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벗어린이에서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본격적으로 아동문학을 선보인다. ‘길벗어린이 문학’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좋은 생각거리와 질문을 던지며 함께 살아갈 힘을 보태는 작품들로 구성할 예정이다. 그 첫 여정으로 K-동화를 이끌고 있는 다섯 명의 스타 작가가 뭉쳤다. 작고 웃기고 쓸모없고 이상한, 판타스틱한 이야기로 찾아온 강경수, 동지아, 류재향, 송미경, 안미란 작가. 일상을 힘껏 비트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아이들이 숨 쉴 구멍을 선물하는 판타지 동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중 「판타스틱 드롭스」의 동지아 작가를 만나 본다.
「판타스틱 드롭스」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인간이 되고 싶은 모기들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작품을 보고 나서 밤새 나를 괴롭히는 모기의 입장은 한 번도 헤아려 본 적이 없어서 피식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모기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모기에 자주 물리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모기를 좀 관대하게 바라봤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이 앤솔러지에 마지막으로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판타지 단편집을 만들어 보자는 길벗어린이의 제안을 처음 받고, “단편은 어떻게 쓰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라성 같은 작가님들 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음표만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죠. 현관 앞에는 쿠팡에서 주문한 전기 모기 채가 배송되어 있었어요. 그때가 한겨울이었는데 그걸 왜 샀을까요? 이제 와서 생각하면 참 의문인데, 이 작품을 쓰라는 모기의 계시가 아니었나 합니다.
아마도 겨울 모기가 있어서였을 테죠. 원래 쓰던 전기 모기 채가 고장이 나서 교체했던 것인데요, 마침 나타난 모기를 잡았을 때 나는 ‘파지직’ 소리가 이전 제품보다 덜한 거예요. 그래서 뭔가 쾌감이 없다 싶은 순간, 모기가 타는 소리와 쾌감을 연결 짓는 제 자신이 순간적으로 혐오스러웠어요. 그래서 ‘모기야, 네가 얻고자 하는 건 인간의 피인데, 내 피를 먹으면 비인간적인 인간이 될 텐데? 인간다운 인간의 피를 먹는 게 낫지 않니?’ 하는 식의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고요. 그다음 날 아침에 편집장님에게 전화로 스토리라인을 말씀드렸더니 진행해 봐도 좋겠다고 하셨어요.
작가의 말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연지 어린이는 비 온 다음 날 아침에 바쁩니다. 길바닥에 나왔다가 집에 못 간 지렁이들을 화단에 데려다주어야 하거든요. 이건 진짜 비밀인데, 이 동화는 지렁이가 연지에게 보낸 편지일지도 몰라요.”라고 하셨는데요, 연지 어린이가 이 작품을 쓰시는 데 영감을 주었나요? 연지 어린이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아직은 등굣길에 새똥을 맞아도 신이 난다는 2학년이지만, 언젠가는 똑같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춘기가 되고 또 어른이 되어 가겠죠. 지렁이를 흙 쪽으로 옮겨 주는 성의를 실현하는 어린이가 있으니, 어른의 역할은 그 모습을 잘 촬영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고화질 카메라 대신 ‘연’필과 ‘지’우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업입니다.
연지 어린이가 아홉 살 인생에서 가장 서럽게 울었던 것은 키우던 물고기가 죽었을 때입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한 어린이를 몇 시간 동안 울리는 것을 보니, 우리가 살아가며 놓치는 것이 생각보다 더 많겠다 싶더라고요. 그렇다고 생명권이나 동물권과 관련한 주제 의식까지 담으려 한 건 아닙니다. 다만, 모기들에게 인간보다 훨씬 더 인간미 넘치는 면모를 주는 것으로 역설을 해 보고 싶었어요. 이타적이면서도 꿈을 향해 희망을 안고서 끝까지 도전하도록이요. 모기도 이렇게까지 하는데, 우리는 어떤지 돌아보자는 것이죠. 모기의 꿈은 이루어졌을 수도, 애초에 가져서는 안 될 허상이었을 수도 있어요. 모든 것은 주인공의 몫! 엔딩의 ‘드롭’ 사건이 일어난 이후라야 스스로 깨닫게 될 뿐입니다.
작가님은 2024년 『해든 분식』으로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면서 아동문학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어린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신간이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 같은데요, 수상 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던 날부터 신기함과 놀라움이 계속되고 있답니다. 『해든 분식』은 저의 첫 책이어서, 저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 책과 연결되어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강연 기회를 통해 전국 도서관이나 초등학교에 가고, 최근에는 동화 창작을 하고 싶어 하시는 성인 독자분들 앞에 서 보기도 했어요. 저는 글쓰기를 혼자서 해 오고 있다 보니, 쓰시는 분들과의 만남이 반가웠어요.
저는 대학교 3,4학년 학생들을 위한 출판기획 과목 강의를 맡고 있기도 한데요. 그때는 동화책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합니다. 그러던 중에 『이건 진짜 비밀인데!』 프로젝트가 본분을 되새기게 해 주었어요. 무엇보다 읽고 쓰는 훈련에 시간을 할애하려 합니다. 제겐 곧바로 꺼낼 새 작품들이 없었거든요. 한 권을 내더라도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해든 분식』에서는 분식집 둘째 딸이 닭강정으로 변하고, 이번 「판타스틱 드롭스」에서는 모기들이 인간으로 변하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변신 서사와 판타지 장르를 접목한 ‘변신 판타지’를 연이어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번에도 변신을 시켜 봐야겠다’라는 의도였다기보다는, 클리프행어(새로운 갈등을 예고하며 끝내 버리는 기법)에 매력을 느꼈어요. 변신했다가 되돌아오거나, 변신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결정적인 순간에 무대를 암전시키는 것이죠. 『해든 분식』과 「판타스틱 드롭스」 둘 다 정식 출간 이전에 서평단 활동이 있었는데, 두 작품 다 ‘가제본이라 그런지 여기까지만 나와 있었고, 책이 나오면 뒷이야기를 이어서 읽어봐야겠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같은 내용을 정식 출간본으로 보신 분들은 그 끝맺음을 즐기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야기가 끝난 걸 믿을 수 없다며, 혹시 종이 두 장이 붙은 건 아닌지 떼어 보려는 아이가 있었다고도 들었는데, 아이다운 여운이에요.) 저는 앞으로 서사의 여러 구조들을 실험해 보고 싶고요, ‘변신’은 클리프행어의 도구로써 잘 기능해 준 것 같아요.
「판타스틱 드롭스」에는 ‘작은 인간’, ‘중간 인간’, ‘큰 인간’이 등장합니다. 이 세 인간을 그냥 ‘인간’으로 묶지 않고 따로 구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린이로 등장하는 인물의 현재와, 아기였던 과거를 ‘작은 인간’으로 묶어서 지칭할지는 편집자님과 함께 끝까지 고민해 보았던 사안입니다. 실제로 어린이가 자라나는 몇 년 동안에 한 마리의 모기가 생존해 있기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도 ‘중간 인간’에 의미를 두고 싶다는 생각은 평론가 김지은 선생님의 책 『어린이, 세 번째 사람』이라는 제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중간적이어서 더 귀한 그 존재들을 우리는 ‘어린이’라고 부릅니다. 뜨거운 냄비를 손으로 만졌다가 드롭을 만들어 낼 정도로 어설프죠. 드롭 중에서도 ‘판타스틱’한 것은 큰 인간의 따뜻한 돌봄이 있을 때 비로소 맺히게 됩니다.
「판타스틱 드롭스」를 쓰는 동안에 마침 일본의 고전 소설들에 빠져 있었다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도련님』이나 『인간 실격』의 주인공들이 눈앞의 대상을 열심히 서술하는 동안, 우리는 그 주인공이 얼마나 순수한지를 읽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민하고 같이 분노하게 되죠. 모기들이 용기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있는 모험이었다는 표현까지만이 저의 몫이었어요. 독자들이 모기에게 응원을 건네고 싶어졌는데도 그 모기에게 이름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라는 것에까지 가닿길 바라면서요.
「판타스틱 드롭스」에서 인간이 되기 위한 ‘판타스틱 드롭’은 결국 무엇일까요? 작가님께서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눈물’과 동시에 ‘땅으로 떨어짐’을 외치는 ‘드롭(Drop)!’으로 마침표를 찍었는데요. 독자들이 의견을 나눈다면 첫 번째는 아마도 이런 것이겠죠. ‘모기가 전기 모기 채에 부딪히는 순간 죽음만 맞이했을까? 인간이 되었을까?’ 하는 거요.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것은 당연하고요. 한 사람이 나중에 다시 읽고 해석이 바뀌게 되는 경험에 조심스레 기대를 걸고 있어요. 왜 달라졌는지 곱씹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이유들이 얼마나 다채로울까요? 그래서 제목도 한 개의 드롭이 아닌 드롭스(Drops)입니다.
드롭이라는 단어엔 사탕이라는 뜻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내가 모기인가, 모기가 나인가? 「판타스틱 드롭스」의 모기와, 인간답지 못한 인간 중에서 누가 더 인간에 가까운가? 이런 고민이야말로 한없이 쓸데없고도 달콤한, 인간만의 것이니까요. 누구나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며 ‘저렇게 살고 싶다’라고 했던 적이 한 번쯤 있잖아요. 그런데 누군가의 입장에선 그토록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이 ‘나’일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해 보고 싶었어요. 결국 자신을 향한 존중과 오늘 하루에 대한 감사로 안착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작가님들에게 공통 질문을 드립니다. 작가님에게 ‘비밀’이란 무엇인가요?
저희 집에는 동네 어린이들이 종종 놀러 오곤 합니다. 한번은 송미경 작가님의 『돌 씹어 먹는 아이』를 읽고, ‘비밀’이라는 단어를 정의 내려 보자고 했었는데요.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은성이’와 ‘예림이’가 만들었던 문장으로 답을 대신할게요. “누구나의 마음속에 묻혀 있는 고요한 생각”.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이건 진짜 비밀인데! (작가 5인 친필 사인본)
출판사 | 길벗어린이
해든 분식
출판사 | 문학동네
어린이, 세 번째 사람
출판사 | 창비
돌 씹어 먹는 아이 (그림책)
출판사 | 문학동네
돌 씹어 먹는 아이
출판사 | 문학동네
인간 실격
출판사 | 민음사
도련님
출판사 | 현암사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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