. 일상을 힘껏 비트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아이들이 숨 쉴 구멍을 선물하는 판타지 동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중 「산타 할머니는 알고 계신대」의 류재향 작가를 만나 본다.
「산타 할머니는 알고 계신대」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지 못한 루아 어린이가 산타 연합회에 항의하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님이 이 작품을 집필하실 때는 따뜻한 봄이었는데요, 봄에 한겨울 이야기를 떠올리신 계기가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울면 안 돼” 노래 가사에 대한 단상에서 출발했어요. 평소에 작품 아이디어나 생각나는 문장 같은 것들을 여기저기 메모해 두곤 해요. 몇 년 전 카페에서 영어로 된 캐롤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이 흘러나오는데, 혼자 흥얼거리다가 문득 제가 어린이라면 이 가사가 기분 나쁘겠다 싶더라고요. 어른이 된 지금도 울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 어린이라도 그렇지 않겠어요? 그런데 울거나 토라지면 선물을 안 준다니요. 어린이는 마음껏 장난도 치면서 자라는 건데, 장난치면 선물을 안 준다니요! 부당하다, 이럴 순 없다, 생각했어요. 원곡 작사가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반항하는 마음으로 제멋대로 가사를 바꿔서 적어 뒀었어요. 올봄에 무슨 이야기를 쓸까 하고 메모 파일을 뒤적이다가, 그때 메모해 뒀던 “울어도 돼” 가사를 보고 이야기로 발전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작가님께서 루아의 소원을 들어줄 산타로 ‘산타 할아버지’가 아닌 ‘산타 할머니’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사를 처음 쓸 때부터 ‘산타 할머니’로 바꿔서 써 놨었어요. 일부러 산타클로스의 성별을 바꿔야겠다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눈물을 닦아주고 코를 풀어주는 할머니 이미지가 떠올랐던 것 같아요. 이야기 속에서는 루아가 어릴 땐 마음껏 응석 부릴 수 있었던 할머니가 기억을 잃어 가는데, 무책임한 아빠의 상태로 인해 마땅히 돌봄을 받아야 할 루아가 오히려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임이 뒷부분에 드러나지요. 그래서 산타 할머니를 더욱 루아네 집 어른들과 대비되는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멋진 할머니가 아주 많잖아요? 저는 이 이야기 속 산타 할머니가 어떤 면에서는 그리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명감을 느껴서, 작품 속에 다양한 할머니를 많이 그리고 싶어요. 저는 K-할머니들이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산타 할머니는 어쩌면 작품을 통해 늘 어떤 어린이든지 환대하고 아이들 마음을 만져 주는 류재향 작가님의 모습을 닮은 것 같습니다. 「산타 할머니는 알고 계신대」에는 은퇴 후 각자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대로 살고 있는 산타들이 나오는데요, 산타의 사생활, 특히 은퇴 후 생활은 처음 생각해 본 것 같아요. 작가님들의 사생활도 궁금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사생활도 살짝 엿볼 수 있을까요? 현재나 꿈꾸는 미래에 대해서요.
저는 공원을 어슬렁거리는 산책을 좋아해요. 숲속 동물을 관찰하고 영상으로 차곡차곡 기록하고 싶어요. 지금도 가끔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한데, 그 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 미래의 사생활은 분명히 계획한 게 있어요. 전 세계의 진귀한 문구류를 사 모아서 커피 향 좋은 북 카페의 한구석에 세를 들어 작은 문구점을 차려 놓고 그걸 진열해 놓는 거예요. 어린이 손님들에게 보여 주고, 눈을 반짝이면 만져 보게도 해 줄 거예요. 하지만 과연 판매할 수 있을지는 장담을 못하겠어요….
「산타 할머니는 알고 계신대」의 주인공 루아는 스스로 ‘착한 어린이’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하는 ‘누락 아동’이 되었다고 생각하지요. 이 부분이 마음이 아팠는데요, 작가님이 만든 ‘실컷 울어도 되는 세상’에서 작가님이 생각하는 ‘착한 어린이’는 어떤 어린이일까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배우고, 시간과 기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어린이,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보살핌 받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어린이가 착한 어린이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좀 울더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착하다는 게 과연 뭘까요?
『욕 좀 하는 이유나』의 주인공 이유나는 ‘욕 좀 하는 (나름의) 이유나 알아볼까?’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이름이고,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의 주인공 솔이는 ‘이끌다’는 뜻을 가진 한자 ‘솔(率)’에서 이름을 생각했다는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이번 「산타 할머니는 알고 계신대」의 주인공 루아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나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눈물 루(淚), 아이 아(兒)’를 떠올렸어요. 이 이야기가 ‘울면 안 돼’라는 노래 가사에서 출발한 만큼, 마음 안에 눈물이 가득한데 맘껏 울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되니까요. 슬프고 힘들 때, 실망했을 때, 억울할 때, 실컷 울어도 되고요. 그렇게 자라다 보면 기쁨의 눈물을 뚝뚝 흘리는 순간도 있을 거예요. 우리 삶은 여러 빛깔의 눈물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그 눈물이 우리를 자라게 해요.
올겨울이 루아처럼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 스스로 ‘착한 어린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도 따뜻한 계절이면 좋겠습니다. 작가님 작품이 ‘산타 할머니’의 역할을 하리라 믿어요. 이런 친구들을 비롯해 모든 어린이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든 믿지 않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든 하지 않든 여러분의 모든 계절에 이야기 속 산타 할머니 같은 존재가 곁에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만약 없다면, 혹시 찾지 못하고 있다면… 루아가 눈길을 헤치고 산타 연합회 타운하우스 입구의 문을 두드렸듯이, 여러분도 두드릴 수 있기를, 그러면 어떤 문이 열리기를 마음을 다해 기원하겠습니다. 저는 어른으로서, 아동문학 작가로서, 그 문의 무거운 손잡이를 함께 잡고 두드려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마지막으로 다섯 작가님들에게 공통 질문을 드립니다. 작가님에게 ‘비밀’이란 무엇인가요?
평소에 작업실에 출근한 척, 열심히 일하는 척, 책상 모니터와 키보드 앞에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곤 하는데 실은 79%는 딴짓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도토리 뚜껑 주워 온 걸 가지고 논다든지, 판다와 강아지, 고양이 영상을 하염없이 보고 있거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콘텐츠를 본다든지, 문구류를 잔뜩 꺼내 놓고 정리를 하거나 형광펜 스무 개를 쏟아 놓고 낙서를 한다든지요. 아, 이 인터뷰를 편집자 선생님들이 보면 안 되겠는데요…. 비밀이란, 들키고 싶지 않으면서 들키고 싶은 것, 말하고 싶지 않으면서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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