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무사가 올해 10월 10일에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열 십자 세 개가 반복되는 우연이 어쩐지 책방무사스럽습니다. 동네 사랑방처럼 도란도란 모여 책을 읽다 가도 엉뚱하고 위트 있는 행사 기획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책방무사의 보스, 요조를 서면으로 만났습니다.
ⓒ 책방무사
책방무사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 공간을 10년간 운영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일이죠. 무엇보다 이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택이기도 하고요. 어떤 마음으로 10년을 이어 오셨나요?
‘멋지게 성공하겠다’ 쪽이 아니라 ‘멋지게 실패하겠다’ 쪽에 가까운 마음으로 일해왔습니다. 어느 쪽으로 결심하든 이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읽힐 수 있지만, 저뿐만 아니라 많은 책방 사장님들의 마음이 이쪽이지 않을까 싶어요. 발산하는 야망이 아니라 수렴하는 야망. 어떻게 하면 더 작고 단단해질 수 있을까 늘 생각하죠. 반자본주의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자본주의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일 같습니다.
올해 책방무사를 아이브코퍼레이션과 공동 운영하는 변화가 있었죠, 책방무사를 함께 꾸리고 있는 구성원분들 소개를 부탁드려요.
멋지게 실패하려고 10년간 버텼는데 (왠지 10년을 딱 채운 다음에 그만하는 게 멋져 보여서) 막상 10년째가 되는 해에 공동운영을 하게 되면서 더 계속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벌었습니다. 저의 파트너가 된 아이브코퍼레이션의 송주환 대표에게 그 점에서 무척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또 무사의 공간을 관리해 주시고 보스의 엉성함을 꼼꼼하게 백업해 주시는 신동연님과 배윤아님, 히로사와 소우님도 함께 일하고 있는 저의 동료입니다.
그간 세 번의 공간 이동이 있었습니다. 서울 계동과 제주 수산리를 거쳐 올해 서울 신촌으로 이사하셨죠. 장소의 이동은 종종 정체성의 변화로 이어지는데요, 올해 신촌에 둥지를 틀며 새로 품거나 떠나보낸 마음이 있을까요?
제주에 있으면서 내내 아쉬웠던 점이 행사를 활발히 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는데요. 서울로 다시 이전하면서 서울의 파격적인 편의성을 십분 누리겠다는 진한 작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간 못한 각종 행사를 아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서울 레코드 페어에도 참여했고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내년엔 국제도서전에도 나가보고 싶고, 가능하다면 해외 페어에도 도전해 보고 싶네요!
올해 신촌에 둥지를 튼 책방무사 ⓒ 책방무사
요조님은 뮤지션이자 작가이자 책방 보스죠. 세 가지 정체성이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 책방을 운영하며 길러진 근육에는 어떤 게 있나요?
가장 많이 길러진 근육은 넉살 근육이 아닐까 싶네요.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서울 계동 시절 책방에 오셨다가 10년 만에 다시 찾아오신 손님이 계셨었는데요. 그분 왈, 그때의 저는 되게 무섭고 쌀쌀맞은 인상이었대요. 제가 생각해도 그때는 소상공인이 아니라 콧대 높은 예술가로서 앉아 있었던 것 같아요. 올 테면 오고 갈 테면 가라...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귀한 시간을 내서 찾아주신 게 감사하고, 하나라도 구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고. 그러한 절박함이 자연스레 사람을 넉살스럽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책방무사를 떠올리면 ‘북적북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과거 무사 멤버십이나 책과 밤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주야무야’, 한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파는 ‘두더지 독서회’ 등 독자들과 꾸려온 프로그램이 많죠. 독자와 연결되며 만들어진 공동체의 감각이 있을까요?
책방무사를 운영한 지 7년 정도 쯤엔가 ‘멤버십’ 제도를 만들었었는데, 그때가 어떤 가시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무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는 있는데 구체적으로 그려낼 순 없었던 시절을 지나, 또렷하게 떠올리고 만질 수도 있었죠. 나중엔 그분들끼리 소모임을 만들며 자체적인 생명력을 획득해 나갔어요. (밴드까지 결성해서 무사에서 하는 행사에 노래와 연주를 해주시곤 했어요.) 정말 경이로웠고 행복했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으로 얼마 전 무사 티셔츠를 제작했을 때 그분들을 모델로 촬영하기도 했고요. 여전히 무사의 경사에 늘 함께 해주고 계세요. 무지무지 든든합니다.
행사 기획에서 종종 위트가 느껴져요. 계엄 이후 ‘까뮈 부조리 파티’를 주최했고 드레스코드는 ‘부조리’였습니다. 올해는 ‘주성치 탄신 기념회’도 열렸고요. 기획은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그런 엉뚱한 기획은 주로 제가 떠올리는데요. 기획이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문제가 없는데, 그걸 진행해 나가는 일은 실질적인 것들을 핸들링하면서 해나가야 해서 제 파트너인 주환님이 좀 그 부분에서 고생스러우실 것도 같아요. 그래도 저에게서 무턱대고 츨발하는 이런 아이디어들이 곧 무사의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는 점을 존중해주시기 때문에 제가 하자는 건 웬만해서 반대 없이 협조해 주고 계십니다.
책방무사에서 열린 '주성치 탄신 기념회' ⓒ 책방무사
책방무사 스티커로도 만들어진 ‘하다 보면 된다’는 마음으로, 언젠가 시도해 보고 싶은 기획이 있을까요?
일본 진출의 꿈이 있어요. 우리끼리 그 꿈 얘기를 할 때면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말하다가 웃음이 꼭 터지곤 해요. 그치만 또 모르죠, 하다보면 될 지도...! 물론 이루지 못할 꿈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꿈을 품고 살았던 이 순간들만으로 저는 충분히 만족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동료 서점의 행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를 책방주인으로 만들어준 은인이자 웬수같은 책방, 서울 해방촌의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곧 새 그림책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이이삼 작가님의 『너의 이름』이라는 책인데, 저는 추천사로 참여했어요. 반려동물과 나누는 영원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독서 생활 탐구
우리는 요즘 책을 통해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요? 온갖 종류의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변함없이 책을 읽고, 책을 통해 연결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유한 방식으로 독자를 만나고 있는 뉴스레터, SNS, 출판사와 서점, 북페어 운영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박소미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저장해 둡니다. 그 사람들...어떤 얼굴 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읽고 씁니다.
![[요즘 독서 생활 탐구]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한채원, 재미와 정의는 연결된다](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1/20251105-4805a67a.jpg)
![[요즘 독서 생활 탐구] 프란츠 김동연, 관객과 독자의 경계를 허물며](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1/20251105-06187e87.jpg)
![[요즘 독서 생활 탐구] 마티 조은, 책을 만들고 책을 실천하기](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1/20251105-eedb9302.jpg)
![[요즘 독서 생활 탐구] 푸더바, 마이너한 소재를 메이저하게 소개하기](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1/20251104-111fa4d7.jpg)
![[요즘 독서 생활 탐구] 인스피아, 읽기와 쓰기를 위한 지대](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1/20251104-e786e09c.jpg)