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벗어린이에서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본격적으로 아동문학을 선보인다. ‘길벗어린이 문학’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좋은 생각거리와 질문을 던지며 함께 살아갈 힘을 보태는 작품들로 구성할 예정이다. 그 첫 여정으로 K-동화를 이끌고 있는 다섯 명의 스타 작가가 뭉쳤다. 작고 웃기고 쓸모없고 이상한, 판타스틱한 이야기로 찾아온 강경수, 동지아, 류재향, 송미경, 안미란 작가. 일상을 힘껏 비트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아이들이 숨 쉴 구멍을 선물하는 판타지 동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중 「이상한 생일잔치」의 안미란 작가를 만나 본다.
「이상한 생일잔치」는 반려동물 전문 촬영 ‘프렌즈 스튜디오’에서 미스터리한 첫 손님을 맞이하는 이야기입니다. 광고 회사를 다니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장, 돼지 축사를 배경으로 하는 첫 단체 촬영 등, 등장인물들과 장소가 판타지이면서 현실감을 듬뿍 담고 있는데요,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인이 SNS에 올린 반려묘 사진을 보고 제가 색연필화로 그려 드린 적이 있어요. 보잘것없는 솜씨였는데도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또 한번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동영상 하나를 봤어요. 사육사들이 동물원의 얼룩말을 위해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는 거였어요. 통으로 줘도 될 만한 먹이를 굳이 예쁘게 깎고 정성스레 쌓아 올린 뒤 꽃 장식까지 하는 거예요. 그게 씨앗이 되었어요.
안미란 작가님이 예전 인터뷰에서 “이야기는 가장 작고 여리고 힘이 없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면서 “건강한 공동체는 생명체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공동체”라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은 평소 작품을 통해 인권과 더불어 동물권, 그리고 연대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이런 주제에 특별한 관심을 두신 이유가 있을까요?
살면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잖아요? 그 우연한 만남이 제 삶을 결정짓는 소중한 인연이 되었어요.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완성시켜 주는 것 같아요.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애쓰는 활동가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도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는 모든 사람이 제겐 스승이었어요. 그러니까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 제 창작의 원천입니다. 뜻밖의 만남이 사실은 행운이었던 거죠.
돼지 축사에서 돼지들의 짧은 일생을 알게 된 주인공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서도 아빠와 함께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역사 소설, 판타지 동화, 우화, 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에서 작가들의 권리와 좋은 출판 문화를 위해 애쓰고도 계시고요. 작가님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면서 이루고 싶은 꿈과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작가는 결국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당장 쓰고 싶은 이야기는 어린이·청소년의 정치 참여, 전시와 사육이 목적이었던 동물원이 생명의 피난처로 변하는 이야기, 학교 급식실 조리사처럼 어린이·청소년의 삶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노동자 이야기 등이에요. 늘 욕심만 앞서고 손과 발이 느려서 걱정입니다.
생일잔치 상을 차리던 주인공에게 도야지 씨가 계속 딴지를 걸고, 돼지들은 “우리가 원하는 걸 놔도 괜찮아?” 하고 물으며 나뭇잎 향이 나는 흙덩이, 들풀과 꽃, 그리고 마른 지푸라기를 상에 올립니다. 이것들은 무엇을 상징하나요?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어린이! 그런 순간에 누리는 행복감을 돼지들도 느끼고 싶겠지요. 공장식 축산 제도는 그야말로 지옥이거든요. 돼지 사육에 대한 자료를 많이 읽었는데, 그때마다 잠을 이루기 어려웠어요.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누울 수 있는 곳, 풀향기와 흙냄새 그리고 새벽 공기와 오후의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삶이 허락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프렌즈 스튜디오’의 첫 손님은 독자들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마치 어린이와 동물들의 수호신 같다는 생각도 해 봤어요.(웃음) 귀신, 돼지들의 수호신으로 ‘도야지 씨’ 캐릭터를 만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수호신처럼 대단한 인물이 되기는 글렀어요. 욕심도 많고 변덕도 잘 부리고 가끔은 약속도 어기고 그러거든요. 그럴 때는 스스로 창피한 마음이 들어요.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아니까요. 그럴 때마다 아휴, 이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조금씩 노력할 뿐이에요.
도야지는 저를 키워 주신 할머니가 쓰시던 사투리예요. 지역에 따라 돼지를 ‘도야지’, ‘돝’으로도 불러요. 새끼 시절을 지나 좀 자라서 천방지축인 아이들을 중돝, 중도야지라고 하고요. 도야지 씨는 능청스러우면서도 할 말 다 하는 엉큼한 면도 있는 캐릭터를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프렌즈 스튜디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정식으로 오픈한 뒤, 다음 손님은 누가 될까요?
프렌즈 스튜디오는 누군가의 일생, 즉 태어나서 사랑하고 어울리며 치열하게 살다가 언젠가는 세상과 이별하는 모든 생명체를 기억하는 사진관이 될 거예요. 그러니까 다음 손님은 풀이나 꽃나무, 벌레나 산짐승, 날짐승 누구라도 상관없어요.
일생 동안 사람을 위해 고된 일을 한 개나 말이 은퇴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 할 수도 있겠지요. 빨갛고 윤기 나는 먹음직스러운 사과의 처지에서는 아직 덜 익었던 풋사과 시절의 싱그러운 모습을 기록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기억하고픈 순간이 있는 모든 이가 어느 날 불쑥 스튜디오의 문을 밀고 들어오겠지요.
마지막으로 다섯 작가님들에게 공통 질문을 드립니다. 작가님에게 ‘비밀’이란 무엇인가요?
제발 나한테 비밀을 털어놓지 말아 주세요! 정말이에요. 저는 입이 한없이 가벼워서 비밀 따위 못 지켜요. 아니, 안 지켜요. 그러니까 저에게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괴로움을 주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끼리의 비밀 말고 세상의 신비라고 할까? 인생의 비밀 같은 걸 깨달을 때가 있잖아요? 살다 보면 이 세상의 놀라운 비밀을 발견해 내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런 아름답고 놀라운 비밀을 깨치는 순간이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분명 찾아올 거라 믿어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이건 진짜 비밀인데! (작가 5인 친필 사인본)
출판사 | 길벗어린이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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